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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속 의료계, 가장 큰 피해자는 '전공의'
'풍전등화' 속 의료계, 가장 큰 피해자는 '전공의'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6.20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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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전공의협의회 임시총회, 전공의특별법·의료분쟁강제개시법·의료일원화 등 의료계 현안 논의

전공의들이 답답한 의료계 앞날을 우려하며 대책 논의에 나섰다. 마지막에는 어깨띠를 두르고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결의안을 제창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19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전공의들은 전공의 특별법 취지 훼손, 의료분쟁조정법 시행, 의료일원화 강행 등 의료계 주요현안에 대한 중지를 모았다.

먼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명 신해철법에 대해 전문가도 우려를 드러냈다.

조승연 대전협 자문 변호사

조승연 대전협 자문 변호사는 “‘신해철법’이라는 통칭 자체가 부정적인 인식을 담고 있다. 의사 책임에 의한 의료사고를 전제하게 된다. ‘신해철법’이라는 용어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사망, 중상해 등 사건의 경우 동의 없이 조정 절차가 진행된다. ‘조정절차’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동의 없이 진행된다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정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증거수집 방법의 문제점 또한 지적됐다.

조 변호사는 “환자가 어떤 자료를 알 수 없지 않느냐는 여론 때문에 증거수집에 강제성이 있는데, 사실상의 압수수색이나 마찬가지다. 영장도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자료제출 범위에 제한도 없고, 자료가 언제 어떻게 유출될 지 알 수 없다는 것 또한 큰 문제다. 내부자가 자료를 빼왔다고 하면 입증할 길이 없다. 반드시 이 부분에 있어 통제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공의들은 우려와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관련 단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기동훈 대전협 수석 부회장은 “의협의 미온적인 대처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면서 “해당 법안이 국회를 단계별로 통과할 때마다 회원들에게 홍보가 제대로 안 됐다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용욱 대전협 총무이사는 “전문의를 따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고 “의협에 실망했다는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것이 반성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병협 차원에서 전공의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려대의료원의 모 전공의는 “의료사고가 발생 시 전공의를 보호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모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병원에서 전공의 하나 내치는 건 어려운 일 아니라면서...”라며 말을 시작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사망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타깃은 전공의가 될 것”이라며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전공의에게 피해가 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대전협이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하 대전협 기획이사는 “의협, 병협뿐 아니라 중환자를 다루는 해당 과 학회에서 액션이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교수님, 스승님들이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 후배 입장에서 서운하기도 하고 실망스럽다”며 관련 학회도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송명제 회장은 “국민과 여론을 대상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겠다”면서 “각 의료단체에 전공의를 위한 보호 장치 강구를 요청할 것이며, 중환자를 보는 학회별 대처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전공의특별법’의 효과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전공의들은 1차적으로 병원환경에 대한 분석과 수련병원과-전공의 간의 크로스체크부터 시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형 대전협 정책이사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실태조사나 평가방법, 위원, 조사 시기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면서 “병원이 어떤 수련 과정을 제공했는지부터 체크해야 하는데 관련 전공의 설문조사도 없다. 나아가 피고용자, 피교육자로서 전공의들이 눈치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익명성을 담보로 한 수련 설문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3~5년간의 수련환경 평가자료를 축적해서 공개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PA 양성화 움직임에 대해 조승국 대전협 평가수련이사는 “미국에서 PA는 말그대로 어시스트만을 하도록 아주 엄격하게 업무 범위가 한정돼 있어 우리나라에서와의 개념이 다르다”면서 “미국은 수가가 받춰주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싼값에 인력을 사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송명제 회장은 “대전협은 PA활성화에 절대 합의 불가하며, 수련평가위원회 구성에 전공의 의견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호스피탈리스트 조기 정착을 요구하고, 전공의 수련과 양성에 정부의 지원을 당당히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해온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논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불법사용'을 주제로 발제에나섰다.

그는 “한의계는 중소기업 중앙회, 규제학회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의료 영역을 침범하고 있고, 앞으로도 한의계·치과계의 영역 침범이 많아질 것”이라며 “치과 보톡스 관련해서 상식 밖의 법원 판결이 나온다거나 한의계에서 의료면허체계를 위협하는 삐딱한 시선이 나온다면, 파업을 결정하는 등 하나로 똘똘 뭉쳐서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하 대전협 기획이사는 “한의대 교수부터도 ‘담적’이라는 표현으로 의료계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하지만 관련 과 학회에서는 아무런 문제제기 없어 원망스럽다. 왜 바쁘고 경험도 적고 피교육자로서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전공의가 나서야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학자가 나서서 검증을 요구해야 이슈가 되고, 검증이 될 때 의료계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배움의 선상에 있는 전공의가 얘기하는 것과 권위 있는 전문가 교수님들이 주장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든 안건 상정 및 토의가 끝난 후 대전협은 ‘경영수단 이용말고 양질교육 제공하라’, ‘근거없는 한방의학 의료일원 어불성설’, ‘방어진료 소극치료 피해자는 국민이다’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결의안을 제창했다.

대전협은 “전공의특별법 하위법령 제정은 오직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에 충실하게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분쟁조정 강제개시법은 의료행위의 본질을 고려하지 않은 악법으로 중환자 기피와 방어진료, 소극진료를 조장한다. 부당하고 불행한 결말을 예고하는 이 법안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개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 강제개시법으로 전공의가 고통을 겪는 일이 발생한다면 전국 1만 5000명 전공의가 힘을 합쳐 해당 전공의를 보호하고, 악법철폐를 위해 행동으로 돌입할 것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또 "의료일원화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업 및 의·한협진사업 역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한방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 없이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더 이상 병원이 아닌 거리에서 국민의 건강을 사수할 것임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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