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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가곡집 〈미르테의 꽃〉 작품번호 25 중 `헌정' 
로베르트 슈만 가곡집 〈미르테의 꽃〉 작품번호 25 중 `헌정' 
  • 의사신문
  • 승인 2016.07.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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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62〉 

■슈만이 클라라에게 바친 `순결한 결혼선물'

음악사에 등장하는 가장 열렬한 사랑이야기라면, 아마 슈만과 클라라가 결혼에 이르게 된 사연을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홀어머니의 간절한 기대를 뿌리치지 못하고 법대에 들어간 슈만은 끝내 음악을 버릴 수가 없어 당대 최고의 피아노 교사인 프리드리히 비크의 문하에 들어가 가르침을 받는다.

어머니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법률가의 길을 포기하고 뒤늦게 음악가의 길로 나서게 된 슈만은 스스로 호된 음악훈련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손가락을 다쳐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는 대신, 음악잡지를 발간하며 평론가와 작곡가로 자리를 잡아가던 무렵 스승인 비크의 딸 클라라와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클라라는 슈만보다 아홉 살 연하였지만 이미 명성을 얻은 피아니스트였다. 아홉 살에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연주자로 데뷔하였고, 이후 유럽 각지를 순회하며 당대를 대표하는 젊고 아름다운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았다. 그런 클라라에 비교한다면 슈만은 경제적인 기반조차 전혀 없는 노총각일 뿐이었다. 그러니 클라라의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사랑했던 그들은 법에 호소하여 마침내 법원은 슈만과 클라라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비크는 1840년 9월 12일 라이프치히의 조그만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전날 슈만은 사랑하는 클라라에게 결혼선물로 가곡집 `미르테의 꽃'을 헌정했다. 이 가곡집은 괴테, 뤼케르트, 바이런, 번즈, 하이네, 모젠, 무어와 같은 위대한 시인들의 걸작 스물여섯 개를 골라 곡을 붙인 것이었다.

`미르테'는 신부의 화관을 장식하는 향기가 짙은 은매화라는 꽃으로 순결을 상징한다. 모두가 한결같이 주옥같은 아름다운 노래들이지만 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첫 번째 `헌정'과 모젠의 시에 곡을 붙인 세 번째 `호두나무', 그리고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아홉 번째 `연꽃'은 특별히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 가장 열렬한 사랑을 담아 클라라에게 바친 노래라면 당연히 첫 번째 곡 〈헌정〉일 것이다.

이 시가 태어난 1839년 봄 슈만은 일기 속에서 자신의 사랑을 절실히 노래하고 있다. “…어떤 여인도 그대만치 저에게 충실할 수 없을 겁니다. 하늘의 천사도 그대와 같을 수 없을 겁니다. 그대의 사랑은 어떤 말보다 고귀하고 무슨 말로 그대의 사랑을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군요. 그대는 나로 하여금 성스런 시간 속에 고요히 숨게 하며, 그대에 관한 꿈을 꿀 때라도 그대는 나를 꿈속에 잠기게 하기 때문입니다…내 마음속에는 엄청난 고뇌가 파열하고 있으며, 그대에 대한 근심이 내 마음을 찢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에 다시금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대뿐입니다.”

뤼케르트의 시 `헌정'을 보더라도 그 가슴 터질 듯한 사랑의 환희가 충만함을 읽을 수 있다. 뤼케르트가 슈만의 상황을 알고 쓴 것이다. 당시 슈만은 많은 시인들과 교류하였는데 특히 뤼케르트, 하이네, 아이헨도르프는 그가 가장 좋아하던 시인이었다. 그러한 교류에서 시인은 시를 짓고 작곡가는 그것으로 영혼을 표출해낸다. 특히 슈만의 연주에 있어서는 더욱 시에 대한 깊은 해석을 요하고 있다. 사랑을 쟁취한 1840년 한 해 동안 슈만은 무려 138곡의 가곡을 작곡하였다. 그래서 1840년을 `가곡의 해'라 불렀다.

이 곡은 슈만의 친구인 프란츠 리스트에 의해 피아노곡으로도 편곡되었다. 리스트가 편곡한 가곡 작품 중 가장 예술적이고 완벽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이하게도 이 곡 마지막 부분에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의 주제를 넣어 끝을 맺고 있는데 슈만과 클라라의 변치 않는 사랑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듯하다. 이 피아노 소품 〈헌정〉은 아직까지도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선호하는 피아노곡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대 내 영혼 내 심장/ 그대 내 환희 내 고통/ 그대 내 세상, 나 거기서 살리라
그대 나의 하늘, 나 그 안에서 날으리/ 오! 그대는 나의 무덤/ 나 그 안에서 내 근심 묻고 영원히 잠든다/ 그대는 나의 안식이며 평화/ 그대는 하늘에서부터 내게로 왔네
그대 나를 사랑하여 나를 고귀하게 하였네/ 그대의 눈길은 나를 광명으로 채웠네
그대의 사랑으로 나를 일으켜서 나의 영혼을 고귀하게 하였네

■들을 만한 음반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바리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피아노)(DG, 1974)
△에디트 마티스(소프라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피아노)(DG, 1979)
△엘리 아멜링(소프라노), 외르그 데무스(피아노)(Harmonia mundi, 1967)
△에프게니 키신(피아노)(RCA,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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