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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교육에 못참아…서남의대생들, "등록거부, 집단휴학 불사"
부실교육에 못참아…서남의대생들, "등록거부, 집단휴학 불사"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7.12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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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성명서 발표…의협회관에서 '교육 정상화' 침묵 시위

그동안 부실교육으로 인해 폐과 논란이 거듭됐던 서남의대생들이 모여 교육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남의대 재학생 200여명은 12일 오후 2시 대한의사협회 3층 회의실에 모여 성명을 발표하고 “안정된 교육권이 보장되지 않을 시 재학생들은 등록거부, 집단휴학 등 강경한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의대생으로서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의 정상화를 서둘러 달라는 것.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임시이사회와 교육부, 국회의원 및 학교관계자들에게 지역 이기주의나 정치적 이익 등 각종 이해관계에 얽혀 죄 없는 학생들이 교육권을 침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남의대 강선구 학생회장은 “우리는 2013년에는 예수병원, 2015년에는 명지병원, 이후 올해 6월 전주예수병원으로 지난 몇 년간 두 번씩이나 교육장소의 변화를 겪었다”면서 “더 이상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남의대생들은 2013년도부터 예수병원에서 교육을 받아 왔었지만 예수병원은 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평가를 통과하기 힘들다고 판단돼, 2015년에 명지병원을 재정기여 우선협상자로 선정, 당해 1학기 중간부터 명지병원에서 교육을 받아왔다. 그러나 올해 6월, 재정기여자였던 명지병원이 우선협상자 지위에서 탈락됐고, 전주예수병원이 다시 재정기여자로 선정되면서 교육장소를 옮겨야 했다.

이에 서남의대생들은 가장 먼저 임시이사회와 총장에 그동안 납부된 등록금 지출 내역서 공개를 요구했다.

강선구 학생회장은 “임시이사회가 구성되고 새로운 총장이 취임한 지 약 2년이 지났지만, 의대 교육이 개선된 점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심지어는 임상실습비, 임상술기시험 대비 교육비 등이 지원되지 않고 있다. 의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어떤 지출이 있었는지 공개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2016년 1학기를 끝으로 해부학, 약리학 교수 2명이 학교를 떠날 예정이다. 이미 기초의학 교수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한 달 뒤 시작되는 2학기 기초의학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서남의대생들은 해부학, 약리학을 전공하고 의학 교육경험이 풍부한 전임교수 임용을 신속히 할 것을 임시이사회에 요구했다.

또 강 학생회장은 “예수병원은 과거 임상실습 평가에서 19개 항목 중 15개 항목 미달로 임상교육이 불가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어, 명지병원에서 예수병원으로 교육장을 옮길 수 없다”면서 “임시이사회에서 이런 예수병원을 다시 재정기여자로 선택한 이유에 대한 해명과 정상화 계획서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재고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서남의대생 200여명이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불만과 요구는 교육부에게로 이어졌다.

서남의대생들은 고등교육기관을 총지휘하고 학생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관리, 감독해야 하는 교육부가 부실의대로 작인 찍힌 뒤 2년간 교육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서남의대 사태를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강 학생회장은 “교육부가 서남의대 사태 문제 해결을 위해 임사이사를 파견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면서 “본과 2, 3, 4학년들이 명지병원에서 2학기 수업을 듣고 있을 때 수련 받는 병원이 바뀌는 혼란을 방지하고, 학생들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7월내에 임시회의를 열어 정상화 계획서를 결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전주예수병원은 2015년 말 서남대학교 구 재단의 재정기여자 지위였으나, 2016년 초 서남학원 이사회가 각종 약속 불이행, 대출확약 내용 이행 불가, 컨소시엄 구성 불확실 등의 이유로 이들의 인수 자격을 박탈했다.

전주예수병원은 이런 사실을 숨기고 교육부에 서남대학교 인수를 위한 서류를 제출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업무 방해의 혐의로 논란을 빚은 바 있고, 인수자격 발탈을 숨기면서까지 정상화 계획서를 제출해 학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서남의대 정상화 방안에 대한 재학생 대상 설문조사(중복 선택 가능)에 따르면, 전주예수병원이 인수하는 방안은 3%로 가장 적은 지지율을 보였다. 의대 폐교 계획안이 90%, 이어 명지병원이 인수하는 방안이 10%의 지지를 얻었다.

강선구 학생회장은 "폐과되면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타 의대로 편입돼야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학생들이 고통받아왔고, 더 이상 그런 고통을 받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의과대학 신설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교육권이 정치적 싸움에 이용되는 것은 크게 유감스럽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대학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교육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전라북도 국회의원과 서남대 이해관계자에게 호소했다.

강 학생회장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육성되는 중대한 문제에 지역 이기주의, 정치적 이익, 각종 이해관계가 얽히고 있다”면서 “국회의원과 이해 관계자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지역이익을 생각하기에 앞서, 현재 추진하고자 하는 서남의대 정상화가 과연 학생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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