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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단칼럼] 전화상담 유감
[의장단칼럼] 전화상담 유감
  • 의사신문
  • 승인 2016.07.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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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전문위원

금년 초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기적인 바둑대회가 온 지구를 뜨겁게 달구었다.

대회를 끝내면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이 앞으로 의사는 전문가 몇 명만 빼고는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빅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진료 업무를 대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빅 데이터를 만드는 것도 의사가 아닌가 한다.

명의란 환자를 직접 앞에 앉혀놓고 시진·수진·탁진·청진 등을 통해 질병을 알아내고 고쳐야 하는 줄 배워왔다. 앞으로는 전화상담을 잘 받고 컴퓨터를 잘 다루어야 명의가 되는 시절이 왔다.

직접 얼굴을 보고 여기저기 두드려보면 진단명이 술술 나올 텐데, 전화나 컴퓨터 화면에 나온 얼굴로는 진단을 내릴 자신이 없으니 그것이 문제이다.

지금 누구나 손안에 전화기가 들려있다보니 수시로 병원에 전화를 한다. 진료실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온 전화에 정상진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도 생겨난다.

요즘 사람들은 전화상담 정도는 서비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거의 상담 수준이 아니라 진료 수준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전화상담이나 진료라고 하여 대면진료보다 시간과 노력이 덜 들어가는 것은 아니며 똑같다고 보아야 한다.

기존의 환자라도 전화가 오면 인적 사항을 물어서 진료 기록부를 찾아야한다. 검사 결과지를 찾아서 진료기록부에 붙여야한다. 환자와 통화를 통해 진료 경과를 듣고 검사결과를 참조하여 답변을 해야한다. 결과적으로 걸리는 시간은 전화진료나 대면진료나 차이가 없다.

병원이 명동에 있다보니 인근 회사원이 많이 진료를 받으러 온다. 이들 중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전화로 결과를 알기를 원한다.

막무가내로 원장을 바꿔달라고 하여 간호사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원장님, 전화 왔어요” “누군데 나중에 전화하라고 해요.” “급하시데요. 그리고 원장님하고 아주 잘 아는 분이라는데요” 앞에 진료중인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는다.

“지난번 진료 받았던 아무개인데요. 며칠 약 먹었더니 좋아졌는데요. 약 더 먹어야 되나요. 그리고 혈액검사결과도 알려고 전화했어요.”

“혹시 진료기록부를 찾아 달라고 이야기 하셨나요.” “아니요”

“간호사를 다시 바꾸어 줄 터이니, 먼저 진료기록부를 찾아 달라고 하세요.”

전화를 받는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던 환자는 연신 안색이 일그러진다. 병원 잘못도 아니건만 앞에 앉자있던 환자에게는 미안하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한 진료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까. 필자는 간혹 계룡산 점쟁이가 된다.

“귀두 끝에서 뭔가 액체가 묻어나오는데 성병이 맞나요. 인터넷에서는 성병이라는데 파트너가 문제가 있었던 것 맞지요.”

“파트너 문제인지는 일단 내일 병원에 와서 확인검사하고 상담해보세요. 단지 전화로만 답변하기가 어렵네요.”

“아니 그런 것도 말 못해줘요. 성병인지 아닌지만 말해주세요.”

내가 무슨 `계룡산 점쟁이'라고 전화로 성병진단을 해 달란다. 더욱이 성병이면 파트너를 혼내주겠다고 한다. 만일 검사해서 성병이 아니면 돌팔이가 되는 것일까.

내원 할 것같지 않은 환자에게 병원 이미지 나빠질까봐 전화문의에 일일이 답변을 하다보면 진료비를 내라는 말이 굴뚝같아진다. 환자 한 명 덜 오는 것보다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불친절하다'는 소문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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