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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됐던 의학 핫이슈들, 학회가 교통정리 나섰다
방치됐던 의학 핫이슈들, 학회가 교통정리 나섰다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6.05.25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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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회, 경주 춘계학술대회서 '핫 리서치 토크쇼'에서 다뤄_관점차로 추가적인 논쟁 예상
WONCA 2018 조직위원회 출범식 단체사진.

가정의학회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학이슈들에 대한 가감없는 논쟁의 장 마련과 함께 기존의 예방수칙 및 권장-권유를 뒤집는, ‘핫 리서치 토크쇼’를 처음으로 개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다뤄진 핫이슈들은 발제자와 참석자들간에 적지않은 관점차를 보여 이날 열린 토크쇼에 머물지 않고 향후 추가적인 논쟁으로 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추가적인 논쟁은 △환자-대조군 연구결과와 코호트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 문제 △개정된 예방수칙의 재검토 문제 △건보공단 자료를 이용한 분석결과의 수용 여부 △기존 소금 권장량에 대한 개정 필요성 여부 △이상지질혈증 환자에 대한 콜레스테롤 높은 음식 기피 권고의 불필요성 제기 등에서 예상되고 있다.

양윤준 가정의학회 이사장<사진 왼쪽>과 해외 연자들.

대한가정의학회(이사장 양윤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오전9시 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춘계학술대회 토크쇼를 개최하고 의학 및 건강 관련 핫이슈들을 다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 처음 도입된 ‘핫 리서치 토크쇼’는 의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최신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기회로 참석한, 많은 가정의학과 의사들로 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양윤준 이사장은 “학회는 추계학술대회에서도 뜨겁게 논란이 되고 있는 의학계의 중요한 이슈를 ‘핫 리서치 토크쇼’ 개최로 의견을 공유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토크쇼 개최 의지를 밝혔다.

이날 열린 핫 리서치 토크쇼는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3명의 가정의학 전문의가 나와 핫이슈인 ‘가벼운 음주, 암을 일으키는가’를 비롯 ‘비타민 D 보충제, 과연 필요한가’ ‘일일 소금권장량 높여야 하나’ ‘이상지질혈증 환자, 콜레스테롤 높은 음식 문제 없다’ 등에 대해 5분간 발제한후 약 20분간 청중과 함께 뜨거운 토론을 펼쳤다.

명승권 교수와 강재헌 교수, 조비룡 교수 <사진 왼쪽 부터>

첫 번째 이슈는 이날 사회자인 명승권 교수가 ‘하루 한두잔의 가벼운 음주도 암을 일으키는가?’는 주제로 발제했다.

지난 3월21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암예방의 날’을 맞아 ‘국민 암예방 수칙’의 하나인 ‘술은 하루 2잔 이내로 마시기’ 수칙을 ‘하루 한 두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개정했다.

이는 2014년 유럽연합(EU)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암 예방수칙을 개정했고 기존의 역학 연구결과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가벼운 음주가 암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 교수는 유럽연합이 기존의 역학자료를 잘못 인용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역학연구결과를 올바로 해석하지 못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루에 1표준잔, 알콜 양으로는 12g(캔맥주 355ml 1캔에 해당) 정도의 가벼운 음주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 보다 환자-대조군 연구결과를 종합했을 때 구강인두암, 식도암, 대장암, 간암 등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코호트 연구결과를 종합했을 때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주제에 대해 환자-대조군 연구결고와 코호트 연구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면 선택비뚤림과 희생비뚤림 등의 제한점이 있는 환자-대조군 연구보다는 코호트 연구결과를 보다 신뢰하기 때문에 가벼운 음주가 암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결론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의 경우, 일부 암종에서 중등도(하루 1-2잔 이상) 음주자료 혹은 전반적인 음주자료를 가벼운 음주자료(하루 1잔)라고 잘못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해외 연자들의 발표장 모습<사진 상단>. 행사장 풍경<사진 하단>

이번에 개정된 음주 관련 암 예방수칙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이슈는 ‘비타민D 보충제, 필요한가?’로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가 발제했다.

지난 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9년 2000여명에서 2013년 1만8000여명으로 4년 동안 9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토론에 참여한 일부 의사들은 비타민D 결핍증 환자가 실제로 증가한 것이라기 보다는 개원가에서 의사들이 최근 들어 비타민D 혈중 농도측정을 많이 하면서 비타민D 결핍증 질병명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사용한데 따른 오차 발생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특히 비타민D 결핍증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혈중 비타민D 농도 기준이 15ng/ml(나노그램 퍼 밀리리터)부터 30ng/ml 까지 다양하며 아직까지 확립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비타민D 혈중농도가 기준보다 낮은 사람에게 비타민D 보충제를 투여했을 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적 근거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세 번째 이슈는 ‘일일 소금권장량, 높여야 하나?’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가 발제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일일 소금권장량은 5g 미만으로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이보다 약 2배가 많은 10g인데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서양의 경우도 8-9g 정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미국고혈압저널(American Journal of Hypertension)에 발표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23편의 코호트 연구와 2펴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하루에 소금을 6.5g에서 12.3g을 섭취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적게 섭취하거나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보다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발생이 낮았다는 보고가 나왔다.

즉, 너무 짜게 먹는 것 뿐만 아니라 너무 싱겁게 먹는 것도 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 현재 세계보건기구의 일일 소금 권장량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지 않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스터 발표장<사진 상단> 및 행사장<사진 하단> 모습.

그리고 마지막 이슈는 ‘이상지질혈증 환자, 콜레스테롤 높은 음식 문제없다?’로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가 발제했다.

지난 해 2월 미국 음식섭취권고안 자문위원회(DGAC)에서는 음식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의 섭취 제한 권고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보고했다.

이는 음식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경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2013년 영국의학저널(B갸샤노 Medical Journal)에 이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17편의 관찰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 하루에 1개 정도의 달걀을 매일 섭취하는 경우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의사들이 이상지질혈증 환자에 대해 콜레스테롤 농도를 조절할 목적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가급적 피하라고 권유해 왔는데 이제 이런 권유를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라는 주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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