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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서곡 〈핑갈의 동굴〉 b단조 작품번호 26 
멘델스존 서곡 〈핑갈의 동굴〉 b단조 작품번호 26 
  • 의사신문
  • 승인 2016.03.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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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46〉 

■낭만주의 표제 음악의 전형을 완성한 뛰어난 풍경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멘델스존은 여행을 좋아했다. 특히 영국을 좋아하여 일생동안 10회나 영국을 방문하게 된다. 1829년 런던에서 그는 연이은 무도회, 연극과 오페라 관람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한편 자신의 교향곡을 직접 지휘한 연주회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필하모니 소사이어티의 명예회원으로 추대된다. 약관의 나이에 바로크 시대의 헨델에 비견될 만큼 거장으로서 융숭한 환대를 받았다.

23세 때인 1832년 여름에는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에딘버러의 `아서왕의 자리' 언덕에 올라 지평선을 바라보며 메리 스튜어트 여왕의 비운을 생각하며, 교향곡 제3번 〈스코틀랜드〉의 도입부를 구상하게 된다.

여행은 계속되어 하일랜드까지 올라갔고, 서북쪽에 있는 헤브리디스(Hebrides)제도까지 가게 된다. 그곳에서 스테파(Staffa) 섬에 있는 거대한 동굴의 압도적인 풍광은 그에게 숨 막힐 듯한 충격을 준다. 거대한 암굴의 동굴은 전설에 따르면 그 지방을 다스렸던 국왕 핑갈(Fingal)의 이름을 `핑갈의 동굴'이라 불리었다. 당시 멘델스존과 동행했던 친구 클링게만은 그 동굴을 보고 “거대한 오르간의 내부처럼 어둡고 소리가 울리고, 자연 그대로 남겨져 있었으며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라고 묘사했다.

이 동굴을 처음 봤을 때, 멘델스존은 대서양의 파도가 가파른 절벽의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포말을 뿌리며 부서지는 파도 속으로 기암절벽이 드러나는 절경과 함께 스코틀랜드 특유의 색다른 분위기에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 동굴이 지닌 전설과 함께 이 동굴의 매력에 빠져들게 그는 교향곡의 소재로 삼고자 하였다. 멘델스존은 `핑갈의 동굴'을 보고난 저녁 그의 누이 화니에게 “헤브리디스제도는 나에게 얼마나 대단한 충격을 주었는지 모를 거야. 바로 이 충격이 온 종일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어. 조금이나마 그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 그곳에서 떠오른 악상과 함께 보낼께”라고 당시 느낌을 편지로 보내면서 21 마디의 음악을 작곡하여 함께 보낸다.

이 부분을 도입부로 하여 이듬해 로마에서 〈외로운 섬〉으로 발표하였다. 그 후 개정하여 〈헤브리디스〉라는 제목으로 런던에서 발표하였고 훗날 서곡〈핑갈의 동굴〉이 되었다. 이 곡은 1832년 5월 런던에서 멘델스존 자신의 지휘로 초연하였고, 후에 몇 차례 수정을 한 후 프러시아 황태자에게 헌정되었다.

이 곡은 파도의 물결을 연상케 하는 현의 선율과 바람과 바위를 나타내는 목관악기의 선율들이 자유분방하게 어울리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낭만주의 성격의 멘델스존만의 기품 있는 고전적인 특성이 가미되어 이상적인 구성과 화음으로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바그너는 이 음악을 듣고 “뛰어난 풍경 화가의 작품”이라고 극찬을 했다. 순수한 기악 음악을 통해서 회화적인 풍경이나 문학적인 내용을 표현하는 표제음악 장르는 낭만주의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장르 가운데 하나였고, 그 중에서도 서곡 〈핑갈의 동굴〉처럼 단 악장의 `연주회용 서곡'은 훗날 리스트가 창시한 `교향시'의 중요한 원형이 되었다.

Allegro moderato 제1주제는 첼로, 비올라, 바순의 선율로 잔잔한 파도가 일렁거리듯 시작하면서 갈매기 떼가 날아다니는 스테파 섬의 절벽 위로 가파르게 솟아 있는 언덕과 넘실대는 파도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의 모습을 절묘하게 스케치하고 있다. 바위에 부딪치는 흰 물방울의 파도와 동굴 속의 음산한 적막감이 눈에 보이는 듯 그려지면서 아름다운 선율의 제2주제가 첼로와 바순에 의해 잔잔해진 바다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의 모습을 그린다. 다시 바다는 거칠어지면서 제3주제가 밝은 햇살아래 파도가 부셔지듯 여러 갈래의 선율이 자유롭게 퍼져나간다.

음악은 계속해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바다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그리다가 마지막에는 눈을 살며시 감고 있으며 서늘한 바닷바람과 함께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 듯 막을 내린다.

■들을 만한 음반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88)
△피터 막(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65)
△오토 클램페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0)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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