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200여명의 서남의대 재학생들이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빠른 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여러 번 있었던 폐과 논란 속에서 이렇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침묵시위에 앞서 서남의대 학생회장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육권'을 보장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실의대로 낙인 찍힌 뒤 서남의대는 지난 2년간 정상적인 교육을 진행하지 못했다. 성명에 따르면 기존에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기초의학 교수 2명이 학교를 떠날 예정이며, 수련 받는 병원이 2학기 수업 중간에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남의대 학생들은 교수진이 부족해 한 명의 교수가 다른 과목까지 가르치는 경우도 있고, 도서관이 없어 자비를 들여 의학 서적을 구입하거나 논문을 찾기 위해 다른 의대 친구에게 부탁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대학에서 보호받으며 공부해야 할 학생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교육권'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이들은 한 때 사람의 병을 고치는 훌륭한 의사가 되기를 꿈꾸었을 것이다.
의대생들이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도 최근 국립보건의대 설치법을 발의하는 등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포퓰리즘, 지역 민심에 힘입어 의사 양성, 의대 신설에만 혈안이다. 결국 서남의대 재학생의 대부분은 서로 뿔뿔이 흩어져 타 의대로 가는 게 지금의 고통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인 상태.
이날 침묵시위 한 피켓에는 `의학공부 배우러 와서 어두운 사회 배워간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의사의 꿈을 꾸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서남의대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 또한 눈앞의 이익을 쫓기보다는 서남의대의 교육 정상화를 위해 앞장서야 할 것이다. 부실교육이라는 낙인을 벗어버리고 서남의대 학생들이 훌륭한 의사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이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