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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바이올린소나타 제2번 D단조 작품번호 121 
로베르트 슈만 바이올린소나타 제2번 D단조 작품번호 121 
  • 의사신문
  • 승인 2016.06.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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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57〉 

■고흐의 자화상처럼 선명하게 분열된 슈만의 초상

바이올린소나타 제2번은 제1번과 거의 동시에 급속도로 만들어졌다. 슈만은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에 대해 왠지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을 보완할 만한 다음 소나타를 즉시 만들어야겠다고 스스로를 재촉, 작곡을 착수한 지 1주일 만에 바이올린소나타 제2번을 완성했다. 그가 원한 바대로 제1번보다 더 나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은 악장도 하나가 늘어 총 4악장이 되면서 `Grand Sonata'라는 별칭도 붙었고, 악장이 추가되면서 제3악장에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주제와 변주'가 배치되었다.

또한 이 곡에는 `복잡한 통일성'이라는 모순된 개념이 적용되었다. 서사적 여행을 떠나는 듯한 제1악장의 분위기는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하는 방랑자의 이미지와 겹쳐지고 나머지 악장들도 `파란만장한 여행'과 같이 전개된다. 전반적으로 통일감을 부여하는 독창적인 요소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각각의 악장에서 고뇌를 담은 성부들이 어둡게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이 나타날 따름이다. 성부들이 서로 다른 빛깔을 띠고 있다는 자체가 하나의 통일성일 정도로 그렇게 각 성부들은 분열되어 흘러간다.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과 제2번은 다분히 이율배반적이다. 명상적이고 내면응시가 강한 소나타 제1번에 비해 소나타 제2번은 에너지에 충만하고 열정적인 작품이다. 이것은 그의 당시 상태와도 일치한다. 극단적인 조울증 환자였던 슈만은 젊은 시절 두 개의 필명을 가지고 음악평론가로 활동했다. 하나는 명상적이고 우울한 인물인 오이제비우스(Eusebius)였고, 또 하나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인 플로레스탄(Florestan)이었다. 이 두 인물은 그의 피아노 작품 〈사육제〉에도 등장하는데, 총 21곡 중 제5곡이 `오이제비우스', 제6곡이 `플로레스탄'이기도 하다.

1853년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젊은 브람스를 슈만에게 소개시켜준 요세프 요아힘으로부터 하노버로 가는 길에 뒤셀도르프의 슈만 집을 방문하겠다는 편지를 받았다. 슈만은 오랜만에 만나는 요하임과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로 자신과 브람스 그리고 자신의 제자 알베르트 디트리히와 함께 요아힘을 위한 바이올린소나타를 작곡하기로 계획한다. 요하임의 개인 모토였던 Frei Aber Einsam(자유롭지만 고독하게)의 이니셜을 따서 F.A.E.소나타로 명명했다. 디트리히가 제1악장을, 슈만이 제2, 4악장을 담당하였고 브람스가 제3악장을 맡았다. 슈만은 악보에 “F.A.E.은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친구, 요세프 요하임의 뒤셀도르프 도착을 기대하며 RS, JB, AD이 함께 이 곡을 썼습니다.”라고 적었다. 1853년 10월 28일 저녁 슈만의 집에서 요아힘이 바이올린을, 슈만 부인 클라라가 피아노를 맡아 연주하였다.

요하임은 3명이 각각 다른 악장을 작곡하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매우 기뻐하였다고 한다. 이 곡은 작곡가들 생전에는 출판되지 않았는데 브람스가 쓴 제3악장 스케르초만 브람스 사후 10년이 지난 1906년, 브람스의 바이올린소나타 3곡과 함께 출판된다. 하지만 슈만은 이 곡을 쓸 무렵 이미 심각한 분열증세로 무너져가는 그의 정신상태가 그대로 이 곡에 투영되었는데, 자신이 맡았던 두 개의 악장 외에 다른 두 악장을 더 써 바이올린소나타 제3번을 완성하였지만, 그 후 이 곡이 출판되기도 전에 발작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만다.

이렇게 완성된 바이올린소나타 제3번은 드라마틱하고 열정적인 제1악장에서부터 장난스러운 스케르초를 거쳐 서서히 고조되어가는 바이올린을 피아노가 밑에서 집요하게 윤곽을 잡아주는 제2악장을 지나고, 가볍게 녹아들듯 아름다운 제3악장을 거쳐 마치 강물처럼 자유롭게 미지의 시간을 향해 달려가듯 생동감 있으면서 우아한 제4악장에 이르기까지 슈만 특유의 낭만적인 개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특유의 드라마틱하고 심층심리학적인 복합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신의 마지막 자화상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곡은 슈만 사후 100년이 지난 195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출판되었고 작품번호는 사후출판을 의미하는 WoO.(without opus) 27이다.

△제1악장 Ziemlich langsam-Lebhaft 통렬하고 비장한 느낌의 서주로 시작하는데 이 악상은 매우 빠른 템포로 화려하게 채색된 채 그대로 제2주제로 이어진다. 피아노는 마치 불안한 심장이 뛰는 소리를 연상케 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밸런스는 어느 쪽이 조금이라도 기울어지면 바로 무너질 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제2악장 Sehr lebhaft 브람스 느낌을 주는 스케르초 형식으로 전반적으로 피아노의 베이스 라인이 집요하게 윤곽을 잡으면서 중역대의 바이올린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제3악장 Leise, einfach 변주곡 형식으로 바이올린의 피치카토로 시작하며 다소 어두운 열기를 띠고 빠르게 진행된다.

△제4악장 Bewegt 거친 강물처럼 자유롭게 미지의 시간을 향해 흐르는 듯 힘차고 당당하게 끝을 맺고 있다. 바이올린은 마치 그 투쟁 자체에 모든 삶의 의미가 담긴 듯 강물을 거슬러 헤엄쳐야 하는 연어처럼 목표로 하는 그곳에 이르기까지 전력투구하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기돈 크레머(바이올린), 마르타 아르게리치(피아노)(DG,1986)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바이올린), 라르츠 보그트(피아노)(Ondine, 2013) △콜자 블라허(바이올린), 브루노 카니노(피아노)(Arte nova,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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