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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액제 개선엔 모두 공감…‘어떻게’만 남았다
노인정액제 개선엔 모두 공감…‘어떻게’만 남았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9.09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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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청회에서 각계 의견 수렴…복지부 "종합적인 검토 필요, 의료계 협의 거쳐 진행하겠다"

지난 15년간 물가 및 의료비 인상, 고령화 등을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노인정액제도. 제도 개선에 모두가 공감한 상황 속, 이제는 방법론을 두고 의-정을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는 9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노인정액제 개선 방향 모색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김형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조정실장

주제발표에 나선 김형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조정실장은 노인정액제 개선방안 3가지를 제시해 의료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의협은 먼저 노인정액제 적용 구간을 상향 조정해 본인부담을 완충하고, 단계를 설정해 초과액에 대해서만 30% 정률제를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2만원 미만은 2000원, 3만5000원 미만은 3500원으로 정액 본인 부담을 적용하되, 3만5000원이 초과되면 30% 정률제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어 현행 30% 기준보다는 낮은 단계에서 정률제로 전환하되 본인부담액의 일정 부분을 국고로 보조하자는 2안과 65세 이상 일괄 적용이 아닌 노인층의 연령을 세분화해 적용 구간을 차등화 하자는 3안이 제시됐다.

김 실장은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의료비 증가세도 가파른 상황이나, 오히려 노인정액제 적용을 받는 노인 환자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역행하는 현행 노인정액제가 이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패널 토의에서는 노인정액제 개선에 모두 공감하고 방법론에 대한 각계의 입장과 의견이 모아졌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은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하루빨리 노인정액제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65세 어르신들 외래진료 시 총 1만5000원을 100원만 초과해도 진료비가 무려 3배나 올라간다. 그런데 노인환자의 경우 단일질환에 대한 치료만 하는 경우가 드물어 실제 정액구간의 혜택을 받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이 빈번해지면서 의료인과 환자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 회장은 “어르신의 경우 정액, 정률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와 환자 간의 다툼도 잦고, 심할 경우 의사에게 따지기도 한다”면서 “현 제도는 의료인-환자 간의 신뢰를 깨뜨리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또 진료비 부담으로 인해 병을 키우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회장은 “단순봉합수술 이후 드레싱만 받아도 본인부담이 4600원이 나온다. 결국 참다 참다 10일 정도 지나 상처가 심해져 종합병원 가는 노인 환자도 발생한다”면서 “1만5000원이 넘는 순간 비용 부담으로 처치하기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농촌 어르신들은 8시 정도 아침 일찍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전 9시 이전은 야간에 해당돼 정률로 적용된다. 그래서 일부러 9시까지 기다리시게 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러 9시에 병원 문을 열기도 한다”면서 “토요일과 국경일도 토요가산제가 적용돼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2017년 건강보험 수가가 3.1% 인상되면 초진 1만4860원, 재진 1만620원으로 진찰료가 인상된다. 사실상 내년부터 노인정액제는 유명무실해진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내년부터 어르신들께 1500원의 개념이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다.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 농촌 노인들의 경우 물리치료 중에서도 하나는 빼야 하는 상황”이라며 “노인복지와 환자와 의사의 신뢰 회복 차원에서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입자인 노인을 대표해 나온 김교환 대한노인회 안동시지회장도 “지금의 노인은 수명 연장과 함께 살아온 세대로 상대적으로 노후 대책이 거의 없다”면서 “실제 수입은 가장 적은데 의료비는 연평균 168만 원으로 국민 평균 의료비 65만원의 3배 가까이 된다. 노령연금의 대부분이 의료비 지출이다. 어떤 방안이든 혜택이 오는 방향으로 결론지어지길 기대한다”고 절박한 심정을 털어놨다.

지영건 차의과대학 교수(심평원 급여기준실장)는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개선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교수는 “본인부담액 1500원은 그대로 두고 적용 상한선만 올리면 대상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본인부담율은 기존 10%에서 6% 수준으로 떨어지게 돼 예산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대상자인 노인 인구는 앞으로 계속 늘어간다. 이런 문제를 고려해 본인부담액도 올리면서 상향 조정 할 건지, 정률을 낮추면서 보완하는 방향으로 갈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보험보다는 복지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노인정액제 문제는 보험보다는 복지 시각으로 봐야 한다”면서 “복지기금을 마련해 재정을 부담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노인정액제 개선 필요성에는 깊이 공감하고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의정 협의를 거쳐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우선 1만5000원에서 1원만 초과해도 3000원 이상 더 부담해야 하는 절벽현상을 없애야 한다. 만약 2만5000원으로 정액 구간만 상향하게 되면, 지금보다 절벽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그런 방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액을 두고 정액 이상에서 정률을 적용하는 방안은 약 5000억 원 정도의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게 된다”면서 “단기적인 개선안을 낼 것인지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 방향으로 갈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정률제로 간다면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정액제를 유지할 경우 본인부담액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 수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여러 가지 안을 가지고 시뮬레이션 중이다. 정액을 넘기지 않기 위해 미청구된 금액이 약 10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런 부분까지 고민하면서 검토하고 있다”며 “우선 적정수준의 재원을 투입해 절벽현상 문제 해결부터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노인급여비에 대한 국고 지원에 대해 이 과장은 “건보 재정이 흑자라고는 하지만, 중증질환 등 보장성 강화를 비롯해 의료행위에 대한 진료수가 인상, 저출산 관련 지원, 만성질환 문제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라며 “사회적 합의 기구인 건정심에서 비용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돼야 하기 때문에 복지부가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니,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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