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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핫 해치 GTI 이야기
골프와 핫 해치 GTI 이야기
  • 의사신문
  • 승인 2009.11.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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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욕망을 현실적으로 제시한 수퍼카

꽤 유명한 자동차광인 한의사 선생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예전에는 골프 2세대 GTI를 가지고 있었고 4세대의 VR6 3.2골프를 가지고 있었다. 그 다음에는 포르셰 911을 몰다가 어느 날 모두 처분해 버린 다음 다시 푸조의 306 카브리올레를 사겠다고 해서 필자를 놀라게 한 사람이다.

가장 빠른 차종에서 빠르지는 않지만 밸런스가 뛰어난 차로 기종변경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원래 크고 거한 차를 좋아하지 않는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작은 차에 대한 완벽한 컨트롤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필자는 코엑스 앞의 한의원을 지나가다가 올라가 커피 한잔을 얻어 마시며 5세대 골프 GTI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예전에 같이 타본 푸조 206 RC시승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렸다. 2세대 GTI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5세대의 GTI는 너무 커져서 일종의 버스 같다는 평을 했다. 골프 GTI동호회에서의 활동을 생각하면 의외다. 예상은 했지만 상당히 가혹한 평가였다.

확실히 5세대 GTI가 스파르탄하지는 않다. 크기와 무게도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편하고 빠르다. 가속시간도 예전 GTI보다 빠르며 스티어링도 그다지 둔하지는 않다. 하지만 꽉 조이는 느낌은 없다. 듣고 있으니 수긍이 간다. 필자 역시 오래된 Mi16을 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국내에 더 오래된 차종인 푸조 205 GTI가 있으면 Mi16을 타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205 GTI를 타면서 엔진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205 GTI의 후손이 206RC다. 206RC는 이제 207RC로 대체되고 있지만 206RC의 인기가 더하다. RC의 유럽식 이름은 GTI 180이다.

푸조 205 GTI는 진짜 소형차이고 골프는 그보다는 조금 더 큰 준중형으로 분류하는데 원래의 골프 GTI는 지금보다 훨씬 가벼웠다. 요즘의 골프는 준중형보다도 크다는 느낌이 든다. 그 점에서는 앞서 내린 평가가 맞다. 800Kg 정도의 차가 1.4톤으로 변했으니 많이 변한 것이다. 그 점은 역시 작은 덩치에도 비슷할 만큼 무거워진 206 RC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그다지 귀한 차는 아니지만(하지만 나름대로 비싼 차다) GTI는 사실 특별한 컨셉으로 출발했다. 1세대 골프가 나오면서부터 바로 GTI가 나왔다. 당시에는 비슷한 차종이 없었으니 대단한 혁신이자 회사로서는 모험이었고 폭스바겐의 소수 그룹으로부터 시작했다.

해치백 소형차 중에서 `화끈한(HOT)' 버전을 의미하는 핫해치라는 장르가 출발하는 시점이었다. 그 이후에는 여러 회사들이 해치백은 아니더라도 스포티한 버전을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BMW에는 M3가 소형 3시리즈의 차체를 이용하여 만들어지고, 포드의 포커스와 푸조의 GTI가 있고 시빅에는 R시리즈가 있으며 그 외에도 많다.

그러나 처음에 강성이 비교적 강한 차체의 스포츠 버전을 만들어 보자는 시도는 GTI가 개척자라고 보아도 좋다. 골프의 어떤 모델들이 당시에는 없던 미래의 차 비슷한 것들을 들고 나온 사례 중에 GTI를 포함해도 좋을 것이다.

VW의 홍보자료는 이 이야기를 적고 있다. 이번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1회분에 맞게 줄여본 것이다. 일종의 변형이자 도용에 가까운 편집이다. 시작은 다음과 같다.

“골프 GTI는 현상이고, 상징을 담은 마크이고, 탁월한 디자인 기준과 금속 및 플라스틱으로 빚은 자동차 철학이다. 첫 GTI가 만들어진 데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 중심에는 항상 시간과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GTI의 생산을 이끌어낸 `비밀조직'의 사람들이 있다. 이런 개발에 대한 지나간 이야기들 중 많은 수는 진실이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수는 변질되고 종종 잘못되기까지 했다. 분명한 것은 골프 GTI는 아주 적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천재적인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과 GTI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 현란하게 이야기하는 재주가 필자에게 없다는 것은 독자들도 알 것이다. 필자식으로 말하면 GTI의 핵심은 사람들의 달리기 욕망을 비교적 현실적인 가격으로 제시한 프로토타입이라는 점이다. 그전에는 작더라도 스포츠카와 일상적인 차의 구별이 확실했다. GTI는 이런 벽을 허문 것이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은 비틀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1973년 폭스바겐은 비틀의 스포티 버전을 출시했다. `옐로 앤 블랙 레이서'라고 불렸으며 검은 보닛과 엔진 커버, 조금 넓은 타이어(5인치→5.5인치), 스포츠 시트와 헤드레스트, 적당한 가죽 스티어링 휠로 차별됐다. 기술적으로 이 차는 1600cc 50마력 엔진을 얹은 옛 비틀과 다를 바 없었다. 비교적 평범한 출력에도 불구하고 이 `폭스바겐이 만든 공격적인 모델'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이 비틀 모델은 순식간에 팔려나갔고, 2년분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회사 내에서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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