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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 의사신문
  • 승인 2016.09.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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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68〉 

■여인의 진정한 사랑에 의한 참혹한 형벌로부터 구원

바그너는 1839년 7월 리가에서 배를 타고 런던에 가는 도중 폭풍우를 만나 노르웨이까지 난항하게 된다. 그리하여 3주일 만에 겨우 런던에 도착한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이때의 체험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라고 한다. 이 오페라의 소재는 하이네가 쓴 `폰 슈나벨레브프스키의 회상' 중에서 유령선의 중세 소설을 소설화 한 것인데 그의 `노르다나의 여행기'에서도 이를 기록하고 있다.

바그너는 하이네의 소설에서 암시를 받아 오페라로 만들기로 작정하고 주로 하이네의 소설과 하우프의 `유령선이야기' 등을 참조하여 대본을 완성하였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하이네에게서 얻었지만 그 외의 부분은 전적으로 바그너가 창작한 것이다. 파리에서의 극한 빈곤 속에서도 예술적인 비상한 정열을 쏟아 이 오페라가 탄생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그의 악풍은 훗날 오페라의 선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아직 오페라의 옛 양식의 잔재인 아리아, 이중창, 합창 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 넣은 레시타티브(해설)는 일관되게 엮어 주도동기 기법이 어느 정도 성숙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화성적으로도 전보다 더 풍부한 반음계적 용법을 채용하면서 표현력이 더 좋아져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이 오페라에서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이네의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질풍에 쫓겨 환상의 배는 해변 가까이 간다. 반 데르 데켄의 유령선이다. 데켄은 맹렬한 폭풍우를 무릅쓰고 배를 돌리려고 했으나 실패한다. 설상 그로 인해 영원히 바다 위를 방황한다 해도 끝내 그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맹세한다. 그의 모험은 저주를 받았고 이 네덜란드 선장은 환상의 배에 유령의 선원을 태우고 영원히 어려운 항해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여기에 바그너는 오대양을 영원히 떠돌아다닐 운명에 부딪힌 네덜란드인에게 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참된 여성이 있다면 저주가 풀린다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즉 칠년 만에 한 번씩 상륙하여 그러한 여성을 찾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랑에 의한 구원'의 사상을 강조한 것이다. 이 작품의 핵심은 네덜란드인보다는 여주인공 젠타의 성실한 사랑에 의한 구원으로 이런 사상은 오페라 〈탄호이저〉에서도 나타난다.

△서곡 Allegro con brio 18세기 노르웨이의 해안 지방. 망망한 해상의 무서운 폭풍우가 묘사되면서 높은 음 현악기의 트레몰로로 거센 파도소리가 더해진다. 영원한 벌을 상징하는 저주의 동기가 들린다. 젠타가 부르는 속죄의 소리가 나타나고 거기에 고통의 선율이 나온다.

△제1막 노르웨이 해안 폭풍우에 휩쓸려 달란트의 배가 표류한 끝에 해안에 닿자 선원들이 작업하는 소리가 들리고 조타수는 향수의 노래를 부르다가 잠든다. 얼마 후 폭풍우 속에서 검은 돛대에 붉은 돛을 단 네덜란드인이 탄 배가 파도에 밀려 강어귀로 들어와 닻을 내린다. 얼굴이 창백하고 머리와 수염이 검은 남자가 상륙하여 자기의 신세를 노래하자 선원들이 합창으로 답한다. 이윽고 달란트가 갑판에 나타나 네덜란드인에게 말을 건네자 그는 하룻밤의 숙박을 청하면서 많은 보석을 주겠다고 한다. 놀란 달란트는 그에게 딸이 있다고 하자 그는 청혼을 하게 되고 달란트는 쾌히 승낙한다. 폭풍우는 멈추고 두 배는 달란트의 고향을 향해 출범한다.

△제2막 달란트의 집 달란트의 딸 젠타는 유모인 마리와 물레를 돌리고 있다. 젠타는 깊은 생각에 잠겨 벽에 걸린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마치 이 불행한 남자를 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며 노래를 부른다. 이때 그녀의 애인 사냥꾼 에리크가 나타나 그녀의 말을 듣고 경고한다. 그리고 꿈에 그녀의 아버지가 이상한 사람, 마치 이 초상화와 꼭 같은 남자를 데리고 바다에서 돌아왔는데, 젠타는 그를 포옹하고 두 사람은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오히려 감격하고 에리크는 실망하며 나가 버린다. 마침 달란트도 이때 네덜란드인을 데리고 나타나자 젠타는 놀라며 일어서자 달란트는 이 네덜란드인과 결혼시키려한다고 말하며 퇴장한다. 잠시 후 젠타는 네덜란드인의 고민을 구하기 위해 몸을 바칠 것을 맹세하고, 그는 과거의 저주받은 운명을 회고하면서 처음으로 진실한 사랑을 찾는데 대해 기뻐하며 이중창을 부른다. 달란트도 나타나 기쁨에 찬 삼중창을 부른 후 막이 내린다.

△제3막 달 밝은 해안 항구 달란트의 배와 네덜란드인의 배가 정박해 있다. 달란트의 배에서는 선원들이 갑판에 모여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 해안의 처녀들이 네덜란드인의 배를 향해 말을 걸지만 배는 조용하기만 하다. 그때 맹렬한 바람이 불어 파도가 높아지자 네덜란드인 배 안은 활기를 띠고 선원들이 배에 대한 운명을 노래하며 자취를 감춘다. 이때 젠타와 에리코가 등장한다. 에리코는 변심한 젠타에게 사랑의 호소를 하는 카바티나를 노래한다. 이를 보고 네덜란드인은 자신에 대한 젠타의 애정이 거짓이었다며 선원들에게 출범을 명령하고 젠타에 대한 영원한 형벌을 설명하고, 자신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라고 고백하며 유령선에 오른다. 젠타는 아버지와 애인의 손을 뿌리치고 네덜란드인에 대한 필생의 정절을 맹세하며 바다에 몸을 던진다. 그 순간 네덜란드인의 유령선은 모든 승무원들과 함께 물속에 가라앉는다. 그런데 황혼의 붉은 노을이 아름답게 서편을 장식할 때, 이상하게도 바닷물이 높이 솟구치며 가라앉았던 젠타와 네덜란드인이 서로 껴안은 채 하늘로 승천한다. 결국 젠타의 진실한 사랑은 무서운 저주를 극복하고 네덜란드인을 참혹한 운명으로부터 구해내며 막이 내린다.

■들을 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호세 반담(네덜란드인), 쿠르트 몰(달란트), 도냐 베이소비치(젠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83) △칼 뵘(지휘), 토마스 스튜어트(네덜란드인), 칼 리더부슈(달란트), 기네스 존스(젠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DG, 1971) △볼프강 자발리쉬(지휘), 프란츠 크라스(네덜란드인), 요셉 그린들(달란트), 에냐 실자(젠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Philips, 1961) △오토 클렘페러(지휘), 호세 반담(네덜란드인), 마르티 탈벨라(달란트), 에냐 실자(젠타), 뉴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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