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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와인에 대한 이해<7>
보르도 와인에 대한 이해<7>
  • 의사신문
  • 승인 2009.10.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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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소량만 생산되 희귀한 '가라쥬 와인'

지난 호에서는 보르도 우안의 생떼밀리옹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생떼밀리옹에서 생산되는 가라쥬(garage) 와인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어휘 그대로 해석하면 차고에서 만드는 와인이란 뜻이다. 샤또에 부속된 차고 형식의 작은 건물에서 수확한 포도를 압착하고 숙성시켜 생산된 대단히 적은 양이 생산되는 와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가라쥬 와인의 시초는 뽀므롤 지역의 샤또 르팽(Le Pin)으로 볼 수 있는데, 70년대 말 샤또 비유 샤또 세르땅(Vieux Chateau Certan)을 소유한 가문에서 1헥타르 규모의 메를로 품종의 오래된 포도로 구성된 포도원을 구입하면서 시작된다. 샤또 빼트뤼스의 양조 철학을 바탕으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샤또 내의 검은 소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허름한 건물의 차고에서 1979년 첫 르팽을 탄생시키는데(이런 이미지 때문에 르팽이라 불림), 1982년 이 르팽을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주게 되고 7000개 병 밖에 안되는 생산량으로 인해 가격은 폭등해서 현재는 15배가 넘는 기록적인 상승으로 인해 르팽 신드롬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이 후 1990년대에 들어 생떼밀리옹 지역에서 이러한 가라쥬 와인들이 주목을 받게 되는데 가중 중요한 와이너리는 샤또 발랑드로(Valandraud)이다. `장 뤽 뛰느뱅' 이라는 네고시앙(와인 거래상)이며 와인 레스토랑을 경영하던 업자가 직접 포도원을 매입해서 와인을 생산하게 되는데 아마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보르도에서 자리를 잡은 샤또 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라쥬 와인들은 적은 생산량에 의한 희귀성으로 수집가의 욕망을 만족시켜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로 인해 뛰느뱅(Thunevin)이란 이름이 tue-le-vin (kill the wine)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 외에 생떼밀리옹의 주요 가라쥬 와인으로는 페랑 라띠그(Ferrand Lartigue), 그라시아(Gracia), 롤 발랭땡(Rol Valentin), 라 고므리(La Gomerie), 링솔렝쓰(Lynsolence), 에르미타쥬(L'Hermitage), 라 몽도뜨(La Mondotte), 끌로 드 사르쁘(Clos de Sarpe) 등이 있는데 이들의 모든 총 생산량을 합쳐도 메독의 그뤼오 라로스 같은 주요 샤또의 생산량에도 못 미친다.

가라쥬 와인이 갑자기 스타 반열에 오른 데에는 두 가지 짚을 점이 있다. 우선 소유주의 양조 철학이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관리하는 2헥타르 미만의 작은 포도원은 소수의 노동력으로도 집중적인 포도의 생장 관리가 가능하고, 포도수확량의 제한을 두어 토양의 미네랄이 포도로 집중할 수 있도록 했으며, 수확 시 건강한 포도만을 엄선해서 직접 손으로 수확해서 고품질의 와인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저널리즘의 역할이다. 유명한 저널리스트들이 의도적으로 이런 와인들을 발굴하고 있고, 와인 비평행사를 통해서 대중에게 각인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와인 비평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파커의 입맛을 만족시킨다면 가격 상승과 더불어 와인 귀족으로의 신분 상승도 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보르도의 양조협회나 네고시앙들은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는데 와인은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매니아들에 의해 투자의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가라쥬 와인들이 일부 유명한 와인 컨설턴트들의 조언을 받으면서 획일적인 맛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파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아 높은 가격을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인지라 그가 좋아하는 과일향 강하고 집중된 와인들로 획일화가 이루어져서 토양의 특성(떼루아)과 기후에 따른 빈티지의 특성이 간과되는 와인들이 생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이론은 여기까지로 하고 가라쥬 와인을 실제 접해 보도록 하자. 몇 년 전 한 영세 수입업자가 위에 언급된 대부분의 와인들을 수입해서 시장에 푼 적이 있는데 필자는 운 좋게 저기 언급된 대부분의 와인들(구할 수 없는 샤또 르팽은 제외하고)을 테이스팅 해볼 수 있었다. 결과는? 가격대비 앞으로 계속 사먹겠다는 와인도 있었고 다시는 안 사겠다고 생각한 와인도 있었다. 지금까지 말한 논란은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아마 가장 냉혹한 판단자인 시장이 결정해 줄 것이다.

주현중〈하얀 J 피부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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