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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버르토크 현악사중주 제4번 C장조, 작품번호 91 
벨라 버르토크 현악사중주 제4번 C장조, 작품번호 91 
  • 의사신문
  • 승인 2016.09.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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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67〉

■`수학적 대칭성'을 음악에 구현한 근대 현악사중주의 수작

버르토크의 현악사중주는 20세기 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20세기 주요 경향인 신고전주의 영역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악사중주로서 그의 작품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들은 하이든이나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작곡가의 음악적 변화의 궤적을 살필 수 있는 매체이면서 사중주라는 장르의 진화과정을 추적하기에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버르토크의 주된 악기는 현악기가 아닌 피아노였고 그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가 만든 현악사중주 작품들의 탁월한 성과는 매우 놀라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버르토크가 남긴 현악사중주곡은 모두 여섯 작품이다. 각 번호들은 후기 낭만주의의 잔영으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실험을 거쳐 극히 버르토크적이기는 하지만 조성감(tonality)으로 회귀하는 듯 마지막 작품인 제6번으로 마무리 된다. 그 사이 자리 잡은 중기의 사중주들은 급진적인 실험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그 중 제3번이 버르토크의 가장 난해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버르토크의 현악사중주들에는 날카로운 유머들과 함께 대조적인 감정들 뿐 아니라 헝가리민속 재료에서 뽑아낸 참신하고 다채로운 음악 언어들이 풍부하게 포진되어 있다. 이 작품들에는 반음계, 온음음계, 3음음계, 5음음계 등 전통적인 조성체계에서 벗어난 다양한 음계를 통해 다채로운 음악어법을 보여줄 뿐 아니라 사용한 주법 역시 다양하다. 악기의 표현방식도 확장되었는데 예컨대 현악기의 줄을 잡아 뜯은 후 지판에 다시 튕기게 하는 이른바 `버르토크 피치카토' 같은 것들 외에도 브러시 피치카토, 피치카토 글리산도 등 다양한 유형의 피치카토와 함께 비브라토를 풍부하게 표현하거나 전혀 없이 연주하는 것을 교차시켰다.

이처럼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구하지만 고도로 농축된 어법과 정밀한 논리를 통해 그의 절정에 다다른 음악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의 현악사중주들은 과거의 언어들과 전혀 다른 어휘들이 한데 부딪히며 어우러져 내는 음악적 긴장감과 상승효과가 압권이며, 표현의 밀도와 구조적 결합에 대한 해답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1928년 현악사중주 제3번을 쓴 지 1년도 채 안되어 버르토크는 현악사중주 제4번을 썼다. 이 작품은 프로아르테 사중주단에게 헌정하려 했으나 초연은 발트바우어-케르페이 사중주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현악사중주 제3번과 제4번은 비슷한 시기에 써졌다는 점 외에도 많은 점이 비슷하다. 이 제4번은 제3번이 갖고 있는 표현의 열정과 날카로운 대조를 모두 갖고 있다.

수학에 관심이 많았던 버르토크는 수학의 원리를 음악에 적용하기 위해 고민했는데, 현악사중주 제4번에서는 엄격한 아치형을 통해 `수학적 대칭성'이라는 아이디어를 음악적으로 구현시켰다. 반원형 모양으로 전체 5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제3악장을 중심으로 제1악장과 제5악장, 제2악장과 제4악장이 짝을 이루는 형태로 되어있다. 제1악장과 제5악장은 동일한 주제 패턴을 사용하고, 제2악장과 제4악장 역시 서로 모티브를 공유하고 있다. 한편 반원 모양의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악장인 제3악장을 둘러싼 다른 네 개의 악장은 스포르찬도를 사용한 독특한 리듬을 공통적으로 사용하여 순환적 형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대칭의 원리는 주제와 연관성에만 그치지 않고 구조적으로 악장의 길이에도 적용되었다. 제1, 3, 5악장은 길이가 비교적 길고, 제2, 4악장은 그 절반 정도의 규모로 구성의 치밀함을 보인다.

△제1악장 Allegro 전통적 조성체계에서 벗어나 있지만 C음을 중심 음으로 쇤베르크의 무조음악과는 다른 어법을 보여주고 있다. 소나타형식으로 처음에 등장하는 첼로에 의한 반음계적인 주제에 의해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악장 전반을 지배하면서 결국 마지막으로 이끈다.

△제2악장 Prestissimo lento 매우 빠른 템포로 서두르는 느낌을 주면서 악기들은 시종일관 약음기를 낀 상태로 연주된다. 반음계와 오음음계가 집중적으로 사용되면서 트릴과 비브라토가 색채감을 더해준다. 두 개의 주제선율을 변주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며, 특이하게 관악기와 타악기 음향을 모방한 주법이 사용된다.

△제3악장 Non troppo lento 헝가리 민속선율을 느끼게 하는 광시곡풍의 첼로선율로 시작하면서 버르토크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인상적인 `밤의 음악' 양식에 따라 우울하면서도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어 다양한 주법을 통해 새소리 같은 음색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4악장 Allegretto pizzicato 전체가 피치카토로 연주된다. 이것은 제2악장의 주제를 변형하여 곡을 구성하고 있지만 피치카토를 사용하고 있어 그 연관성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비올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현을 거칠게 튕기면서 현이 지판에서 튀어 올라와 독특한 음향을 만들어 일명 `버르토크 피치카토'를 보여주고 있다.

△제5악장 Allegro molto 첫 악장에서 나온 주제를 좀 더 자유롭게 변형한 빠른 춤곡 악장이다. 불규칙적인 강약 리듬패턴이 타악기적인 음향을 만들면서 첫 악장의 반음계적인 `세포 동기'가 등장하다가 끝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타트라이 현악사중주단(Hungaraton, 1967)
△헝가리안 현악사중주단(DG, 1962)
△베그 현악사중주단(EMI Angels,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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