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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칼럼] 의룡(醫龍)이 나르샤
[임원진칼럼] 의룡(醫龍)이 나르샤
  • 의사신문
  • 승인 2016.04.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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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대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2011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를 테마로 기고한 적이 있다. 꺾어버리면 끝인 꽃이 중심이 아니라 떠받칠 뿌리가 중요하다고, 현재 의료계의 문제점들을 풀고자 노력하는 주변의 젊은 의사들(마치 집현전의 학자들과 같이!)을 격려하고 지지해 달라고 많은 선배님들께 부탁을 드렸다.

조영대 정책이사.

그 이후 인턴 및 레지던트 수련과정에 임했던 몇 년간은 나에게도, 우리 의료계에도 격랑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논의 이후 2014년 3월의 총파업, 그리고 협회장의 불신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의료일원화 추진, 분쟁조정제도의 강제화, 면허관리방안 등 굵직굵직한 여러 이슈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최근의 정치권 공천과정에 이르기까지 그 후유증들이 완전하게 봉합되지 않았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이 시점, 그 때 그 드라마의 프리퀄(Prequel), 즉 전사(前史)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을 마쳤다. 〈뿌리 깊은 나무〉와 마찬가지로 그 팩션의 시작은 용비어천가에서였다. 본래 고전시가 속의 육룡(六龍)은 태조와 태종을 포함하여 세종 6대 위까지의 조상을 의미하지만, 화면에서는 역사 속에 다른 상상의 나래를 더했다.

권문세족이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왜구의 노략질로 병들어가던 고려 말을 끝내기 위해 일어선 이들 중에서, 한 축은 당연히 두 명의 임금과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인 정도전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리더들과 함께하는 나머지 한 축은 백성을 대변하는 가상의 인물인 분이, 이방지, 무휼이다.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윗 것들의 수탈에 대응하여 지속적으로 황무지를 개간하고 곡식을 거두는 모습을 보였으며 그것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에도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하였다. 그래서 육룡들은 위로부터의 혁명과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함께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해동 육룡이 나르샤, 일마다 천복이시니'

4월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정치권에서는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놓고 주거문제와 불안한 고용형태 등을 개선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선거 때만 반짝 몸값이 높아지는 단어일 뿐이고 실제로 청년이라는 이름이 소비되는 방식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정책뿐만 아니라 실제 활동에 있어서도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선 가능성이 있는 건 5명이 되지 않는다.

의료계는 어떠한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의 회장단이 의협의 당연직 정책이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협회 차원에서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비젼은 제시되고 있지 않다. 구색 맞추기로 청년비례대표 1명을 끼워넣었을 뿐 실제 어떠한 의지도 없는 정치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야심차게 출범했던 대통합혁신위원회는 지역, 직역간 입장 차이를 보이는 우리 내부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고, 그나마 조금씩 양보해서 도출해냈던 안들 조차 대부분 부결되었다.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은 의무만 부여하고 자신들이 참여할 기회조차 보장되어 있지 않은 의사결정 구조에 유감을 표하고 그렇게 떠나갔다.

`더 이상 동료, 친구 전공의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2014년∼2015년은 전공의 수련에 있어 굉장히 뜻깊은 시기였다. 의료계 내부의 직역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 문제는 그 동안의 정부 등 외부 차원의 규제 일변도로 지속되어 왔던 추세를 바꿀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하나의 장이었다.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의협과 대전협의 담당 이사들은 지지부진하던 수련 제도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유도했고 국회에서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 선거철에서 한참 지난 지금 이 시점에 다시 이를 둘러싸고 기득권에서 보이는 모습은 굉장히 실망스럽다. 특히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젊은 의사들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당연히 시행되어야 할 정책을 마치 시혜적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가로막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단기적으로 볼 때 젊은이들을 안고 가는 것이 일부 대형병원이나 교수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부담스럽고 본인들의 권력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 여겨서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거나 잘 몰라서인지 매의 눈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5년 전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고 싶다. 집단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는 전체의 37%에 달하는(2014년 회원실태조사 기준) 20,30대 젊은 회원들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나오게 된 뒤에는 2014년 원격의료 반대를 기치로 의료계 총파업을 이끌었던 수많은 이들과, 근로자이자 수련자로서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며 나섰던 젊은 의사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구태의연한 세대 프레임을 다시 꺼내는 것이 아니다. 육룡(六龍)이 그랬듯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더 큰 거악에 대응할 수가 없다. 전공의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답보 상태에 놓여있는 다른 문제들을 같이 깰 수 있는 시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의룡들, 수많은 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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