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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5세대의 차체2
골프 5세대의 차체2
  • 의사신문
  • 승인 2009.11.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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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용접기 적극 사용 차체 강성 높여

차의 강성이라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차는 여러 방향의 힘을 받는다. 비틀리기도 한다. 주행시에는 비틀림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차의 비틀림 강성은 차를 1도 필요한 힘을 계산한다. 이번의 주제가 되는 5세대의 폭스바겐 골프 GTI의 경우는 2만5000 Nm/deg 정도의 수치로 발표하고 있다.

차체를 1도 비틀리게 하는데 25000Nm의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수치가 높을 수록 유리하다고 하나 차제와 구조물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다양한 수치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BMW 구형 3시리즈인 BMW E46은 18000Nm/deg, 신형 3시리즈 BMW E90은 22500Nm/deg 정도라고 한다. 폭스바겐 파사트(2005)는 32400Nm/deg 정도의 수치를 보인다. 르노 스포츠 스파이더(Renault Sport Spider)는 1만Nm/degree 정도로 매우 낮다. 로드스터나 오픈카들은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별로 힘이 없어 보이는 창틀과 유리가 차량강성에 결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포츠카들도 예상외로 비틀림 수치는 높지 않다. 그러나 포르쉐 911 터보(2000)는 1만3500Nm/deg의 수치를 보인다. 단단하다고 하는 차들은 대략 20000 전후의 수치를 보인다. 이 수치들은 공식적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너무 높은 수치에 연연하면 안되겠지만 너무 낮으면 주행이 피곤해진다. 차의 서스펜션은 차체에 붙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체가 코너링이나 도로의 장애물을 만나 비틀리기 시작하면 서스펜션이 충격을 흡수해도 차체는 계속 변한다. 이런 차들은 오래 탈 수가 없다. 실제로 차체의 구성요소들이 미세한 변화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성은 차량 안정성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메이커들은 무게와 제작비를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강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요즘 차들은 컴퓨터로 설계되고 제작되므로 어느 정도의 강성변화가 일어날지 메이커들은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단가와 제작방법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면서 튼튼한 바디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것이며 메이커들에게도 유리하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가를 알아내어야 한다. 메이커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며 10여년 이상을 개발과 생산을 겸한 기간에 투입한다.

차체를 만드는 방법을 혁신한 회사들이 많지만 폭스바겐은 그 중에서도 매우 열심이었다. 기존의 프로세스는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었다. 많은 수의 스포트 용접을 정밀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포트 개수가 많아질 수록 좋겠지만 용접 포인트가 많아질수록 시간이 많이 든다. 라인에 투입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생산 댓수는 증가하지 않는다. 접촉면에는 변형이 온다.

그리고 스포트 용접이 어울리지 않는 장소도 있다. 용접부위가 길고 균일한 용접이 필요한 용접부위도 있다. 여기는 아크용접으로 해결한다. 열변형의 문제는 금속과 반응하지 않는 가스를 불어넣으면서 변형을 최소화하면서 진행한다. 시간당 용접하는 거리는 결정적인 변수다. 하지만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용접로봇을 아무리 잘 학습을 시켜도 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용접과정에서(용접팁이 변하거나 조건이 변하면 공정을 멈추고 다시 작업해야 한다) 그다지 신통한 돌파구가 나오지 않았다. 꾸준히 좋은 용접기계들을 사들여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돌파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 레이저 용접기가 나온 것이다. 다른 메이커와 마찬가지로 폭스바겐도 레이저를 투입하기 시작했으나 한정된 부분만 가능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조직적으로 꾸준히 레이저의 사용거리를 늘리기 시작했다. 레이저의 도입 댓수도 꾸준히 늘렸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여전히 스포트 개소를 줄이면서 아크용접을 적용했다. 용접과정에서 특히 용접봉이 철판을 관통하는 사태는 종종 일어났다. 그리고 용접면의 밀봉이 완벽한 것도 보증할 수도 없었다. 이 시기에 폭스바겐은 다른 아이디어를 냈는데 용접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다. 아주 오래 전에 용접기가 시원치 않은 시절 차량 제작에는 용접뿐만 아니라 Brazing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연도금판을 붙이는 방법에는 동합금 용접봉을 낮은 온도로 가열하여 붙이는 것이다.

용접봉이 철판을 관통하는 사태는 철이 녹는점보다 500도나 낮은 온도에서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 용접봉이 철판을 관통하는 사태는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 용접가스의 제거와 용접똥이 튀는 일도 방지할 수 있었다. 브레이징은 에너지도 20% 적게 사용하며 아연판을 열로 완전히 태워버리지 않으니 재도색을 할 필요도 없었다. 원래 용접부위가 가장 먼저 변형이 일어나나 여기에 대한 추가적 조처도 최소화됐다. 얇은 철판의 용접도 어렵지 않게 일어났다. 휠아치와 루프의 용접에 브레이징이 적극적으로 도입됐다. 문제는 강도였는데 예상보다 강도와 내피로성은 충분히 튼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학습곡선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스포트 용접의 개소는 다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2000년대 초반에 들어 폭스바겐은 레이저 용접기를 마구 사들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매우 궁금해했다고 한다. 레이저의 사용거리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아예 레이저로 철판을 가열해서 붙이기 시작했다. 레이저는 아크용접보다 정교한 조절을 할 수 있으나 경험곡선이 짧은 것이 문제였다. 그러던 어느 날 폭스바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 듯하다. 레이저로 용접도, 브레이징도, 절단도 시행할 수 있었다.(요즘은 레이저로 플래스틱을 가공하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학습곡선이 상승할지도 모른다)

5세대 골프는 이런 신기술이 모두 적용된 차종이었다. 50여 미터를 레이저로 균일하게 용접하여 붙이고 20여 미터는 레이저로 브레이징하여 붙였다. 나머지는 과감하게 접착제로 붙였다. 그래도 스포트 용접개소는 수 천개가 남아있다. 1/3로 줄어든 것이다. 강성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번 적었다시피 전세대 대비 정적인 비틀림 강성은 80%, 동적 비틀림 강성은 15%, 동적 구부리기 강성은 35% 증가했다. 이런 노력으로 골프의 차체는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평가에서 1995∼1998는 `average', 1999∼2004는 `significantly better than average'로 평가됐다. 그리고 2004 Euro NCAP에서 5세대 골프는 별 다섯 개를 받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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