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중환자실 없애려면 전담전문의 배치 의무화해야
‘무늬만’ 중환자실 없애려면 전담전문의 배치 의무화해야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7.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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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 토론회 개최…의료법 시행규칙 의무조항 개정 요구

지난 4월 발표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를 통해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충격적인 민낯이 드러난 가운데, 중환자가 중환자 전문가에게 치료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은 22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중환자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중환자가 중환자 전문가에게 치료받는 것이 환자의 권리”라며 의료법에 의무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료법 시행규칙 34조에는 ‘중환자실에는 전담전문의를 둘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중환자실에는 전담전문의를 안 두어도 된다’고 다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사망률의 경우 전담전문의가 없는 중환자실에 비해 상대 위험도가 0.42~0.85배로 알려져 있다. 적게는 15%, 많게는 58%의 환자가 더 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이 시행될 경우 중환자실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임 회장은 “중환자의 생존율 향상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은 의료진의 숙련도다. 중환자실은 여러 가지 고난도 치료가 행해지는 곳이지만 불행하게도 의사에게 인기가 없고 간호사들 이직률도 높다”며 “내년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되는데 이 법 시행 때 가장 위축될 곳이 중환자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제조정이라는 법률적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중환자실 의료진이 여전히 헌신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며 “환자안전을 위한 가장 좋은 장치는 법률 이전에 의료인의 숙련도와 사기”라고 지적했다.

병원 종별로 중환자실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도 했다. 모든 중환자실이 1등급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임 회장은 “시급하고 중한 상태의 환자들이 회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중환자실은 전국 시군구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면서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나 중환자실 적정성평가에서 병원의 규모와 역할에 따라 중환자실 수준이 층화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부회장은 "중환자실 역할은 병원 자체 역할에 따라 다를 수 있고, 한 병원에서도 그 중환자실에 어떤 환자들이 주로 입실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상급종합병원과 작은 규모 종합병원이나 요양병원이 동일한 시설과 인력을 갖출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부회장은 "중환자실을 인력과 시설로 중환자실을 등급화하고, 한 병원에서도 중환자실 별로 등급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조금 더 유연하게 중환자실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수가가 정해진다면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운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준중환자실(Sub ICU) 제도 도입과 함께 좋은 중환자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적정수가를 산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보험이사는 "위독하지 않지만 집중적인 관찰이 필요한 환자는 중환자실 보다는 이에 준하는 준중환자실 입원이 바람직하나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환자의 구성상태, 경영환경 등을 고려하며 제도 도입을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현재는 중환자실 인력수준이 높으면 손해를 보고, 인력수준이 낮으면 이득을 보는 구조다. 정교한 차등수가를 통해 인력수준이 높은 중환자실에 더 높은 원가보전을 해줘야 한다”면서 “준중환자실 등 층화해 진짜 중환자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간판만 중환자실인 곳에서 중환자가 치료받거나 경증환자가 진짜 중환자실에서 가는 사태가 발생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적정성 평가 이후 중환자실 수가가 인상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해 9월 수가인상이 이뤄졌는데, 적정성 평가는 2014년 자료가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수가인상으로 진료환경이 상당부분 개선되겠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다음 주에 병상간 최소거리 규정, 전담전문의 근무기준 등이 포함된 중환자실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상급종병에만 적용될 예정인 전담전문의 근무기준은 1일 8시간 1주 5일, 3개월 이상 근무해야 하며, 타 업무나 교대업무를 할 수 없고 1일 4시간 주 2일 이내 외래진료만 가능토록 규정됐다. 휴가나 출장 시에는 대체전문의를 두어야 한다.

이 과장은 이어 “수가 인상만이 다가 아니다. 응급실의 경우 수가 인상과 함께 규제가 늘어나면서 지역의 중소병원은 포기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면서 “향후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중환자실은 베드당 1억원씩 손해다. 20 베드면 20억이 적자다. 그럼에도 신생아, 소아 중환자실에 비해 성인중환자실에 대한 지원이 적다”면서 “섣불리 입법을 하기 보다는 중환자실 문제에 공감하고 전문가와 정부의 실효성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복지부는 입법예고 하기 전에 학회의 동의를 먼저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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