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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은 착시효과…여의사 유리천장·유리벽 존재해”
“양성평등은 착시효과…여의사 유리천장·유리벽 존재해”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8.29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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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의사대표자대회 개최…양성평등 사회에서의 여의사의 역할 제고·여자의사회의 조직력 강화 방안 모색

여의사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의료계 내에는 아직도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존재해 대표성을 갖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충남대병원에서 열린 제11회 전국여의사대표자대회에서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현재 의료계 내의 양성평등 현황과 앞으로의 여의사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민무숙 원장은 “현재 11개 국립대학 병원장 중 여성이 1명(9%)뿐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이사 등 의사결정직이나 관리직급에 여성은 과연 몇 명이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의료계 내에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존재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리천장을 넘어 의료계에 존재하는 유리벽(Glass Wall)에 대해 설명하고 전문의의 전공 선택에 있어 성별 분리현상을 예로 들었다. 민 원장에 따르면 현재 남성 비율이 90% 이상인 전공은 정형외과(99.4%), 신경외과(98.8%), 비뇨기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외과, 이비인후과, 신경정신과 순으로 조사됐고, 남성 비율이 80% 이상인 전공에는 안과, 직업환경의학과, 응급의학과 등이 있었다. 반면, 여성 비율이 높은 전공에는 병리과(53.7%), 진단검사의학과(53.6%), 소아청소년과(44.7%), 영상의학과(40.6%)가 이름을 올렸다.

민 원장은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임금격차를 유발하는 선택과 방향에 있다”면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높은 전공에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며, 앞으로 차세대 여의사들은 이런 부분을 깨야 한다. 어떤 분야이든 한 성이 60% 이상 차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젠더 박스에 갇혀 성취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성평등 사회를 촉진하는 리더로서 여의사의 역할로는 △의료계를 이끌어갈 여성 인재 양성 △젠더 기반 폭력 피해자를 돕는 적극적 지지자 △질병과 진단, 치료 과정에서 젠더 문제를 고려한 의학 발전에 기여 등이 제시됐다.

민 원장은 “여의사의 의사결정권한과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고, 비중이 많은 2~30대 여의사를 차세대 리더로 양성하고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전공 분야갸 성별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전공 선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성평등이 달성됐다는 것은 착시효과일 뿐, 소수의 성공한 여성을 보고 다수의 불합리한 차별을 당하는 여성은 무시되고 있다”면서 “의사결정직에 여성 비율이 높아지면 사회 부패수준을 떨어뜨리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많아질 것이다. 여의사가 그 선봉에 서길 바라며, 사회적인 책무감을 갖고 시니어 여의사로서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여자의사회와 지회, 여동문회, 여교수회 활성화 방안에 대한 분임토의가 이뤄졌다.

이향애 한국여자의사회 부회장(성북구의사회장)은 “여의사회 창립 60주년이 지났다. 이제 획기적인 점핑의 시기”라며 “젊은 여의사를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고, 사무국의 인력을 강화해 젊은 여의사의 체계적인 조직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창옥 연세의대 여교수회장

서창옥 연세의대 여교수회장은 “이화의대를 제외한 의과대학 내 여 교수는 20% 미만이다. 여 교수회가 있는 곳도 10곳으로 적다”며 “지금까지는 여교수의 권익을 보호하고 울타리가 돼 줬다면, 미래에는 개인별 역량을 키워주고 멘토링, 나아가 스폰서링을 통해 후배를 확실한 힘으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예경 한국여자의사회 부회장은 지회 활성화 방안으로 △젊은 여의사 워크숍 △여의사회 내 특수 영재교육 △시니어 선배와 젊은 의사와의 연계 일상화 △멘토링 시스템의 고착화 △여성행정가 및 정부와의 연계 등을 제시했다.

김봉옥 한국여자의사회장(충남대병원장)

김봉옥 한국여자의사회장은 앞서 개회사에서 “올해 11회를 맞은 전국의사대표자대회는 여의사가 다른 직역 곳곳에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됐다. 당시 서울 중심의 여의사회로는 그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국 13개 지회와 41개 의가대학을 중심으로 모이게 됐다”면서 “또 다른 10년의 시작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후배들을 위해 귀한 역할 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60년의 역사를 가진 여의사회가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의 반을 이루고 있는 여성 안에서 진정한 리더이자, 리더를 양성하는 요람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송병두 대전광역시의사회장 등 의료계의 주요 단체의 리더들이 참석해 한국여자의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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