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8:07 (화)
리하르트 바그너 4부작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중 제2부 〈발퀴레〉 
리하르트 바그너 4부작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중 제2부 〈발퀴레〉 
  • 의사신문
  • 승인 2016.01.11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338〉 

■자유의사로 보탄의 명령을 거부한 발퀴레

바그너 음악에 대한 평가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애증이 확실하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좀 더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반인륜적인 학살과 애국의 영웅적인 행위 사이에서 정의에 대한 판단이 모호해지기까지 한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어느 날 평화로운 베트콩 마을을 향해 미군들이 무차별적인 헬리콥터 폭격을 하는 동안 오페라 〈발퀴레〉 중의 `발퀴레의 기행'이 장대하게 울려 퍼진다.

미군들의 표정은 마치 즐거운 사냥을 나온 듯 가벼운 표정이고, 마을에선 아이들과 여인네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가고 있다. 냉소적인 시각으로 살육의 참혹함을 부각시킨 이 장면에서 `발퀴레의 기행'의 극적 효과는 가히 압권이다. 이처럼 바그너의 음악은 반인륜적인 학살조차도 영웅적인 행위로 착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바그너 음악의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히틀러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돌프 히틀러는 반유대적이고 인종주의적인 바그너를 광적으로 숭배하였으며 특히 이 `발퀴레의 기행'을 좋아하여 나치군 철모도 `발퀴레' 전사의 모자를 모방하여 만들 정도였다.

바그너는 고대 북유럽 게르만의 전설인 사가(saga)와 중세 독일의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에 기초하여 1854년 여름 〈발퀴레〉 제1막 스케치를 시작하여 1856년 3월에 완성하였고 〈지그프리트〉는 1856년 시작하여 1871년에 작곡을 마쳤다. 마지막 4부인 〈신들의 황혼〉은 1874년 11월에 완성하게 된다. 전곡을 마치는데 1848년 대본에 착수한 지 무려 26년의 세월을 보낸 것이다. 〈발퀴레〉에선 젊은 영웅 지그문트와 그의 여동생 지글린데, 이들을 보호해준 발퀴레 브륀힐데에 관한 내용으로 훗날 영웅 `지그프리트'의 탄생을 예시하고 있다.

△제1막 제1장 폭풍우가 치는 밤 거인 훈딩의 집에 베르중족의 젊은이 지그문트가 지친 몸으로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 들어온다. 이 베르중족이란 몰락할 위기의 신족을 구하기 위한 영웅을 만들고자 보탄이 인간과 정을 통해 만든 일족이다. 홀로 집을 지키고 있던 지글린데는 어려서 지금의 남편 훈딩에게 납치되어 아내가 된 처지이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이날 밤 찾아 든 지그문트와는 바로 어려서 헤어진 쌍둥이 남매 사이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둘은 첫 눈에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제2장 곧 남편 훈딩이 돌아와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누는데 이 자리에서 훈딩은 지그문트가 과거 자기 동족을 죽인 원수임을 알게 되자 다음날 결투할 것을 약속하고 훈딩이 먼저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제3장 지글린데는 남편의 잔에 수면제를 넣어 잠들게 하고는 지그문트에게 다가간다. 지그문트는 `겨울 폭풍은 지나가고'를 노래하고 지글린데는 `그대는 봄'이라 화답하며 `승리의 말(言)'이라는 뜻의 지그문트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지글린데는 물푸레나무에 박혀있는 검을 보여주며 이 검을 뽑는 자는 영웅이 된다고 하자 지그문트는 거뜬히 그 검을 뽑아서 그 칼을 물푸레라는 뜻의 `노퉁'이라 명명한다.

△제2막 제1장 훈딩과 지그문트가 결투를 한다. 둘의 결투를 내려다보고 있던 신 보탄은 지그문트를 도울 생각이었으나 아내 프리카가 간통과 근친상간의 산물인 지그문트를 강력히 엄벌하라고 하자 어쩔 수 없이 지그문트를 훈딩에 패해 죽게 명령한다.

제2장 브륀힐데는 보탄과 대지의 신 에르다의 딸들인 9명의 발퀴레 중 하나이다. 발퀴레는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용감한 영웅들을 신들의 궁인 발할 성으로 데려가는 역할을 맡은 여전사들이다. 브린힐데는 지그문트를 죽이라고 명령하는 아버지에 대한 충성과 분노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제3장 한편 훈딩의 추격을 받고 쫓기는 지그문트와 지글린데는 힘들어 쓰러지면서 지글린데가 자기를 버리고 도망치라고 지그문트에게 애원한 뒤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제4장 브륀힐데는 이들을 동정하여 보탄의 명령을 어기고 훈딩과의 결투에서 지그문트 편을 들게 되자 보탄이 나타나 검 `노퉁'을 두 동강 내고 지그문트를 죽게 한다. 브륀힐데는 두 동강난 칼을 챙겨 지글린데를 말에 태워 달아난다. 보탄은 달아나는 브륀힐데에게 벌을 내리겠다고 외친다.

△제3막 제1장 바위산에 발퀴레들이 영웅들의 주검을 나르는 동안 유명한 `발퀴레의 기행'이 연주된다. 이때 브륀힐데가 지글린데를 데리고 날아온다. 그녀는 보탄이 추격하고 있으니 지글린데를 숨겨달라고 간청하지만 보탄이 두려워 아무도 도와주려하지 않는다. 지친 지글린데에게 브륀힐데는 뱃속의 지그문트의 아이를 위해 반지를 갖고 있는 거인 파프너의 동굴에 가서 숨고 훗날 아기를 낳으면 `지그프리트'라고 지으라고 알려주자 그녀는 파프너 동굴로 떠난다.

제2장 보탄은 브륀힐데에게 아버지의 명령을 어긴 죄로 신성을 박탈당한다고 선언하자 나머지 발퀴레들이 보탄에게 탄원하지만 보탄이 그들도 함께 벌하겠다고 하자 모두 자리를 떠난다.

제3장 보탄은 브륀힐데에게 바위산 위에 잠든 채 처음 접근한 남자의 아내가 된다는 선고를 내린다. 그러자 브륀힐데는 불의 벽을 뚫고 자기의 잠을 깨우는 자는 부디 지상의 영웅이 되게 해달라고 한다. 보탄은 그 청을 받아들여 불의 신 로게를 불러 그녀의 둘레에 두터운 불의 벽을 쌓게 만든다. 이 불의 장벽은 형벌이기도 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딸에 대한 애정의 보호이며 보탄 자신의 힘의 한계를 상징한다. 이 불의 벽을 뚫는 사나이가 브륀힐데의 남편 될 자격이 있는 진짜 영웅인 것이다.

■들을 만한 음반 : 한스 호터(보탄), 제임스 킹(지그문트), 레전느 크레스팽(지글린데), 비르기트 닐슨(브륀힐데), 게오르규 솔티(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65) 토마스 스튜어트(보탄), 존 비커스(지그문트), 군둘라 야노비츠(지글린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6) 제임스 킹(지그프리트), 레오니 리사넥(지글린데), 칼 뵘(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DG, 1967) 폴 엘밍(지그문트), 나디네 시쿤데(지글린데), 다니엘 바렌보임(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Warner music, 1992)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