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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서곡 작품번호 61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서곡 작품번호 61 
  • 의사신문
  • 승인 2016.03.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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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48〉 

■셰익스피어의 환상을 고전주의적 낭만파 음악으로 승화

멘델스존은 어려서부터 셰익스피어 문학에 심취해있었다. 멘델스존의 할아버지인 계몽주의자이며 철학자 모세스 멘델스존은 독일에서 셰익스피어가 유행하기도 전에 셰익스피어 번역본을 출판하였고, 모세스의 아들이자 팰릭스 멘델스존의 아버지인 은행가 아브라함도 셰익스피어에 대해 심취해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펠릭스와 네 살 아래 누이 화니도 자연스럽게 셰익스피어 문학에 젖어들었다.

멘델스존의 집에서는 자주 가족 연주회가 열리곤 하였는데 화니는 그녀의 일기 속에 “우리는 정말 아름다운 한 여름 밤의 꿈속에 살았다”라고 적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1826년 8월 멘델스존은 이 셰익스피어 극에 대해 서곡을 쓰게 된다. 이 서곡에는 신비한 마법의 숲을 여는 부드러운 화음, 그 속에서 평화롭게 뛰어다니는 요정들, 사랑스러운 연인들, 나귀 머리로 변한 아테네 장인 보텀의 나귀울음 소리들이 조화를 이루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서곡은 문학적이고 표제적인 묘사를 특징으로 하면서 그가 존경하는 바흐의 선율과 화성에 충실하여 고전주의적 낭만파로 승화시킨 음악적 회화의 걸작이다.

멘델스존은 극을 지배하는 요정의 마법을 통해 인간이 꿈의 세계로 들어가 인연을 맺은 사랑의 매듭을 엮은 뒤 밝은 아침의 행복으로 깨어난다는 주제를 해학적인 음악적 요소를 섞어서 풀어가고 있다.

1843년 프로이센 왕으로부터 작품을 의뢰받은 멘델스존은 17년 전 쓴 상상이 풍부한 서곡을 그대로 두고 극중 필요한 장면에만 부수음악으로 12곡을 붙여 극음악을 완성해 왕 앞에서 연주를 하였다. 왕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는데, 이때 어느 신하가 멘델스존에게 다가와 “귀하의 훌륭한 음악이 이런 한심한 연극에 허비되어 유감이오.”라고 하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셰익스피어가 1595년경에 쓴 희곡 〈한 여름 밤의 꿈〉은 1년 중 밤이 가장 짧은 하지에 행해지는 성 요하네제의 전야(이날 밤 갖가지 환상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전설이 있음)의 환상을 묘사한 낭만적인 작품이다. 줄거리를 보면 아테네의 테세우스 공작은 약혼녀인 히포리타와의 결혼식이 임박했던 어느 날, 귀족 에게우스가 나타나 그의 딸 헤르미아를 고소한다. 자신의 딸을 마을 청년 데메트리우스에게 시집보내려하는데 그녀는 애인인 라이샌더만 고집하자 아버지가 그리스 국법대로 딸을 고발한 것이다. 그날 밤, 그녀는 라이샌더와 함께 아테네 근처 숲으로 도망간다.

그녀의 뒤를 따라 데메트리우스도 숲으로 들어가고 데메트리우스를 짝사랑하는 헬레나도 그를 쫓아 숲으로 들어가는데 숲에는 많은 요정들이 살고 있었다. 이 숲을 지배하는 요정의 왕 오베론과 왕비 티타니아는 사이가 안 좋아 수시로 부부싸움을 하고 있다. 오베론은 요정 바크에게 사랑의 꽃을 꺾어 오라고 하는데, 그 꽃의 즙을 자고 있는 사람의 눈꺼풀에 바르면 눈을 뜨는 즉시 보이는 모두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데메트리우스와 헬레나를 가엾이 여긴 오베론은 요정에게 그 즙을 데메트리우스에게 바르라고 명령하였는데 잘못하여 라이샌더의 눈꺼풀에 바르게 된다. 이때부터 혼란은 시작된다. 우연히 헬레나가 라이샌더를 깨우게 되는데 이때 잠에서 깨어난 라이샌더는 헬레나에게 반하게 된다. 자신의 실수를 안 요정은 다시 데메트리우스의 눈꺼풀에 즙을 바르면서 이야기는 더 엉망이 된다. 여러 차례 혼돈을 겪고 바크는 라이샌더의 눈꺼풀에 즙을 바르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한편 공작의 결혼식을 축하하려는 마을의 장인 퀸스, 보템, 니크 등은 작은 연극을 준비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데미트리우스와 헬레나, 라이샌더와 헤르미아, 시슈스 공작과 히포리타가 함께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이때 나오는 `결혼행진곡'은 요즘 결혼식에서 바그너 〈로렌그린〉의 `결혼행진곡'과 함께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다.

한편 마을 장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연극이 상연되고 흥겨운 분위기에서 테세우스가 “이 모든 일들이 마치 `한여름 밤의 꿈'과 같다” 하면서 막이 내린다. 이 희극은 귀족, 서민과 요정이라는 각기 다른 세계가 숲에서 한데 모여 서로 친근한 관계를 맺는다는 낭만적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의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필립 헤레베헤(지휘), 상젤리제 오케스트라(Harmonia mundi, 1994); 피터 막(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67);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EMI, 1976), 오토 클렘페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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