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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보장성 강화…'분만 인프라 붕괴' 과속화"
"정부의 보장성 강화…'분만 인프라 붕괴' 과속화"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5.27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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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분만병원 접근성·산부인과 인력수급 문제 야기…결국 출산 문제로 직결

분만 시 상급병원 1인실 사용 및 임신부 초음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오히려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초래함은 물론 출산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는 26일 대한의사협회 3층 회의실에서 분만 관련 1인실 및 초음파 급여화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산부인과의 어려운 환경에 대해 토로하며 비현실적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쓴 소리를 뱉어냈다.

이홍주 학술자문위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홍주 학술자문위원은 “정부는 상급병실 급여화 소요비용으로 산모 1인당 약 16만원, 연간 출생아 42만 명으로 잡고 연간 66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실제 비용은 추계예산의 2~3배 수준”이라며 “OECD 국가 간 보험수가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특히 인건비는 거의 상정되지 않아 평균 10배 정도 차이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렇게 비현실적인 분만 수가는 산모의 안전한 출산을 위한 분만 인프라를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 학술자문위원은 “지난 10년간 산부인과의원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 개업 대비 폐업 비율도 223.3%로 다른 진료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면서 “불가피한 의료사고도 많고 수가가 낮아 분만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산부인과 전문의도 줄어들어 야간 ·응급분만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 결국은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패널토론에서도 분만 인프라의 붕괴에 대한 우려와 잘못된 분만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산부인과학회 이근영 보험위원회 고문(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분만 인프라가 붕괴된다는 것은 나라 전체가 붕괴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산부인과가 메디컬 퍼포먼스 가장 높지만 모성사망률에서는 꼴찌다. 1인실 급여화를 떠나서 일단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아젠다다”고 꼬집었다.

이 고문은 “고위험 산모가 굉장히 늘고 있지만 관련 수가는 하나도 없다”면서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인건비도 없고 의료사고 위험성도 높다. 하지만 분만실의 경영적자가 계속돼 간호사들은 휴가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대학병원 분만실은 적자를 면할 수 없다. 결국 폐쇄하는 것이 답”이라고 토로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의무이사(안성 모아산부인과)는 “공급자 의견을 무시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낮은 수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무시하고 해결 의지는 전무하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저출산 문제는 임신 및 출산 관련 진료비가 높아서라기 보다는 고가의 주택비용, 자녀 사교육비, 청년 일자리 부족 등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김 의무이사는 “출산율 저하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사회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급여화 이전에 종별, 시설 및 지역 환경 등을 면밀히 파악 후 의료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보장성 강화보다는 안전하고 질 좋은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이동욱 경기지회장은 “산모들은 재원보다는 실력 있는 산과 의사, 안전한 분만, 좋은 서비스를 원한다”면서 “산모와 공급자의 니즈는 동일하다. 보장성 강화보다는 분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고 분만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신부 초음파 급여화에 있어 의학적 특수성이 고려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부인과학회 최석주 사무총장(삼성서울병원)은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는 거의 모든 진료영역에서 사용된다. 특히 산과에서는 임신부 및 태아 상태를 진단·평가하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검사다”라며 “임신부초음파는 다른 초음파에 비해 검사 난이도와 중요도가 높고, X-ray, CT, MRI 등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이런 특수성을 인정하는 적정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토로와 비판에도 보건복지부는 정책적인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정통령 보험급여과장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보장성 강화는 국민, 국회, 정부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물론 포퓰리즘적일 수 있겠지만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연령별, 계층별로 임산부의 보장성이 가장 낮다는 지적이 있어서 추진된 정책”이라면서 “급여화 진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와의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부분은 반영해 나가겠다”라며 다소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과장은 “산부인과 낮은 수가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 계속 됐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적절한 수가 보상에 대한 원칙이 정부에 관철돼야 한다. 담당 공무원이 먼저 설득돼야 하고 관련 근거나 자료를 제출하는 등 협조해야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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