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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가곡집 〈리더크라이스〉 작품번호 39 
로베르트 슈만 가곡집 〈리더크라이스〉 작품번호 39 
  • 의사신문
  • 승인 2016.07.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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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60〉

■시·멜로디·반주가 완전히 융합 삼위일체의 걸작

슈만은 철학과 문학에 기초를 둔 뛰어난 예술성으로 무장된 대표적인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이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낭만적인 특성은 대부분 문학에서 찾을 수 있는데 특히 장 폴, 프리드리히 리케르트, 요셉 아이헨도르프, 하인리히 하이네 등의 작품들을 주로 인용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시와 음악은 거의 동의어였으며 음악의 본질과 예술의 시작은 기본적으로 시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의 낭만성은 시적인 감흥과 젊음, 영혼 속에 스며드는 서정성에 두었다. 슈만은 언제나 음악적 착상을 할 때 높은 지성과 예술, 철학과 함께 보다 다면적이고 다양한 자신의 내면적인 인간적 체험과 문학적 체험을 녹여놓았다.

슈베르트의 전통을 한 걸음 더 나아간 슈만의 가곡은 시, 멜로디와 반주가 막연히 합쳐진 것이 아니라 철저히 융합된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 시는 음악의 의미를 전하고, 반주의 리듬과 화성은 색채와 빛, 그림자를 반영하며, 클라이맥스에서는 시의 전경을 과감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슈만의 가곡을 높게 평가하는 요소로 피아노반주의 특징을 뽑는데, 슈베르트보다 이 점에 훨씬 높은 관심을 기울인 그는 피아노를 통해 가곡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뜻을 이끌어 내고 있다. 즉, 피아노는 그의 자아표현의 주요 수단으로 피아노를 통해 대화하고, 예술적인 격정을 일으키며, 노래와 피아노 사이에 존재하는 통일성은 전형적인 슈만의 모습이다.

슈만이 작곡한 〈리더크라이스〉라는 이름의 가곡집이 2개 있다. 하나는 하이네의 시에 의한 작품번호 24, 또 하나는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의한 작품번호 39이다. 1840년을 `가곡의 해'라 부를 만큼 그는 많은 곡을 썼는데 당시 서른 살의 나이로 청년기를 마치고 장년기의 책임과 불안, 그리고 기쁨이 합작되었다.

이전까지 피아노 작품만 썼던 그에게 클라라와의 결혼은 가곡을 쓰는 중요한 동기를 제공하였다. 그 예로 1840년 봄 슈만은 클라라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나는 이상하리만큼 많은 노래를 만들었다오. 나는 밤에 우는 꾀꼬리처럼 죽을 때까지 계속 노래할 것이요. 아이헨도르프의 가사로 12개의 가곡을 썼다오.” 이 편지에서 언급한 것이 바로 이 가곡집으로 슈만이 클라라가 있는 베를린을 방문하여 그녀와 2주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고조된 흥분의 분위기 속에서 작곡한 아이헨도르프의 가곡집인 것이다.

〈리더크라이스〉의 열두 곡은 여섯 개의 아이헨도르프의 시집에서 발췌되었는데 열두 편의 시는 줄거리가 있는 연가곡의 형태는 아니지만 숲, 꾀꼬리, 달, 밤, 바람 등의 자연을 통하여 근심과 걱정이 음악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시와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시에 나타난 분위기가 피아노에 의해 받쳐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제1곡 In der Fremde(낯선 땅에서) 타향에서 헤매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애수 깃든 선율로 반주부가 시종 조용한 아르페지오로 진행하면서 시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제2곡 Intermezzo(간주곡)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낸 곡으로 각 성부가 복잡하게 얽혀 상행하다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후 싱커페이션으로 하행하며 조용히 끝맺는다.

△제3곡 Waldesgesprach(숲의 속삭임) `로렐라이' 전설에 바탕을 둔 곡으로 숲 속에서 로렐라이와 만난 사람은 다시 그 숲에서 나오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제4곡 Die Stille(고요) 전주 없이 바로 이어지면서 렌틀러 춤곡으로 진행되다가 다시 첫머리 주제로 회귀한다.

△제5곡 Mondnacht(달밤) 달빛이 소리 없이 스며드는 듯한 전주로 시작한 후 매우 기교적이고 환상적으로 달빛을 묘사한 가장 아름다운 곡 중 하나이다.

△제6곡 Schone Fremde(아름다운 낯선 땅에서) 규칙적인 화성의 진행 위에 서정적인 선율이 고요히 흐르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제7곡 Auf einer Burg(성 위에서) 현악사중주의 선율처럼 반주를 중심으로 단순한 음정이 반복되지만 고요한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다. 높은 망루 위에서 졸고 있는 나이든 기사와 성 밖의 라인 강의 풍경을 나타낸다.

△제8곡 In der Fremde(낯선 땅에서) 서정적인 선율과 함께 반복적인 피아노의 음형이 숲 속에서 듣는 시냇물 소리를 묘사하고 있다.

△제9곡 Wehmut(근심) 느린 템포로 민요적인 특색을 지닌 선율은 근심을 걱정하며 위로하는 듯한 분위기를 묘사하고 슬픔을 꾀꼬리로 비유하여 날려 보내려고 한다.

△제10곡 Zwielicht(황혼) 황혼의 스산한 모습과 다가올 어둠에 대한 공포심이 뒤섞여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묘사한다.

△제11곡 Im Walde(숲 속) 사냥을 나가는 즐거운 모습을 표현한 곡으로 말을 탄 듯 리듬감 넘치는 선율 위에 사냥 호른이 더해지고 마지막엔 즐거움 대신 두려움이 피어오른다. △제12곡 Fr<&25073>hlingsnacht(봄밤) 은밀하고 이상야릇한 달빛에서 희망에 부풀어 오른 듯한 마음을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들을 만한 음반
△엘리 아멜링(소프라노), 외르그 데무스(피아노)(Harmonia mundi France, 1979)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바리톤), 크리스토퍼 에센바흐(피아노)(DG, 1977)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소프라노), 제프리 파슨스(EMI, 1974) △올라프 베어(바리톤), 제프리 파슨스(피아노)(EMI,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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