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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버르토크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 작품번호 117, BB124 
벨라 버르토크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 작품번호 117, BB124 
  • 의사신문
  • 승인 2016.05.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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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54〉 

■바흐 생각하며 써내려간 버르토크의 마지막 독백

버르토크는 피아노가 딸린 바이올린소나타가 아닌 바흐 음악을 생각나게 하는 독주 바이올린소나타를 썼다. 저음역이 없는 바이올린은 폭넓은 음역을 활용할 수 없어 독주 바이올린 작품을 만들기는 여간 까다롭지 않다. 네 개 현의 특성을 잘 살리는 것도 어렵지만 동시에 두 개의 이상의 음을 연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성 음악도 화성음악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버르토크는 그 난점들을 넘어 새로운 것도 시도했다. 그는 음을 미분하여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 현악사중주 제6번,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 등 세 작품에서 적용했다. 물론 바흐에 대한 경의로 만들었지만, 이 곡은 온전한 버르토크풍이다. 예후디 메뉴인에 의해, 1944년 11월 26일 뉴욕에서 초연되었다. 이 곡을 완성했을 때, 그에게는 단 18개월의 생만이 남아 있었다. 결국 바흐를 생각하며 써내려간 버르토크의 마지막 독백이 되었다.

1939년 미국 여행 때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요셉 시게티를 알게 된 버르토크는 망명을 결심하고, 1940년 10월 8일 부다페스트에서 야노슈 프렌치크의 지휘로 마지막 연주회를 가진 후 뉴욕에서 컬럼비아대학의 연구원으로 지냈는데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요셉 시게티, 재즈 클라리넷연주자 베니 굿맨과 공연하는 콘서트를 몇 차례 열면서 〈클라리넷과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콘트라스트〉라는 곡이 작곡되기도 하였지만 이 시기 그의 백혈병은 점점 악화되었다.

1943년 지휘자 쿠세비츠키의 위촉으로 보스턴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1944년 12월 초연하였다. 이때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이 자신을 위한 바이올린소나타를 위탁하자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를 작곡하게 된다. 이 작품들이 성공을 거두자 많은 작곡 의뢰를 받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거의 완성시켰고, 윌리엄 프림로즈의 의뢰로 작곡 중이던 비올라협주곡 독주 파트의 스케치를 완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으로 치닫자 버르토크는 부다페스트로 돌아가길 희망했으나 결국 뉴욕 웨스트사이드병원에서 1945년 9월 26일 생을 마감한다.

버르토크는 동서 문화가 교차하는 동쪽 지중해 연안 전역에서 최초의 민족 음악가였다. 그는 민족이나 문명이라는 영역을 초월한 공통 언어를 발견하는 데 전념했다. 채집한 민속선율에서 외국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조국 헝가리 전통음악의 원류를 찾았다. 그의 작곡 방법은 낭만주의 개념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민족음악은 어떤 점에서는 개인적 예술의 산물이며, 또 다른 점에서는 그 본질 자체에 의해 민족음악의 표현 자체는 집단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조금씩 선법성과 조성, 반음계법과 온음계법 사이에서 그러한 것들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방법을 창조해냈다. 그의 작품에는 화성의 자유로움과 해결되지 않은 불협화음의 존재 사이에 양의성이 있다. 결국 그의 작품세계에서는 거친 온음계법에 의한 고풍스런 노래의 질서가 반음계적 요소의 퇴적에 의해서 사라져 버리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고 있다.

△제1악장 Tempo di ciaccona : 음악평론가 헐시 스티븐스는 이 곡이 샤콘느 악장이 아니라 샤콘느 성격의 소나타 악장이라고 평하였다. 도입부에서 단조로 시작했다가 마지막에 장조로 바뀌는데, 바흐의 샤콘느에서 적잖은 영향을 받았음을 느끼게 하는 엄숙한 샤콘느 주제와 마자르 민속음악을 떠오르게 하는 6도 음정으로 구성된 주제가 번갈아 가며 반음계법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한층 유동적인 제3주제가 연달아 등장한 뒤 다시 재현부를 거쳐 끝을 맺고 있다.

△제2악장 Fuga Risoluto non troppo vivace : 푸가형식이지만 그리 까다롭지 않고 매우 자유롭다. 푸가의 변주와 함께 각종 대위법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푸가적 환상곡으로 느껴진다.

△제3악장 Melodia Adagio : 이 악장은 반음계적인 진행이 주를 이룬다. 형식은 단순지만 선율을 교묘하게 변형시키면서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 사이의 연관성을 알기 힘들다. 주제를 반음계적으로 굴절시켜 장식적인 선율과 함께 절제된 아름다움이 형태를 교란시킨다. 중간부분에서 현악기는 시종 약음기를 달고 연주한다. 버르토크는 메뉴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악장 전체를 약음기를 달고 연주할 것을 권했다.

△제4악장 Presto : 첫 부분은 현악사중주 제4번의 제2악장과 연관이 있다. 첫머리는 일종의 무궁동 분위기를 지니다가 이어 등장하는 활기찬 춤곡 선율 2가지가 악장 내내 번갈아 등장한다. 두 번째 부분은 프리지아선법의 민요적 선율의 느낌을 갖는데, 느슨한 론도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전곡 가운데 기교면에서 가장 까다롭다.

■들을 만한 음반
△예후디 메뉴인(바이올린)(EMI, 1957)
△앙드레 게르틀러(바이올린)(Hungaroton, 1954)
△바르나바스 켈레맨(바이올린)(Hungaroton, 2012)
△예니 아벨(바이올린)(Harmonia mundi,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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