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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세페 타르티니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악마의 트릴'
쥬세페 타르티니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악마의 트릴'
  • 의사신문
  • 승인 2009.11.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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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만난 악마의 '황홀한 선물'


 타르티니의 바이올린 작품들뿐만 아니라 모든 바이올린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 작품은 19세기 말 바이올린의 거장 요하임이 연주해 급속히 유명하게 되었다. 마지막 악장에는 놀라운 기교로 연주하는 그 유명한 트릴로 인해 이 곡에는 `악마의 트릴'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타르티니의 친구였던 프랑스 천문학자 요셉 랑드는 타르티니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를 그의 일기에 이렇게 적고 있다. 바이올린에 있어 아무와도 비견될 수 없는 묘기를 익히고자 고심하던 타르티니는 어느 날 밤 꿈속에서 악마와 만나 약속을 한다. 마치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약속처럼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맡기는 대신 자기가 필요할 때는 언제든 악마가 도와주어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타르티니는 자신의 바이올린을 악마에게 주면서 바이올린을 가장 황홀하게 한번 연주해 달라고 요청한다. 꿈속에서 악마가 들려준 트릴은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꿈꾸지도 못했던 지극히 아름다운 리듬이었다. 그는 너무도 황홀하여 자신도 그런 음악을 연주하려고 했으나 악마가 들려주었던 연주는 도저히 흉내낼 수조차 없었다.

꿈속에서 깨어난 그는 꿈속에서의 악마의 연주를 오선지 위에 옮기려 했으나 옮길 수 있는 것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비록 이 작품이 내가 작곡한 것 중 가장 뛰어나다 할지라도 악마가 꿈속에서 나에게 들려준 것에 비하면 너무도 보잘 것 없는 것이다.”라고 그는 고백했다. 하이페츠 등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를 길러낸 레오폴드 아우어는 이 곡에 대해 이렇게 극찬을 했다. “이 작품이 정말 악마가 가르쳐 준 것이라면 그 악마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음악가였음에 틀림없어”

쥬제페 타르티니는 1692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부유한 상류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학에서 신학과 법률학을 공부했으나 바이올린 연주기량을 꾸준히 연마해 훗날 문학과 음악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어 파두아의 성 안토니오 교회의 악장이 되기에 이른다. 이 무렵 `엘리자베타'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 그녀의 대부 코르나로 추기경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지만, 이로 인해 추기경의 노여움을 받아 3년간 프라하로 추방되어 생활하게 된다. 음향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바이올린의 구조를 개량하는 한편 새로운 바이올린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기도 하는 등 프라하에서 파두아로 돌아온 이후에는 바이올린을 교육하는 음악학교를 개설하기도 한다. 타르티니는 음악이론과 후배 양성에 평생을 바친 공으로 이태리의 국민 거장으로 숭배되는 가운데 베토벤이 태어난 해인 1770년 제자이자 유명한 바로크 작곡가 `나디니'의 지극한 간호아래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제1악장 Larghetto affetuoso : 애수를 띤 명상적인 주제로 시작하면서 후반부에서는 시실리아노의 리듬에 의한 서정적인 변주를 거쳐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면서 마치게 된다.

제2악장 Allegro : 제1악장이 꺼져가듯이 끝난 다음 대담하게 도약하듯이 시작되면서 이윽고 16분음표의 무궁동으로 현란하게 움직여 간다.

제3악장 Grave Allegro assai : 처음에는 무겁게 현을 그어 내려가다가 그라베 기분을 깨듯이 알레그로 앗사이로 넘어가면서 유명한 `악마의 트릴'이 눈부시게 전개된다. 이 트릴은 처음에 나타나는 것이 무려 18소절에까지 이를 정도로 가장 길게 연주된다. 다시 두 번째 그라베와 알레그로가 다시 반복되면서 마지막 옥타브 음역에서 시작하여 점차 하강해 가면서 점점 멈추어가는 아다지오는 다시 한 번 밤의 정적과 신비에 싸이고 곡은 끝난다. 어떤 이들은 제1악장을 `꿈의 시작', 제2악장을 `악마의 등장', 제3악장을 `악마의 연주'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들을만한 음반 : 로베르토 미켈루치(바이올린)(Philips, 1971); 에두아르드 멜쿠스(바이올린)(Archiv, 1971);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Melodya, 1970); 아르투르 그뤼미오(바이올린)(Philips, 1956); 앤드류 맨즈(Hyperion, 1997)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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