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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피아노사중주 Eb장조, 작품번호 47 
로베르트 슈만 피아노사중주 Eb장조, 작품번호 47 
  • 의사신문
  • 승인 2016.07.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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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59〉 

■사랑하는 연인에게 전하는 꽃다발 같은 사중주

슈만은 한 장르의 작품을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작곡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의 실내악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두 작품이 피아노오중주 작품번호 44와 피아노사중주 작품번호 47이다. 모두 `실내악의 해'인 1842년에 작곡되었다.

1838년 10월 16일 피아노오중주를 완성하고 바로 10월말 현악사중주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그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작품을 연구하며 첫 스케치를 하게 된다. 그 후 1842년 6월 다시 작업을 시작하여 9월 8일 작곡을 끝내게 된다.

피아노오중주를 작곡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와 미처 담지 못한 악상 등을 활용하여 피아노사중주에 넣으면서 착수 한 달여 만인 11월 26일에 아주 빠른 속도로 완성하였다. 이는 강박관념에 쫓기는 불안한 정신세계와 함께 슈만의 천재성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나흘 후 이 작품은 클라라 슈만의 생일에 맞춰 라이프치히에서 슈만 부부의 게스트모임에서 초연되었고, 공식적인 초연은 1843년 1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극장에서 연주되었다.

1845년 라이프치히의 위스트링 사에서 출판되어 마티외 빌호르스키 백작에게 헌정됐는데 빌호르스키 백작은 아마추어 첼리스트로 슈만과 음악적으로 친분을 맺고 있었다.

슈만다운 낭만적인 정서가 넘치는 제3악장에서 첼로가 두드러진 역할을 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은 슈만 인생의 절정기에 작곡되었다. 슈만은 스승인 비크 교수의 딸 클라라와 결혼하고자 하였으나 비크 교수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자 법정에 서는 것도 불사하였고 결국 지루한 법정 싸움에서 슈만이 승리하면서 클라라와의 결혼은 슈만의 음악인생에 절정을 가져다주었다. 결혼한 1840년부터 1842년까지 3년 동안을 각각 `가곡의 해'(1840), `교향곡의 해'(1841), `실내악의 해'(1842)라고 부를 만큼 다양한 장르에서 명작들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피아노사중주와 피아노오중주는 E플랫장조로 조성이 같으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피아노오중주는 화려하고 경쾌한 에너지로 가득한 데 비해 피아노사중주는 비장미가 흐르는 서정적인 곡이다. 네 개의 악장 전체를 지배하는 바이올린의 비브라토가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며, 특히 제3악장은 애절한 사랑의 서정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슈만은 출판업자 위스틀링에게 보낸 편지에서 “피아노사중주곡이 풍부한 악상을 지니고 있으며, 피아노오중주곡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쓸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제1악장 Sostenuto assai-Allegro ma non troppo 짧은 서주 후에 빠른 소나타 형식의 제1주제가 이어진 후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닌 느린 서주는 곡 중간에 계속해서 등장한다. 잠시 후 제2주제는 피아노가 상승음계 선율을 제시하면서 힘차고 명쾌하게 끝을 맺는다.

△제2악장 Scherzo Molto Vivace 피아노와 첼로가 먼저 스타카토로 밀고 나가면 이어서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이것을 되풀이한다. 모든 악기가 8분 음표를 연주하는 특징적인 이 음형이 스케르초의 주제가 되어 반복해서 등장한다. 중간에 성격이 다른 2개의 트리오가 들어 있으며 매끄러운 선율과 부드러운 화음 진행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제3악장 Andante cantabile 슈만다운 낭만적인 정서가 넘치는 악장이다. 바이올린이 먼저 주제를 암시하는 악구를 연주하고 첼로가 그것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주제를 서정적이고 우아하게 노래한다. 이 주제 선율은 칸타빌레의 성격을 유지한 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3중창처럼 연주된 후 카논형식으로 첼로가 다시 연주된다. 코다를 거치면서 조용히 끝난다.

△제4악장 Finale. Vivace 소나타 형식으로 대위법을 풍부하게 쓴 활기찬 악장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의 유니슨으로 제1주제가 빠른 선율로 제시된다. 이 주제는 다시 푸가토 형식으로 비올라, 피아노, 바이올린 순으로 진행하며 슈만은 푸가 형식을 적극 활용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리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글렌 굴드(피아노), 줄리아드 현악사중주단(CBS, 1965)
△외르그 데무스(피아노), 바릴리 현악사중주단(Westmister, 1956)
△메나헴 프레슬러(피아노), 에머슨 현악사중주단(DG, 1996)
△보자르 트리오, 사무엘 샌더스(비올라), 돌프 베텔하임(바이올린)(Philips,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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