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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바흐작품 1046-1051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바흐작품 1046-1051
  • 의사신문
  • 승인 2009.10.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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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미와 웅장함을 표현한 협주곡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그동안 궁정악단에서 연주되던 각종 악기를 위한 여러 협주곡 중에서 우수한 곡들은 골라서 묶어낸 것들로서 가장 규모가 크고 널리 애호되는 바흐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태리의 비발디 등이 확립한 협주곡 형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대위법적으로도 이태리의 음악보다 한층 정교하게 작곡되어 있다. 다양한 구성으로 된 독주악기와 합주군이 교묘하게 대비된 밝은 음악으로 바로크 협주곡의 정점을 이루는 걸작이다.

총 6곡의 협주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호쾌하고 리드미컬하면서 목가적인 애수가 풍기는 우아한 선율도 간간이 섞여 있다. 이렇게 서정미에다 극적인 웅장함이 곁들어져 있는 이 곡은 바흐 음악의 전반적인 밑그림에 해당하는 협주곡이라 할 수 있다.

바흐는 32세가 되던 1717년 쾨텐 공 레오폴트에게 발탁되어 그의 궁정 악장이 되는데 이 시기는 바흐의 `쾨텐 시기'로 생애 최고의 행복한 시절이었다. 이 작품은 이 시기 바흐가 36살이던 1721년 작곡한 것으로 브란덴부르크의 슈베트 백작인 크리스티안 루트비히 경에게 헌정한 곡이다. 바흐는 이 곡을 헌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불어로 덧붙였다. “음악적 감각이 탁월하고 고귀하신 브란덴부르크 경을 위하여 이 미천한 인간이 협주곡을 올리나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루트비히가 크게 기뻐하지도 않았으며 그다지 연주도 잘 되지 않은 듯하다. 후세에 낡은 서고에서 발견된 이 악보는 연주되거나 사용된 흔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바흐가 자신이 쾨텐 궁정에서 운영하던 악단 규모에 맞춰 썼기 때문에 후작이 보유한 악단의 규모로는 이 곡들을 연주하기에 역부족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형식인 다양한 악기를 위한 6개의 합주협주곡이다. 합주협주곡이란 고전파, 낭만파 시대의 협주곡의 전신으로 독주 악기가 하나 또는 두 세 개가 있고, 현악합주단이 한 그룹을 이룬다. 콘체르토(Concertos)라는 이탈리아 단어의 뜻이 바로 `경쟁'이라는 의미로 마치 이 둘이 경쟁을 하듯 주거니 받거니 연주를 한다. 바로크 시대의 또 하나의 특징은 통주저음이라는 것이다. 이 통주저음을 빼고서는 바로크를 말할 수가 없다. 통주저음이란 건반악기는 독주 악기가 쉴 때에도 지속적으로 낮은 음으로 반주를 넣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반주는 지금 우리가 악보에서 보는 것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작곡자가 화음만 기록해 놓고 연주자는 그 때마다 즉흥적으로 화음에 맞는 반주를 만들어 넣어야 했다. 그러니 연주자의 실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수도 있었다. 쾨텐에서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관현악단을 가져 본 적 없던 바흐는 자신도 쾨텐 악단에서 비올라를, 레오폴트 공작은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했다고 아들인 칼 필립 에마누엘은 전한다. 특히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번의 경우는 다른 곡들과 달리 통주저음을 담당하는 쳄발로의 역할이 상당히 크고 중요해 쳄발로 협주곡이라고도 불렸는데, 이 대단히 기교적인 쳄발로 파트는 바흐 자신이 맡았을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각 협주곡은 서로 다른 편성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양식 면에서도 서로 판이하게 다르다. 쾨텐에서 구할 수 있었던 적은 수의 기악 연주자들을 위한 편성으로서 바흐 자신의 악단을 위해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작곡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결국 이들 곡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악 편성은 당시까지의 합주 협주곡 전통에서 도출할 수 있었던 모든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로 가는 길도 대담하게 암시했던 것이다. 작곡가 바흐가 보여주었던 천재성과 더불어 음악사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변치 않은 채 여러 연주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곡으로 남아 있다.

■들을만한 음반 : 트레버 피노크(지휘), 잉글리시 콘서트(Archiv 1978); 칼 리히터(지휘), 뮌헨 바흐오케스트라(Archive 1960); 칼 뮌힝거(지휘), 슈투트가르트 쳄버오케스트라(Decca, 1961); 네빌 마리너(지휘), 성마틴 아카데미 실내합주단(Philips, 1978); 톰 쿠프만(지휘),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EMI, 1983)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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