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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으로 암 진단하는 시대가 온다
혈액으로 암 진단하는 시대가 온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6.23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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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요법연구회, 2016 ASCO 최신 임상결과 발표…혈액 등 ‘액체생검’으로 암환자 체내의 암유전자 변이 확인

유전자 변화와 관련된 암을 진단하거나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정하기 위해서는 조직생검을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혈액이나 복수 등 체액으로 암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 손주혁 교수(연세대 의대 종양내과)가 ‘액체생검을 이용한 맞춤 항암치료 시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강진형)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암 치료 관련 주요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 손주혁 교수(연세대 의대 종양내과)가 ‘액체생검을 이용한 맞춤 항암치료 시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암의 발생은 유전자 변화와 관련돼 있는데, 동일한 암을 진단받은 암환자들도 서로 다른 유전자 변화를 가지고 있다. 환자의 특성에 따른 암맞춤치료를 하기 위해 요즘은 조직생검이 진단 시뿐만 아니라 치료 중이나 재발 시에도 수시로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늘, 내시경 등을 이용해 인체에 침습적으로 시행되는 조직생검은 환자에게 불안감과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반복적으로 조직생검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같은 환자일지라도 암 덩어리마다, 또 같은 암덩어리 내에서도 서로 다른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한 환자의 암 덩어리 중 한 개를 조직 생검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하는 경우, 충분한 치료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조직생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천자나 절개 등의 침습적인 시술 없이 혈액이나 복수 등 체액에 있는 암의 유전자조각을 이용해 검사하는 액체생검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

지난해 6월, 미국 FDA는 폐암의 표적치료제인 엘로티닙 치료를 결정할 때 필요한 EGFR 유전자 변이를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cobas® EGFR Mutation Test v2를 승인하기도 했다. 이는 폐암 조직에서 혈액으로 방출된 암관련유전자(DNA)를 환자의 혈액에서 검출하는 액체생검 방법 중의 하나다.

또한 이번 ASCO에서 기존 폐암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특정유전자(T790M)가 있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로실레티닙의 임상연구에서 액체생검(혈액)이 조직생검을 대체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결과가 보고돼 관심을 모았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에게서 로실레티닙 치료 전에 폐암조직, 혈액, 소변 샘플을 채취해 특정유전자(T790M)의 여부에 대해 검사를 시행한 결과, 액체생검과 조직생검 간에 80% 정도의 일치율을 보였으며, 치료효과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는 대(직)장암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손주혁 교수는 “38명의 대(직)장암 환자의 혈액에서 BEAMing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RAS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고 조직에서 시행한 RAS 유전자 검사와 일치도를 비교 분석했을 때 약 90%의 일치율을 보였다는 연구결과 보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폐암, 유방암, 대(직)장암 등으로 진단된 1만 5,19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직생검과 액체생검 간에 유전자 변화를 비교한 대규모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들 중 386명에서 혈액과 조직 간에 유전자 변이 결과는 약 87%의 일치했고, 혈액생검과 조직생검을 시행한 시간차가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98%까지 일치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액체생검은 암환자의 개인별 맞춤치료를 위해 필요한 암유전자 변이정보를 채혈처럼 보다 용이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최근 FDA 액체생검 승인과 이번 ASCO에서 발표된 연구들로 인해 암 치료약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혈액을 채취하여 이용하는 시대가 처음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액체생검은 혈액 내 매우 소량의 DNA를 검출/분석하기 때문에 향후 더욱 기술적 발전이 요구되며 조직생검과 상보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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