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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의학적 지식이 높다? 
한의사가 의학적 지식이 높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6.27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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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일원화 당위성을 다룬 한 포럼에 발표자로 참석한 모 보건대학원 교수가 “의사는 한의학 지식이 거의 없지만 한의사는 상당한 수준의 의학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한의사가 의학적 지식이 높다? 사회학을 전공해 의학적 지식이 없는 모 교수가 느끼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지난해 한의사를 대표한다는 한의협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의학적 지식의 바닥을 드러낸 바 있다. 골밀도 측정기의 엉터리 시연은 물론 잘못된 판독과 해석, 위생에 대한 무지 등으로 의료계와 언론의 비웃음을 샀다. 한의계를 대표하는 한의협의 수장이 말이다. 한의사가 의학적 지식이 높다는 그의 발언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날 포럼의 또 다른 발표자인 장성구 경희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40년 동안 의료현장에서 CT, MRI 등을 수없이 찍었지만, 아직도 영상의학 전문의의 진단을 꼭 듣는다. 가끔은 상반된 의견이 나와 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무려 40년을 의료현장에서 보낸 외과의사도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을 참고한다. 그런데 공식적인 교육을 받지도 않은, 면허도 없는 한의사가 스스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한다는 건 전문성이 전무함은 물론 납득하기 어렵다.

의료계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밥그릇 싸움 때문이 아니다. 혹시라도 면허가 없는, 전문의가 아닌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제대로 사용하거나 판독하지 못해 진단을 잘못 내릴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럼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로 돌아간다. 환자는 질환과는 관계없는 엉뚱한 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동안 병이 악화될 수 있으며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동시에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으로 건강보험료가 낭비돼 사회·경제적 문제로 번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에 대한 대국민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료계 입장에서는 법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너무나 당연한 사실일 뿐이다. 이렇게 당연한 사실이 침해당하고 인정되지 않을 때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 마련 없이 외면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사가 의료현장에서, 진료실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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