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0:31 (목)
"제4의 신종감염병 발생시, 다시 관여하고 싶지 않아"
"제4의 신종감염병 발생시, 다시 관여하고 싶지 않아"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6.05.19 2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염내과 의사들, 18일 열린 ‘감염학회 메르스 유행 1주년 좌담회_Beyond MERS’에서 쓴소리 쏟아내
지난 18일 오후 6시 롯데호텔 36층 버클리스위트에서 열린 감염학회 주최 '메르스 유행 1주년 좌담회'의 모습.

'메르스 유행 1주년'을 맞아 메르스가 국민들의 기억속에서는 희미해졌지만 당시 방역 최전선에서 메르스 차단의 지휘관 역할을 맡았던 감염내과 의사들중 일부는 아직 대책관련 업무 등으로 인해 메르스가 끝나지 않은 상태인 것은 물론 ‘메르스 트라우마’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감염내과 의사들은 누구보다 '메르스 극복'을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모호한 정부 정책과 의사 결정에 대한 상위 레벨의 콘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현실적인 한계치만 절감하면서 "제4의 신종감염병 발생시 사표를 내고 관여하지 않고 싶다"며 속마음을 거침없이 표현, 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이사장 김민자)는 메르스 유행 1주년을 맞아 지난 18일 오후6시 롯데호텔서울 36층 버클리스위트에서 ‘메르스 유행 1주년 좌담회_Beyond MERS’를 개최하고 메르스 차단을 책임졌던 감염내과 의사들의 가감없는 생각을 들어 보았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감염내과 의사들은 신종감염병 예방과 차단의 첨병으로서 진심어린 하소연과 함께 부족한 정부 정책 및 지원 등에 대해 애정어린 쓴소리를 쏟아 놓았다.

좌담회에는 김민자 감염학회 이사장(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을 비롯 김우주 메르스백서위원장(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 김연숙 법제이사(충남의대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메르스 백서위원(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송준영 메르스백서위원회 위원(재무이사, 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 김홍빈 메르스 백서위원(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송영구 홍보이사(연세의대 감염내과 교수), 박대원 총무이사(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 등 8명이 패널로 참가했다.

첫번째 발언자인 김우주 위원장은 “우리는 감염 의병(義兵)이었다” “메르스 대비가 미흡해 초기에는 당황했었다”는 말을, 김홍빈 위원은 “메르스의 폭발적 유행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감염문제는 수인성과 식품감염 정도의 차원이었다”는 기억을 그리고 엄중식 위원은 “1년이 지나도 여전히 메르스 대책에 많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 메르스 유행 1주년 좌담회'에 참석한 김민자 이사장을 비롯한 패널들이 좌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좌측으로 부터 송준영 재무이사, 김연숙 법제이사, 김우주 백서위원장, 김민자 이사장, 엄중식 교수, 송영구 홍보이사, 김홍빈 교수.

송영구 위원은 “메르스 유행 당시 군사작전하듯 진행됐다. 정치개입의 면모도 목격했다.”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사스 및 신종플루 때와 같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도돌이표의 모습이 안되었으면 한다.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지금까지는 반도돌이표”라고 마땅치 않은 현실을 꼬집었다.

김민자 이사장은 몇몇 감염내과 의사들의 심각한, 버닝아웃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연숙 위원은 “1년이 지났음에도 후속대책과 관련해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아직 메르스가 끝나지 않았다.”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는 동안 너무 불안했다. 마치 캄캄한 밤에 지뢰밭을 지나가는 야전사령관 같았다. 당시 개인적으로 건강까지 안좋아 내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됐는지 착각하고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가명으로 입원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 소를 잃지 않기 바란다.” “너무 힘들어, 만약에 제4의 신종감염병이 발생한다면 아예 사표를 내고 잠적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정적으로 말했다.

김우주 위원장도 “내 자신 역시 신종플루 이후 다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메르스로 인해 온나라가 난리난 것은 두가지 측면에서다. 하나는 메르스에 대한 대비가 안됐다는 측면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발생 환자 차단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신종 감염병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메르스 사태에서 교훈만 얻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오늘 좌담회의 화두를 ‘Beyond MERS’로 잡았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제4의 신종감염병을 대비하기 위해 비록 '완벽'은 아닐지라도 '베스트'를 다해야 한다”며 ‘첫째 조직시스템(거버넌스)과 둘째 전문인력(역학조사관) 양성, 셋째 매뉴얼 마련을 통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신종 감염병 발생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만큼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진단키트를 만들어 1차 의료기관에 빨리 배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경우, 10년 이상 걸리고 또 수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종 감염병 발생시 초보적인 대응이 아니라 일정 환자들의 샘플링에 의한 즉, 과학적인 초기대응과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위원은 “내 자신 역시 메르스가 아직 안끝났다. 아쉬운 것은 큰틀에서 조정역할을 할 상위레벨의 콘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또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역할 등등 아직도 미결정 되거나 모호한 것들이 너무 많은 실정”이라고 안타까와 했다.

김홍빈 위원은 “질병관리본부의 문제는 하나의 질환이 여러 과에 분산되어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정체성 즉, 연구조직인지 지원조직인지 성격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역학조사관 충원만 하더라도 비전이 없어 기대 보다 지원자가 없는 상태다. 역학조사관이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도 모호하고 또 2-3년 순환근무 체제로는 전문가를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송영구 위원은 “첫째, 대국민은 물론 대 전문가, 대 정부 부처에 대한 학회와 상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과 훈련이다. 특히 메르스에 대한 세부진료지침이 없다는 것은 문제다. 1차진료를 담당하는 개원의사 대상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준영 위원은 “메르스 사태처럼 신종감염병이 발생한다면 또다시 그렇게 (정열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얼마전 강릉의료원에 두달간 파견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격리병상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를 콘트롤할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드웨어 보다 소프트웨어를 고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우주 위원장은 이날 좌담회의 마지막 멘트로 “신종 감염병 발생과 관련, 적극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매사 일이 터지면 뒤늦게 대응한다. '대응'과 '대비'는 전혀 다르다. 대응이 아닌 대비를 해야 한다” “위해평가시스템도 빨리 만들고 또 갖추어야 한다. 특히 신종감염병은 루머로부터 시작한다. 전세계의 신종감염병 루머를 다 모니터링해야 한다. 역학과 대응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비무환 즉, 대비쪽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