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1:12 (목)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 샤콘느 G단조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 샤콘느 G단조
  • 의사신문
  • 승인 2009.11.13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으로 불려


바흐보다 22년 먼저 태어난 이탈리아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는 1660년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태어났다. 모데나 궁정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를 역임한 그는 볼로냐 아카데미아 필하모니를 창설하였고, 음악사에 길이 남을 `샤콘느'의 작곡으로 우리에게 귀중한 유산을 남겨 주었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중 2번 샤콘느가 `아폴론적'이라고 말한다면, 비탈리의 샤콘느는 `디오니소스적'이다. 이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정서적 특성의 차이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샤콘느'가 비탈리의 곡이 아니라는 설이 있어 그 진위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렇게 진위여부에 휩싸이는 이유는 첫째, 바로크시대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낭만적 음색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비탈리가 일찍 죽고 100년이 지나서야 이 샤콘느가 인정받기 시작하여 다시 편곡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필원고가 없다는 점, 셋째는 그의 다른 유명한 곡이 없으므로 비교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던 간에 바이올린 음악사의 보배 같은 걸작임에는 틀림없다.

이 당시 유행했던 음악양식 중 `라 폴리아'가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춤곡이라면, `샤콘느'는 원래 라틴 아메리카에서 흘러들어온 스페인 춤곡을 바탕으로 17세기 유행한 춤곡이었다. 이태리와 프랑스의 파스칼리아와 함께 바로크를 대표하는 기악 변주곡이었는데 18세기 들어서면서 이들의 구별이 없어지게 된다. 즉, 리베리아 반도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생성된 춤곡들이 바로크 시대를 전후하여 다양한 음악 창작의 소재로 쓰여 졌는데 그것이 변주곡 형태로 발전하여 바로크시대의 중요한 음악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칸틸레나양식의 주제로 시작되는 비탈리의 샤콘느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애절한 선율을 넘어서 폐부를 찌르는 처절한 비장미가 듣는 이를 심연으로 몰아넣는 애절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비탈리가 그 시대 스타일을 따라 바이올린과 통주저음을 위한 곡으로 작곡했으나 1867년에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페드니난도 다비드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하여 출판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이태리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가 이를 오르간 반주로 편곡했으며 바이올리니스트 지노 프란체스카티는 관현악 반주로 편곡하기도 했다. 그 시대에 알려진 모든 바이올린의 기교를 실험하고 있으며, 이가 시릴 정도로 정열적이면서 어두운 주제와 풍부한 대비를 가진 변주의 교묘함이 이 곡의 인기를 지켜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곡은 웅장하면서 깊이 있는 파이프 오르간의 반주로 바이올린이 주선율을 연주하는데 때때로 파이프 오르간이 아닌 다른 악기가 배경을 받쳐주는 경우도 있다.

대개 이 작품은 바흐의 샤콘느와 많이 비교된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라는 작품 중에서 파르티타 2번, BWV 1004의 마지막 곡인 샤콘느는 무반주로 피아노나 오케스트라의 반주 없이 네 줄의 바이올린 하나로 연주되는데 여러 성부를 동시에 연주하려면 상당한 기교가 요구된다. 반면 비탈리의 샤콘느의 조성은 바이올린 독주에 오케스트라나 오르간, 피아노 등의 반주가 딸려 있어 풍부한 음색으로 그려지고 있다. 두 곡 모두 매우 정열적인 작품이지만 바흐의 샤콘느와 비탈리의 샤콘느는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에 비유되곤 할 정도로 듣고 나서의 느낌은 큰 차이가 있다. 바흐의 샤콘느는 선율적인 요소보다는 화성적인 진행이 강조된 만큼, 전체적인 느낌이 내향적이고 이지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여러 성부가 겹쳐서 나타나기 때문에 복잡한 느낌도 있고 좀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에 비탈리의 샤콘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매우 애처로우면서도 열정적인 선율을 가진 작품이며 다분히 디오니소스적인 느낌을 준다.

■들을만한 음반 : 야샤 하이페츠(바이올린)(RCA, 1950); 지노 프란체스카티(바이올린)(CBS, 1965); 아르트르 그뤼미오(바이올린)(Philips, 1956); 자크 티보(바이올린)(EMI, 193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