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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네스트 쇼송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시곡〉 작품번호 25 
에르네스트 쇼송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시곡〉 작품번호 25 
  • 의사신문
  • 승인 2016.06.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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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58〉

■우수와 정열이 가득한 관능적인 분위기의 근대 바이올린의 걸작

쇼숑의 이 작품은 협주곡과 같은 대곡을 제외하고 예술적 바이올린 독주곡의 걸작으로 오늘날까지도 즐겨 연주되고 있는 대표곡 중 하나이다. 우수와 정열, 그리고 관능적인 신비스러운 꿈에 가득 찬 서정적인 가락의 여음은 가슴속에서부터 무언가 끓어오르게 하며 마음을 바짝 끌어당긴다.

이 곡의 특징은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와의 협주형식이지만 일반 협주곡과 달리 단형식의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바이올리니스트의 기량과 성품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독특하면서도 교묘한 교양적인 주법과 강한 정열이 함께 깊은 우수를 바탕으로 한 시대적 감정과 적절히 배합된 근대 바이올린 작품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어려서 법률을 공부했던 쇼숑은 이에 회의를 느껴 25세 늦은 나이로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여 음악공부를 시작한다. 일단 음악의 길을 선택한 쇼숑은 파리 음악원에서 작곡가 마스네와 세자르 프랑크에게 작곡을 배우면서 프랑크학파의 작곡가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졸업 후 뮌헨과 바이로이트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를 접하곤 강한 인상을 받아 10년 동안 작업한 끝에 오페라 `아르튀 왕'을 완성하였다. 그해 국민음악단체인 국민음악협회의 서기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작곡활동도 펼쳤으나 44세 때인 1899년 6월 자전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음악은 명료성과 균형과 형식적 안정성 면에서 극히 프랑스적이며, 화성적인 면에서는 바그너의 영향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세자르 프랑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가장 쇼송의 개성을 잘 나타냈다는 평을 듣는 이 작품은 서정미가 풍부하고 정열에 넘치며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긴밀한 유대 속에서 몹시 감각적으로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독주 바이올린이 솟아오르면서 오케스트라를 잠식해 들어간다.

마치 구름 사이를 뚫고 그 휘황한 빛살을 내미는 강렬한 태양빛처럼 찬란하다가 다시 구름에 묻히는 과정이 지나면 주제와 카덴차도 진행되면서 음악의 시는 무르익어간다.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엄숙한 진행은 아주 긴 서정시를 한 수 읊고 난 듯한 느낌의 물 흐르듯 유려하며 전체적으로 잘 짜진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과 연관 지어 볼 작품으로 쇼송의 친구이자 벨기에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유진 이자이의 `슬픈 시'와 함께 가수인 파울린 비아르도에 대한 투르게네프의 사랑을 담고 있는 투르게네프의 단편소설 `승리한 사랑의 노래'가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칼부림 장면을 비롯해 여러 장면은 이 작품에 그대로 묘사되어 있으며, 1896년 완성돼 이자이에게 헌정하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정열적이지만 불길한 예감으로 가득한 관능적인 분위기에 싸여 있다.

단일 악장으로 구성된 파격적인 형식과 더불어 악구의 길이는 불규칙하며 강렬한 태양처럼 열정을 털어놓는 화음으로 가득하다. 이 곡은 크게 4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 Lento e misterioso 느리고 신비스러운 서주에 뒤이어 명상적이고 맑은 제1주제를 독주 바이올린 카덴차 풍으로 발전시키면서 마지막 부분에서 정열적이고 강렬한 독주 바이올린과 함께 오케스트라가 노래한다.

△제2부 Molto Animato 6박자로 전개되면서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와 총주로 활달하고 강렬한 제2주제가 나타나는데 정열적이며 명랑한 이 부분은 클라이맥스로 나아간다.

△제3부 Poco lento Allegro 제1주제를 관현악이 연주하면서 독주 바이올린이 이를 이어받고 빠르게 넘어가면서 번민하면서 때로는 꿈을 꾸듯, 때로는 진지한 정열로서 여러 가지 형태의 변조를 선보인다. 제4부 Tempo primo 처음 템포로 제1주제에 의한 종결부로 들어가면서 힘을 억제하고 일단 고조된 후 서정적인 정취를 자아내면서 Tranquillo으로 매우 여리게 끝을 맺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아르투르 그뤼미오(바이올린), 마누엘 로장탈(지휘), 라무뢰 콘세르트 오케스트라(Philips, 1966)
△자넷 느뵈(바이올린), 이사이 도브로벤(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46)
△지노 프란체스카티(바이올린),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BS, 1964)
△야사 하이페츠(바이올린), 솔로몬(지휘), RCA 심포니 오케스트라(RCA, 1951)
△정경화(바이올린), 샤를 뒤투아(지휘),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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