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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위한 공간 넘어 사업체·이상 표현의 공간으로
환자 위한 공간 넘어 사업체·이상 표현의 공간으로
  • 의사신문
  • 승인 2016.04.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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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에게 어필하는 건축 및 인테리어 

 특집 : ■`알고 있는 만큼 성공한다 - 새내기 의사의 성공 개원을 위한 모든 것'

김연흥 삼협종합건설 대표이사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수용하는 공간이었다.

나을 수 있는 병에 걸린 환자들은 집 안에서 가족 - 대개는 주부 - 의 보살핌을 받았고, 의사는 환자가 있는 집으로 가서 증세를 살피고 필요한 처치를 하며 약을 주었다.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은 가족이 없거나 가족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래서 병원은 가난한 사람들, 치명적인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한 장소였다. 병원 건축이라고 해서 특별한 구조를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유럽에서는 수녀원 등이 환자 수용소를 겸했고, 병원으로 지어진 건물도 특별히 진단과 치료를 위한 공간을 따로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의학이 발전하고, 진단과 치료에서 대형 기계가 차지하는 몫이 커지면서 병원의 성격이 변했다. 이제 의사들이 환자의 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야 하게 되었다.

MRI, CT, X선 촬영기 등 새로운 진단 기기, 무균 수술 등의 새로운 수술 기법 등이 계속 발명·발견됨에 따라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에 따라 병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입원하는 환자들, 그들을 적절히 치료하여 퇴원시켜야 하는 의료진들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해졌다.

새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병원에 대한 구상을 적절하게 밝힌 이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었다. 그는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병원'이 가장 중요하며 그를 위해서는 `일조, 통풍, 감염방지와 자연적인 회복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생각은 널찍한 대지에 상당한 거리를 두고 수십개의 병동이 늘어선 `병원 단지'로 실현되었다.

치료의 효율성 제고 위한 건축물에서 시설의 집적체로 진화
규모·전문성 고려 환자의 입장과 운영상 유지관리 결합돼야

그러나 이번에는 의료진의 활동 공간이 문제가 되었다. 근대적 병원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은 의료진으로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공간 배치가 필요하였다. 의료진이 쉽게 왕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병동들을 연결하는 통로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19세기 말에는 긴 통로 좌우로 병동이 늘어선 평면형 병원 건축물들이 생겨났다.

건물의 고층화가 시작된 뒤에는 연결 통로를 엘리베이터나 계단이 대신하고 병동들이 건물 내부에서 층별로 배치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수평으로 늘어서 있는 병동들이 수직으로 배치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의 병원들은 환자가 입원하는 병동 말고도 중앙 진료부, 외래 진료부, 서비스부, 관리부, 교육연구부 등 여러 가지 시설의 집적체로 구성 되어 있는데, 건물 하부나 중앙부에 진단·검사·서비스 기능을 집중시키고 건물 상층부나 외곽을 병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처럼 병원은 시대의 요구와 환자와 의사와의 거리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지도록 건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한 두 번씩 환자가 되어본다. 감기로,, 아니면 건강검진,, 아니면 응급을 요하는 고통을 안고 병원을 찾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찾은 병원은 환자의 입장에서 매우 냉철히 평가 되어질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만으로 병원을 구성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효율을 배제해야 하기에, 병원의 규모와 전문성에 맞추어진 기능과 배려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한 병원만을 특징으로 좋다, 나쁘다 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 안에서 여러개의 장단점과 운영상의 유지관리를 접목시킬 수 있다면, 매우 좋은 나만의 병원이 탄생 될 것이라 본다.

병원은 병원을 건축해 본 자만이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 전 과정. 즉 사업성분석, 기획, 타당성, 기본설계, 본설계, 시공, 시운전, 인도, 유지관리까지의 전체적인 과정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는 병원이 환자만을 위한 곳이 아닌 하나의 사업체이자 더 높은 곳으로의 표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병원장님과 차를 마시며 나누었던 얘기가 기억난다.

“그래, 이제 시작이로구나! 지금까지 공사는 내 머리 속에만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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