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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칼럼]의사단체 전문화해야 의료정책 결정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임원진칼럼]의사단체 전문화해야 의료정책 결정 방향을 바꿀 수 있다
  • 의사신문
  • 승인 2016.03.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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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보건복지부가 의료계를 통제하는 의료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정부는 이미 의료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정하 정책이사.

정부 입장에서는 `이이제이'가 가장 훌륭한 수단이다. 의협을 견제하기위해 병협과 의학회를 이용하고 또한 과간 분열을 획책하기 위해 교대로 당근을 던져주면 의사들끼리 서로 비난하며 잘못된 의료정책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득을 챙기려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를 자진해서 차는 우를 범해왔다.

그리고 직역간, 과간 이기심이 팽배하여 의료계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자는 의사단체의 설득은 무시되고 나중에 일이 터지면 의사단체에 화풀이성 비난을 퍼붓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의사를 옥죄는 통제는 점점 더 심해져왔고, 여기에 회원의 권익을 도외시하는 의사단체 집행부라도 들어설 때면 정부의 통제는 더욱 더 가속화 되어 왔다.

정상적 정책입안 과정은 관련 기관과 토론을 거쳐 도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하고 공청회를 거쳐 제정된다.

하지만 의료계를 통제하는 법안은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자신들 의도대로 논리를 제공해주는 단체나 교수를 내세워 법안을 만들어 온갖 방법으로 의사단체의 동의를 얻어낸다. 그런 다음 입법예고를 하고 공청회를 열어 의사들끼리 논쟁하게 만든다.

입법예고 전까지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는 토론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자신의 학문적 견해에 대한 완고함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의사의 양심을 내세운 학문적 신념에 대한 다툼으로 결론 없는 소모적 논쟁으로 이전투구 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면 보건복지부는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의사들을 중재하듯이 개입하여 법안 제정 후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간다는 공청회 결과를 첨부하면, 국회파행 같은 이변이 없는 한 법안은 가볍게 통과가 된다.

의료정책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의료계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의료계의 의견을 도출하기 위한 토론장에서 서로를 설득하기위한 `학문적 관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와 법안을 만들기 위한 협상자리에서 필요한 `정책적인 관점'이다.

의료단체가 의료정책 결정에 제대로 대응을 하려면 먼저 전체 의료계가 참석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학문적 관점'에 따라 치열한 논쟁을 거쳐 의료계의 입장을 결정하는 내부협상을 먼저 끝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내부협상에서 마련된 안을 가지고 정부와 이해득실을 따져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책적 관점'에 따라야 하며 이때는 의료계 내부의 이견이 없게 일사분란하게 외부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의료계의 모습은 내부 의견을 통일하는데 필요한 내부협상의 과정이 없었기에 의료정책 시행 여부를 묻는 외부협상 장에서 뒤늦게 의사들끼리 `학문적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쟁을 하다가 정부의 의도대로 정책결정에 끌려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지금까지 의료정책 과정을 살펴 보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외부협상테이블에 나가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고는 할 일 다 했다며 법안이 발의되도록 동의(아무런 행동 없이 침묵하는 하는 것 또한 동의의 한 형태이다) 해주었다.

결정된 법안이 발표되어 회원들의 반대에 부딪치면 그때서야 새삼스레 회원들 의견을 청취한다는 쇼를 하는 대표자(현재는 본인이 의료계를 대표하는 협상가이고, 자신이 논의한 의료정책이 법안으로 만들어진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협상테이블에 나가고 있다)로는 의사들의 정당한 몫을 챙길 수 없다.

아직도 의사단체의 대표자들은 로비(?)로 뭔가를 얻어낼 수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테이블에서 우리가 직접 얻어내지 않고 로비(?)로 돌아오는 것은 더욱 강력한 통제밖에 없었다는 것이 여태까지의 의료정책변화에서 명백하게 밝혀졌다.

의료정책 결정방향을 의사들에게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의사단체를 전문화된 협상팀으로 바꾸어야 한다. 의료정책 변화가 필요해서 모인 협상테이블에서 의사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최소한 협상을 결렬시켜 현 제도를 유지시킬 수는 있다. 협상에서 비록 의사들에게 많은 제약이 있지만 의사들에게도 커다란 힘이 있다.

최악의 경우 협상테이블에서 의사들이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강력한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 최선의 대안)와 힘을 가지고 있는 의료계가 자신의 역량도 모르고 아무런 준비 없이 협상테이블에 나가 `윈-윈'을 위해서는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는 정부 대변인 같은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이 현재 의사단체의 모습이다.

현재 의사단체의 협상 수준은 담당 공무원들의 푸념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아니 논의 과정에서 다 동의를 해주고는 법안 발의까지 다된 지금 와서 반대를 하다니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투쟁이라는 말은 협상테이블에서 제대로 못하고 뒤늦게 회원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허울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 투쟁은 가능하지도 않고 투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현대는 협상으로 직접 얻은 것만이 자신의 몫이라 한다. 의사들도 힘이 들어도 잘못된 의료정책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정당한 몫을 되찾기 위해서는 의사단체를 제대로 된 협상팀으로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협상팀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 질문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첫째 `So what?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고?'와 둘째 `Really? 정말 그 방법을 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이다. 이 두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있는 의사단체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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