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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명침 치매치료…전통이 꼭 유익한 건 아냐 
총명침 치매치료…전통이 꼭 유익한 건 아냐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6.07.25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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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종시에 전통한옥마을을 조성한다고 한다. 약 3년 전 최초 계획 발표 당시 많은 건축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전통방식 한옥 공사비용은 현대식보다 3∼4배에 이르지만 건축재료의 후진성 때문에 단열성, 소음차단 등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대방식으로 짓기로 해 난방문제 등은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높은 한옥 건축비는 어쩔 도리가 없어 입주자들에게 땅값을 더 깎아주고 3천만원의 건축비도 지원키로 했다.

기자에게는 전통한옥 논란과 함께 한방 문제가 오버랩 됐다. 서울시는 최근 총 5억여원 예산의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 시범사업' 계획을 밝혔다. 치매진단검사 후 총명침, 한약 등 한방치료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한다는 소식에 치매학회, 신경과학회 등 전문가단체들은 큰 우려와 반대의 뜻을 나타냈지만 사업은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더 황당한 것은 한의계의 반응. 한의사회는 “한의대에서 치매 교육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MMSE, GDS 등 의과의 치매·우울증 진단검사는 물론 치료까지 책임질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의사들조차 쉽게 할 수 없다고 하는 진단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메르스 사태 때도 `한방 특효약'이 등장했음을 상기하면 놀라울 일도 아니다. 한방에는 정말 특효(特效)약이 많고 특혜(特惠)도 많아 단지 고서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약에 대한 임상시험조차 면제되어 한의사들마다 제각각 다른 비방(秘方)이 난무한다. 여기에 현혹된 일부 환자들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한의사들이 당뇨약이 함유된 불법 한약을 대량으로 판매하다가 적발됐고, 무허가 한약재업체에서 한의원에 판매한 중금속이 초과된 재료가 다수의 환자들에게 처방됐다.

우리의 전통이라고 반드시 유익한 것은 아니다. 폐해가 지속된다면 과감히 배척할 줄 알아야 한다. 세계의사회 오트마 클로이버 사무총장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데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었는지도 모르고 표준화조차 되지 않았다. 비방을 허용하는 시스템은 어느 나라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경악을 나타냈다. 이 발언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배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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