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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 이르는 길
성공에 이르는 길
  • 의사신문
  • 승인 2016.01.1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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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30〉

2011년에 출판한 나의 졸저 〈젊은 히포크라테스를 위하여〉에 성공에 대한 글이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성공하려고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후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고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성공을 향한 갈망은 의지력의 강약으로 나타나며, 결국은 목표 달성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야에서 대가가 된 사람이 대부분 그 일을 힘들어 하지 않고 진심으로 즐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논어에 있는 “학문을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는 공자님 말씀과 같았다. 일에 성과가 생기면 신이 나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이 작동한 결과이다.

양성 피드백이란 어떤 일의 결과물이 다시 그 일을 더 많아 하도록 자극하는 현상이다. 어느 한 가지에 심취되어 몰두하게 되면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게 되어 어떤 보상이 뒤따르고, 여기에 다시 재미가 붙어 더욱 전념하게 된다. 성공한 사람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행태이다. 그러면 왜 모든 사람에게 양성 피드백이 작용하지 않는 것일까? 보상이 만족스럽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에 다다르기 전에 힘들어 중단하기 때문이다.

모든 가치 있는 일에는 난관이 있어 달성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사에 공짜는 없고 모든 일이 원인과 결과로 연결되어 서로 여기저기 걸려 있기 때문이다. 성과와 보상이 오기 전에 반드시 어려움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어렵지 않았으면 이미 먼저 이루어져 현재는 가치가 떨어졌고, 힘이 들수록 이루기가 어려워 가치가 남아있을 것이다. 난관이 최고도에 도달하는 시점이 바로 양성 피드백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힘든 정점을 넘기면 일의 본질도 깨달아 쉬어지고 성과에 칭찬과 보상을 받기 시작한다. 당연히 재미를 느끼고 신바람이 나 더욱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문제는 어떻게 이 과정까지 참으며 극복하느냐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각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된다. 가장 흔한 사례가 절박감이 작동하는 경우이다. 일이 잘되지 않으면 인생 전체가 망하게 되는 상황에서 나타난다. 배수진을 친 상태에서는 살기 위해 더욱 집중하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어려움을 이겨내게 된다. 우리 주위의 많은 예에서 이 기전을 찾아낼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자란 학생이나 운동선수가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다. 소위 `헝그리 정신'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성공하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생긴 이유이다.

우리가 일제치하와 한국전쟁으로 억압 받고 가난했던 과거에는 이 기전이 주로 작동하여, 우리에게 익숙해서인지 아직도 사람들은 이것에 집착한다. 국가대표 운동경기에서 외국 팀에 지면 정신력이 약하고 헝그리 정신이 떨어져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배고픈 적이 없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요구해봤자 이해가 안 되고 효과도 없다.

또 다른 방법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식욕, 성욕, 명예욕 등이다. 식욕은 헝그리 정신으로 이해 가능하다. 성욕은 자신의 후손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욕구이고 가장 센 기전이다. 구체적 설명도 필요 없으나 우리 생각보다 더 넓게 포진하고 있다. 남녀 간의 애정에 의한, 또 이를 위한 노력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불가능하게 여기는 난관을 극복하게 해준다.

명예욕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다. 모두 다른 사람에게 인정 받고 싶어 한다. 어느 집단을 대표한다는 자격을 부여하면 때로 욕망이 승화된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면 자기도 모르게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한다. 운동 경기에서 주장이나 중요한 포지션을 맡기면 의외로 책임감을 느껴 잘하는 선수가 많다. 명예욕이 더 승화되면 일종의 소명으로 변한다. 이 일을 자신의 운명으로 생각하고 어려움을 이기고 성취하는 것이다.

유교 권 나라에서는 효성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좋은 기전이다. 공자님은 효(孝)를 사람이 행하여야 할 가장 높은 덕목으로 가르쳤다. 부모님에게서 받은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어려움을 참고 성공하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경험한 기전이다. 우리 집은 학교하고 멀어 학창 시절 일찍 등교 길에 나서야 했다. 내가 어려울때 마다 아직도 어두운 새벽에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시던 어머니 모습을 상기하면서 힘을 얻고는 하였다.

그러나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조건 재산이 많거나, 또는 지위가 높으면? 고액 복권 당첨자, 조직 폭력배의 두목이나 전두환 대통령이 훌륭한 리더가 아니듯이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에게는 전제 조건이 있다. 원만한 인성을 바탕으로 하여 진실성과 윤리성을 갖추어야 한다.

인생을 배로 가는 항해에 비유하는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하겠다. 배 안에 무거운 짐 두 개가 있었다고 한다. 가벼운 상태로 배를 젓기 위해 `진리'과 `도덕'이라고 적혀져 있는 이 짐을 물에 던져 버렸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두 짐은 항해에 꼭 필요한 식량과 물과 같은 존재였다! 배는 가벼워졌으나 계속 가게 할 힘이 없어진 것이다.

〈수피 우화〉라는 책에서 성공과 행복이 꼬리에 있다면서, 자기 꼬리를 잡으려고 빙빙 돌고 있는 강아지에게 철학가 수피가 한 말이다. “살랑거리는 꼬리를 뒤쫓으며 돌지 마라. 네가 자신에게 충실하여 자유롭게 뛰어다니면 성공, 행복은 꼬리와 함께 언제나 너의 뒤를 따라온단다.” 자기가 선택한 위치에서 선한 생각과 굳은 의지를 가지고 어려움을 이기면서 노력하자! 어느새 양성 피드백에 도달하여 그 일이 즐거워지고, 저절로 목적하는 바를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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