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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찬 바흐 마니피카트 바흐작품 243
요한 세바스찬 바흐 마니피카트 바흐작품 243
  • 의사신문
  • 승인 2009.12.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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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의 감격과 감사를 노래


1723년 바흐는 쾨텐 궁을 떠나 라이프치히로 이주하게 된다. 쾨텐 궁에 있을 때는 주로 기악곡을 쓰면 되었지만, 라이프치히의 교회 음악감독이 된 바흐는 교회연주를 책임져야 했다. 라이프치히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고달픈 나날이었다.

그는 이 도시의 네 교회의 음악을 감독했는데 페터 교회 성가대에서는 찬송가를, 노이교회 니콜라이교회 토마스교회에서는 성부 합창을 했지만, 자신이 직접 지휘하고 작곡한 교회 음악을 연주한 곳은 니콜라이교회와 토마스교회 두 곳이었다. 이 시기에는 여러 곡의 칸타타를 포함한 신작들을 작곡했는데 무려 62곡이나 되는 칸타타가 연주되었다. 그 가운데 39곡은 신작이었다. 이처럼 라이프치히에서의 첫 2년 동안 바흐는 엄청나게 많은 칸타타를 썼다. 거의 일 주일에 한 곡씩을 작곡한 셈이었다.

당시 바흐에 대한 새로운 곳의 주인들이 보여주는 시각은 냉소적이었다. 라이프치히 시의회는 바흐 말고도 세 명의 탁월한 인물들을 후보로 거명해 놓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인물이었던 사람은 이미 명성이 자자했던 텔레만이었다. 그는 라이프치히가 가장 원했던 인물로 이미 함부르크의 한 교회에서 음악감독으로 봉직하고 있었다. 시의회는 그곳에서 그가 봉급을 더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또 파슈라는 음악가도 후보에 있었는데 토마스 학교 출신으로 뛰어난 음악적 소양을 지닌 인물이었다. 라이프치히 시의회는 결국 만장일치로 바흐를 선택하기는 했지만, 대학도 나오지 않았던 바흐가 그 막강한 인물들과 겨뤄 당당히 선임될 것으로 기대하기란 당시로서는 쉽지 않았다. 바흐를 선택한 새로운 주인들의 입장은 “적임자는 못 뽑았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만족하자”는 냉소적인 시각일 뿐이었다. 바흐는 주위의 냉소적인 시각에 분개하기보다는 작품으로 자신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면서 지칠 줄 모르게 작곡에 몰두해 그해 성탄절 `마니피카트'를 작곡하게 된다.

`마니피카트'는 누가복음 1장 46-55절의 성모의 노래로서 라틴어의 첫 글자만을 따서 `마니피카트'라 명명하였고 `찬미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마니피카트'는 원래 시간전례 중 저녁기도 시간에 불리던 노래로 성모 마리아가 천사를 통해 수태를 알게 된 후에 부르는 감격과 감사의 가사로 되어있다.

바흐의 `마니피카트'는 전체적으로 12곡으로 되어 있으며 솔리스트 5명, 5성부 합창단과 관현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식적으로도 전형적인 대위법적 합창과 함께 섬세한 감정을 간단한 가사로 분명히 표현하는 부분도 있어 그의 성악 양식들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성악곡이다.

제1곡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트럼펫의 팡파르로 시작하면서 합창이 기쁨에 차 하느님을 찬미한다. 제2곡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렌다. 제3곡 이 비천한 여자에게까지 마음을 써 주셨나이다. 제1소프라노가 노래 부르고, 제4곡 합창 `대대로 이어지며'. 제5곡 힘 있는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해주셨기 때문이옵니다. 제6곡 그 연민은 대대로 한없이. 제7곡 주님께서는 힘을 내시어. 제8곡 권력 있는 자를 끌어내리고. 제9곡 굶주린 자를 배부르게 하라. 제10곡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도와 주셨나이다. 제11곡 `우리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그 자손을 영원히 불쌍히 여긴다고 약속하신대로' 제12곡 장려한 `글로리아'의 부르짖음과 끓어오르는 카논에 이어, `처음에 있었듯이'라는 가사와 함께, 제1곡이 짧게 재현되어 축제적 분위기 속에서 전곡은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 칼 리히터(지휘), 뮌헨 바흐오케스트라(Archiv, 1961); 미쉘 코르보(지휘), 로잔 기악성악 앙상블(EMI, 1979); 존 엘리엇 가드너(지휘),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몬테베르디 합창단(EMI, 1983); 필립 헤레베헤(지휘), 라 샤펠 루아알, 콜레기움 보칼레(Hyperion, 1989);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 빈 콘첸쿠스 무지쿠스(Telac, 1984)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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