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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과의 경쟁<37>
선덕여왕과의 경쟁<37>
  • 의사신문
  • 승인 2009.12.0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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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드라마는커녕 텔레비젼 앞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솔직히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것이 옳다. 그런데 드라마 선덕여왕 재방송을 우연히 보게 된 후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텔레비전 앞에 앉게 되었다.

드라마에 빠진다는 것이 중독성이 있어서 저녁 회의가 늦어져 못 보면 귀가길 자동차 안에서도 보고 재방송도 찾아서 보게 된다. 미실이 죽으면서 이제 그만 봐야지 했는데 아무래도 드라마가 끝나야 벗어날 것 같다. 아무튼 요즘 인기가 높다는 선덕여왕 시청율에 한 표 보태고 있는 중이다.

12월 1일은 MBC 선덕여왕과 같은 시간에 KBS 9 채널에서 시사기획 `쌈' 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날이었다. 노인의 성을 주제로 한 내용인데 한 달 전쯤 담당인 선재희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여 녹화를 했었다. 몇 커트가 나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는데 내용도 그렇고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전날 방영에서 김유신이 투옥되었고 이제 백제군의 침공으로 위기에 몰린 선덕여왕이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할지 궁금했다. 저녁 모임을 빨리 끝내고 귀가했지만 어느 쪽을 봐야할지 리모콘을 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쪽 방송을 왔다 갔다 하는데 핸드폰 문자가 들어왔다. `TV에 얼굴 나오네' 라는 동기동창 정민의 연락이다. 다들 드라마 보려니 생각했는데 `의사가 교양프로 봐야지' 라는 친구의 말에 반성하고 시사기획으로 채널을 고정했다.

`노인의 性, 길을 잃다. 性은 늙지 않는다. 황혼의 性 갈등. 행복한 노년의 性' 의 내용을 담고 있는 기획 프로그램은 노인의 성에 대한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내용을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었다. 인터뷰 할 때는 꽤 많은 주제에 대해 녹화했지만 대부분 잘리고 세 컷 정도 필자의 얼굴이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모습과 목소리가 생소했다.

다음 날 출근하니 필자의 얼굴을 보았다는 전화와 문자가 왔다. 환자들까지 원장님 TV 방송에 나온 것 봤다고 반가워했다. 최고 인기 드라마라는 선덕여왕을 안보는 사람들도 꽤 많은가 보다. 화면 잘 받는다는 외교적인 말들도 하지만 솔직히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매일 거울 볼 때는 몰랐는데 거울에 비춰진 모습과 남들에게 보여 지는 모습이 다른 것 같다. 지난 번 인구보건복지협회의 교육용 DVD 제작 촬영 시 너무 부자연스럽고 심각하게 녹화를 해서 이번에는 가능하면 웃으면서 하려 했는데 그것도 어색하다. 역시 이 분야는 내 몫이 아니다.

3년 전쯤 9시 뉴스에 아주 잠깐 인터뷰를 한 것이 방송된 적이 있었는데 일요일이라 누가 볼까 했지만 뉴스가 나가자마자 반갑다는 전화가 왔었다. 이번에도 선덕여왕과의 경쟁이라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는데 이외로 많은 사람들이 시사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참으로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선덕여왕보다 15분 일찍 끝나서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을 보았지만 어떻게 여왕이 유신을 복권시키고 신라를 구하라고 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재방송을 봐야할 텐데 그 시간에 시청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원고도 써야 하고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밀려있는데 드라마에 뒤늦게 중독된 내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본 것 또 보시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드라마가 재미있냐고 잔소리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드라마가 본래 재미있었는지 아니면 요즘 특히 재미있는 것인지 드라마 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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