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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마테호른, 레만호에 지다. (알프스 여행기) 〈상〉
불타는 마테호른, 레만호에 지다. (알프스 여행기) 〈상〉
  • 의사신문
  • 승인 2016.09.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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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마트 중턱서 본 마테호른 여명…행복감 만끽” 
김인호 서울시의사회 고문

불볕 더위가 아스팔트를 녹이고 도심지는 숨이 턱에 찬다. 연일 체온에 육박하는 수은주는 말 그대로 피서를 강요하고 있다. 환자들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

우린 또 여름의 한 가운데 선 것이다, 작년 이 맘 때 이태리 북부를 다녀 왔던 우리는 금년에는 스위스에서만 알프스 트레킹 위주로 방향을 설정했다. 여행이라기 보다 휴양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헐리웃 영화 `유스(YOUTH)'를 보고 은퇴를 선언한 유명 노지휘자(`마이클 케인'분)를 에워싼 알프스 휴양지 생활상이 그림 같이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 영상에 담겨져 나를 매료시켰고 또 `나이 듦'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찾아 조금은 방황하고 있었던 차였기에 난 자못 들떠 있었다. 15명의 의사들 5·60대 부부 일행 29명은 비슷한 개원 동료들 입장이었기에 탈(脫)스트레스를 위해 효율적인 스케줄로 알차고 조용한 분위기로 더위를 식혀주는 휴가를 선택한 편이었다. 2016년 7월 30일(토) 오후 4시발 취리히 행 대한항공은 만석이었고 두 끼를 기내식으로 채우며 13시간을 비행하였다.

알프스 `산들의 여왕' 리기산 정상(Rigi culum) 호수와 구름 위에 뜬 깎아지른 고산 절벽.
체르마트 중턱에서 여명의 햇살을 받으며 불타는 마테호른, 삼각뿔 정수리부터 황금 빛으로 물드는 순간.

스위스의 첫 밤은 피어발트슈테터제로 알려진 루체른 호수 앞 50년 된 호텔에서 잤다. 여명의 새벽 호숫가 조깅은 차가운 공기와 살갗을 스치는 청량한 꽃 향기에 취해 이미 노폐물로 누적된 신경과 기관(汽管)들을 세척하기 시작했다.

케이블카로 리기산 중턱 에델바이스까지, 다시 1871년 유럽 최초로 개통되었다는 빨간 등산열차로 갈아 탄다. 숲을 낀 호수와 구름 위에 뜬 깎아지른 고산 절벽의 외곽을 내려다 보며 해발 1,797M. `산들의 여왕' 리기 쿨름(RIGI KULUM)을 오르니 `빅토르 위고'가 감탄했다는 알프스 풍광이 그대로 다가선다.

안개 자욱한 리기 산 정상 언덕에 핀 보라 빛 야생화가 준 선명한 생명력 또한 상큼하다. 벌써 서울의 불볕 더위는 잊혀졌다. 수려한 리기 정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안개구름에 반쯤 가린 루체른 호수에 심취하다 하행열차를 거쳐 `안데마르트' 구비 구비 산속 길의 트래픽에 걸려 예약된 빙하특급( GLACIER EXPRESS )을 놓쳤다.

열차 한 칸을 점령한 후속 특급을 타고 체르마트까지 3시간에 걸쳐 달린다. 최남단 알프스 봉우리, 이태리 최북부 몬테로사와 접경해 있는 체르마트까지 가는 빙하특급은 험준한 7 계곡을 뚫고 91개의 턴넬을 지나 291개의 다리를 건넌다. 만년설이 덮인 산봉우리들과 울창한 삼림들, 평화롭고 여유로운 초록 빛 목초지, 급류와 계곡에 떨어지는 폭포들이 이룬 절경들을 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체르마트! 해발 4478M 스위스 알프스 여왕 마테호른 등정지. 사실 스위스인들이 사랑하는 산악지역은 융프라우보다 이 곳 체르마트 지역이다. 영국 등산가 `에드워드 윔퍼(EDWARD WHYMPER)'가 난공불락의 마테호른을 점령할 때 전초기지로 삼으며 전세계 산악인들의 리조트로 알려지고 지금은 스위스 여행 필수 코스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차량은 진입하지 못하고 전기차나 마차 아니면 도보로 다닌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까지 올라 쌀쌀한 빙하기운을 체험하며 알프스 산맥 한 가운데 선 기념촬영.
수네가 전망대에서 힘든 하산길이었지만 들꽃과 호수를 끼고 4시간에 걸쳐 하이킹.

마을 전체가 스키, 등산 여행객 숙소로 가득했고 성당 건너편에는 70여개의 무덤과 조화 속 묘비들이 즐비했다. 마테호른을 정복하려다 조난사 한 산악인들이 묻혀있다 하여 숙연해 졌다. 그 날 밤은 특별했다. 집사람 칠순 생일을 맞이 한데다가 마침 스위스 건국기념일이 겹쳐, 호텔 부페 직원들의 촛불 케익 서브와 일행의 축가와 박수 속에 와인 축배는 먼 이국 땅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다. 더욱이 그 시각 야경의 체르마트는 인파로 가득하고 9시에 스위스 전체가 밤하늘 축포를 쏘고 불꽃놀이를 펼치는데 운명적으로 그 시간을 그 곳에서 맞이 한 우리는 마치 우리를 위한 환상적 세레모니를 맞이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난 나는 시냇물 소리 요란한 체르마트 중턱에서 저 멀리 마테호른이 여명의 햇살을 받으며 불타는 삼각뿔 정수리부터 황금 빛으로 물드는 순간을 카메라로 실시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줌인,아웃을 하며 운 좋게 이 순간을 포착한 기쁨에 이번 여행의 행복감을 만끽했다.

산악열차로 3130M 고르너그라트 전망대까지 올라 우린 마테호른과 그 주위 산봉우리로 접근 쌀쌀한 빙하기운을 체험하며 알프스 산맥 한 가운데 섰다.

오후에 표고2,300M의 수네가 전망대에서 빙산계곡과 눈 덮인 산야를 관망하며 4시간에 걸쳐 하이킹을 했는데 힘든 산길이었지만 들꽃과 호수가 피로감을 풀어 주었다.

다음 날 열차를 타고 태쉬까지(체르마트는 차가 없는 지역) 다시 버스로 프랑스 접경의 브베,몽트뢰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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