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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반복적 움직임으로 `명상효과' 일으켜 
달리기, 반복적 움직임으로 `명상효과' 일으켜 
  • 의사신문
  • 승인 2016.08.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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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건강 〈124〉 : 튼튼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가벼운 우울증이나 불안증은 운동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러너스 페스티벌에서 레이스패트롤로 봉사. 

튼튼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신체와 정신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울이나 불안 증세가 있을 때 달리기를 하면 그런 기분이 해소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달리기가 건강에 유익한 운동이라는 점은 반박할 여지가 없다. 지방으로 축적될 칼로리를 소모시켜 체중 조절에 도움을 주고, 면역력을 포함한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향상시켜 암과 심장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발병률을 떨어뜨려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되며, 우울하거나 불안한 기분을 개선하는데도 효과적이다.

달리기를 하는 중이나 하고 난 뒤에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지속적으로 분비되기 때문이며, 이는 달리기와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이 일종의 명상 효과를 일으켜 항우울제 처럼 뇌에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또 숙면을 유도하여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 수준을 떨어뜨려 정신 건강을 개선시키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세로토닌 등 지속 분비·뉴런 생성으로 우울증 예방에 도움
자연과 합일하는 집중상태에 도달·몸과 마음의 평온 불러와 

또한 달리기는 사유를 자극하고 더 깊이 성찰하게 하고, 더 심오한 것을 창작하기 위해서 정신은 단련되어 있는 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이 충분히 건강하지 못하면 도전이나 모험과 관련된 창조성을 강화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의 온전성을 제대로 유지하거나 발휘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두 다리가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마음도 조용히 잠을 자게 된다. 두 다리로 쿵쾅거리며 지면을 흔들어야 그 충격에 자극을 받아 정신도 제대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달린다는 것은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완전한 작동 원리가 된다. 나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차를 버리고 힘든 달리기의 길로 들어섰는지도 모른다.

이런 나의 경험을 부유함의 객기나 여유로움으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었을 적의 등산이나 나이 들어서의 달리기는 모두 장거리 달리기와 야외의 아름다운 풍경 같은 거대한 문화적 창조물을 넘어 규칙적이고 소박하며 무한히 단조로운 달리기의 리듬을 담고 있다.

대학 시절 힘들 때 새벽 일찍 자갈치 시장 앞 부둣가에 나가 듣던 파도 소리처럼 규칙성의 권태로움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북소리처럼 가슴을 고동치게 만들어 고통을 가라앉혀 준다. 서두르거나 의지하지 않고 늘 한결 같은 발걸음으로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 위에서 가장 가까운 골목을 향해 앞으로 달려간다.

파도가 먼 길을 달려와 해안에 부딪치며 부드럽게 부서지는 소리의 규칙성은 침묵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그 침묵에 리듬을 붙여 귀에 들려줌으로써 내 마음 속 잠자던 평온감을 깨우게 된다. 이런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자연스런 모습을 보며 더 한층 내 마음 속 스트레스가 가라앉아 사라지게 되는 것처럼 두 다리의 교차 리듬도 똑같은 효과를 마음에 준다.

달리는 중에는 이처럼 똑같은 단순한 움직임의 반복이 지니는 엄청난 힘을 발견하게 된다. 달리다 보면 몸이 진동하면서 어떤 믿음이 만들어진다. 일종의 기도처럼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어떤 실천 의지에 대한 바람이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게 된다. 두 발을 옮기는 동안 숨을 들이쉬며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다음 두 걸음을 옮기는 동안 숨을 내쉬면서 “나무아미타불”을 입속으로 부르기를 반복한다.

이런 반복 행위가 추구하는 목표는 어떤 집중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정신의 긴장이 필요한 지적인 집중이 아니라 자연과 합일하기 위해 몰두하는 것이다. 몸을 지치게 하고 나 자신을 잃게 만드는 분산되고 방심하고 허비된 나의 정신을 다시 간절하고 소박하게 마음 속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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