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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차이콥스키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 의사신문
  • 승인 2016.03.2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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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47〉 

■차이콥스키만의 표현으로 극대화된 환상 서곡

차이콥스키는 바이런, 단테, 셰익스피어 등 많은 문학작품을 탐독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여 그의 작품을 배경으로 한 〈햄릿〉, 〈프란체스카다 라미니〉, 〈템페스트〉, 〈만프래드〉, 〈로미오와 줄리엣〉 등 7곡이나 썼다. 그중에서도 가장 내용적으로 충실하고 완성도가 높은 걸작이 바로 환상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차이콥스키는 베를리오즈에게 영향을 받아 1867년 〈폭풍우〉를 완성한 후 그 다음 해에 발라키레프와 국민파 음악가들과도 알게 되었는데 그들 중에는 무소륵스키, 보로딘,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있었다.

화창한 1869년 5월 어느 날, 그는 발라키레프와 초록빛 가득한 전나무 숲 속을 산책하면서, 발라키레프로부터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작곡할 것을 권유받는다. 당시 함께 있었던 차이콥스키의 전기 작가이자 친구인 카슈킨은 다음과 같이 그때 상황을 회상하고 있다.

“차이콥스키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발라키레프는 자신이 암시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이미 발라키레프도 이 주제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그것이 이미 완성된 음악인 듯 세밀하고 정확하게 그 구성을 설명해 나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차이콥스키는 환상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수개월간 숙고를 거듭한 차이콥스키는 그해 9월부터 11월 사이 환상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하고 그 이듬해 3월 은인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지휘로 초연하게 된다.

그러나 초연의 평은 그리 좋질 않았고 차이콥스키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후 11년이 지난 1881년, 마지막 손질을 마친 최종판을 출판하게 된다.

그 이후 차이콥스키는 국민파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냈는데, 차이콥스키는 발라키레프의 국민파와는 달리 루빈스타인이 설립한 음악원에서 전문적으로 수학한 음악가로서 그의 작품은 이미 서구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이콥스키는 순수음악이 아닌 표제음악 성격이 강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 주제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분위기를 선율로 나타낸 다음 그것을 좀 더 확대된 음향으로 증폭하여 그 표제성을 더 극명하게 드러나게 표출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차이콥스키만의 특성이고 매력인 것이다.

차이콥스키는 이 서곡에서 비극적인 아름다운 사랑의 주제를 바탕으로 장중하고 숭고하게 종교적인 색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해 전기 작가 쿠닌은 “만약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없었다면 1870년대 차이콥스키의 표제적이고 교향적인 작품은 물론이고 만년의 웅장한 교향곡도 탄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차이코프스키 전기에서 평하고 있다.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눠진다.

△제1부 서주는 느리고 장중하게 시작하면서 극중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도사 로렌스를 그리고 있다.

△제2부 서로 원수지간인 베로나의 몬테규가와 캐플렛가의 주제가 거칠고 격앙된 화성으로 폭발하면서 피비린내 나는 결투의 장면으로 번진 후 △제3부 소란이 진정되면서 몬테규가의 로미오와 캐플렛가의 줄리엣의 청순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테마가 잉글리시 호른과 비올라의 우아하고 서정적인 선율로 흐른다. 이 테마를 두고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러시아의 모든 음악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테마”라고 극찬했다. 이어 사랑과 증오의 테마가 서로 얽히면서 비극적인 색채가 점점 짙게 깔리면서 차이콥스키 특유의 독특한 색채로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된다.

△제4부 수도사 로렌스의 조언대로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 있는 로미오를 보고 그가 죽은 것으로 알고 로미오를 따라가기 위해 독약을 마시며 자살을 하게 되는 줄리엣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랑의 테마가 숭고하고 애절한 하프의 분산화음으로 은은하고 외로이 울리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들을 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2)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1)
△발레리 게르기예프(지휘) 키로프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EMI, 2000)
△게오르규 솔티(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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