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20:52 (토)
밴딩폭도 공개 안하는 불공정 수가협상 
밴딩폭도 공개 안하는 불공정 수가협상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6.06.20 1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각 의료공급자단체의 2017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이 최근 마무리됐다. 평균 인상률 2.37%로 지난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전 유형이 타결됐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협상 전 이미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올해 총 밴딩폭(추가소요재정분)을 공단이 각 공급자단체의 희망대로 공개하지 않고 공급자단체를 압박하는 협상용 카드로 써 제로섬 형태로 협상이 진행된 것이다. 이로 인해 밴딩폭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각 공급자단체는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공단보다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고, 이후 한정된 재정을 놓고 파이싸움만 펼치는 수가협상의 한계를 보여줬다. 즉,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올해도 반복된 것이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김주형 수가협상단장은 협상이 한참 진행되던 중 공단과 큰 입장차를 확인하고 “공단 측 협상단도 수가 인상에 큰 권한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난색을 표시했고, 공단 관계자도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 최근 기자와 만나 “수가 결정 구조상 누가 협상에 임해도 환산지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협상의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경제학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은 어떤 정보가 어느 한 쪽에만 존재하거나 치우쳐 있고 다른 한 쪽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부족한 상황을 말한다. 이로 인해 한쪽이 재화와 서비스 등의 특징을 감춰 불공정한 거래를 하게 될 `역선택'이나 본래 의도를 숨기고 행동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보의 비대칭의 대표적 사례로 보험사와 보험가입자의 관계가 거론된다. 결국 정보를 가지지 못한 쪽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큰데 공단과 공급자 단체의 수가협상도 마찬가지다.

보험사와 보험가입자 간의 계약뿐만 아니라 주주와 경영자, 고용주와 피고용인 등 민간 영역에서도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강구책이 논의 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표적인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 수가협상이 제대로 된 `협상'이 되기 위해서는 매년 반복되는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해결되어 의료공급자와 보험자, 그리고 가입자가 건강보험 재정의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구조가 개선돼야 할 것이다.

배준열 기자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