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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이리치 차이콥스키 현악사중주 제1번 D장조 작품번호 11 
표트르 이리치 차이콥스키 현악사중주 제1번 D장조 작품번호 11 
  • 의사신문
  • 승인 2016.06.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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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55〉 

■스산한 가을날 러시아의 넓은 지평선을 바라보듯

차이콥스키는 평생 현악사중주 3곡을 남겼다. 그중 현악사중주 제1번은 수작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제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는 스산한 가을날 러시아의 넓디넓은 지평선을 바라보는 듯 그 아련함과 서정적인 선율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876년 12월 어느 날 모스크바음악원 설립자이자 지휘자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를 위하여 차이콥스키 음악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톨스토이는 현악사중주 제1번의 제2악장을 들을 때 조용히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음악회가 끝나고 며칠 지난 후 차이콥스키는 톨스토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편지를 받았다. “그 음악회는 나의 최근 모스크바 체류 중 가장 좋은 추억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나는 귀하의 재능에 온통 반해버렸습니다.” 그러자 차이콥스키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저의 음악이 선생님을 감동시키고 매혹시킨 것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또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도저히 선생님께 말씀드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 편지를 주고받을 당시 톨스토이는 48세, 차이콥스키는 36세였다. 차이콥스키는 당시 이 사건에 대해 그의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레프 톨스토이께서 나와 나란히 앉아서 나의 첫 사중주곡의 안단테 칸타빌레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만큼 기쁘고 작곡가로서 자랑스러웠던 일은 아마 내 생애에 다시는 없을 것이다.”

차이콥스키가 1869년 우크라이나 카멘카 지방으로 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벽난로를 만드는 미장이들이 부르는 `와냐는 긴 의자에 앉아있었네'라는 가요를 들었다. 이 선율이 마음에 든 차이콥스키는 곧바로 악보로 옮겨 적어두었는데, 2년 후 마침내 그 선율을 현악사중주 제1번의 제2악장 주제로 사용하면서 전 악장을 완성하게 된다. 초연하기 전 모스크바의 러시아귀족클럽에서 선보이자 당시 음악평론가인 라로시는 “일반적인 음악과는 다른 여성적이면서 부드러운 우아한 멋을 지닌 특징이 있다.”라고 호평하였고, 1872년 3월 28일 초연된 후에는 여러 곳에서 연주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해 10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성공을 거둔 차이콥스키는 당시 동생 모데스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 사중주곡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876년 보스턴에서는 지휘자 한스 폰 뵐로우가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여 대호평을 받으면서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전역과 미국에서도 인기가 폭발했다.

△제1악장 Moderato e semplice 독특한 싱커페이션의 제1주제를 제1바이올린이 리드미컬하게 짧게 연주하고는 좀 더 유려한 제2주제로 연결되면서 전개부에서 제1주제의 리듬을 기본으로 변형된 연주가 진행되다가 제2주제가 단편적으로 추가되면서 다시 제1주제와 대조를 이룬 연주를 하면서 제2주제는 원형 그대로 연주하다가 마지막에 빠른 코다로 끝을 맺는다.

△제2악장 Andante cantabile 2개의 요소가 엇갈려 나오면서 박자가 빈번하게 바뀌어 그 선율의 흐름이 매우 불규칙하게 변형되는 특징이 매력적이다. 특히 약음기를 낀 현악기로 연주하도록 지시되어 있어 현의 진동을 억제하면서 소리를 약화시킴과 동시에 음색 자체를 변화시켜 전반적으로 더 부드럽고 온화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우아한 선율을 처리하고 있다. 러시아민요를 근거로 한 제1주제가 있고, 첼로의 반음계적 반주 음형이 반복하는 속에 제1바이올린에 의한 주제가 번갈아 연주된 후에 다시 제1주제로 돌아가 고조되면서 코다를 맞이한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non tanto e con fuoco 3부 형식의 스케르초로 상쾌한 리듬의 도입부 주제가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러시아 민속춤곡을 연상시키는 적절한 악센트의 규칙적인 박자로 합주되면서 트리오 부분에서는 악상이 다양하게 변화하며 발전하는 것이 흥미롭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giusto 러시아 춤을 연상시키는 제1주제가 바이올린으로 연주되고, 비올라가 같은 주제를 카논으로 이어받게 된다. 제2주제는 싱커페이션 리듬의 합주가 간결히 진행되고 코다로 이어지게 된다. 전개부는 제1주제의 변형과 각 악기의 기교적으로 잘 배합된 연주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면서 재현부가 반복적으로 변화하고 코다 후에 제2주제를 소재로 한 제2악장의 주제가 잠시 등장하고 피날레에서는 빠른 속도로 고조된 후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보로딘 현악사중주단(Melodyia, 1979)(EMI, 1982)
△스메타나 현악사중주단(EMI, 1966)
△아마데우스 현악사중주단(DG, 1979)
△드롤츠 현악사중주단(Dg, 1970)
△에머슨 현악사중주단(DG,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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