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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칼럼] 피타고라스의 잔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임원진칼럼] 피타고라스의 잔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 의사신문
  • 승인 2016.01.1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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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현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작년 8월 21일부터 29일까지 한 번은 가고 싶었던 나라 그리스를 여행하였다. 서양 문화의 원류이자 민주주의가 태동한 나라, 그리스를 여기저기 다녔다.

김강현 이사.

메테오라의 암석 산의 저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져 있는 수도원의 신비, 고대 도시 델피의 현대 운동장과 스탠드의 원조 격인 고대 경기장, 오늘날 돔 건축술의 기원이 된 클리템네스트라의 석조 원뿔형 무덤과 사자 조각으로 유명한 미케네 문명, 그리고 파란 지붕과 하얀 벽 그리고 맑은 바다가 매혹적인 산토리니 섬 등 여러 곳을 바삐 다녔다.

드디어 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 8월 27일 파르테논 신전이 저 멀리 보이는 언덕 즉 필로파로스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신전은 유네스코의 휘장으로도 쓰일 만큼 유명한데, 직접 바라다 보니 기원전 5세기에 건축되었다는데도 이렇게 크고 웅장하고 아름답던지… 필로파포스 언덕을 올라가면서, 아테네 시민 약 6000명이 모여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던 자그만한 프닉스을 지나 언덕 정상에 위치한 뮤즈들의 언덕이라는 석조물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테네 시내 한가운데 높이 솟아 있는 아크로 폴리스 언덕위에 파르테논 신전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화보집이나 슬라이드 영상을 보면서 언제나 가나 하며 상상의 나래를 폈던 그 시절을 회상하였다. 지금도 복원 공사를 하고 있어 크레인 모습이 여전히 눈에 거슬리지만 과거 사진 속의 모습과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복원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저 시간만 보내는 지 궁금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하고 있다고 한다.

내일 직접 갈 파르테논 신전은 멀리서 찬찬히 보며 언덕아래 카페가 즐비한 작은 광장을 지나 작은 기념품 판매점에 들어섰다.

그리스 특유의 문화를 엿볼수 있는 기념품 또는 지역의 특산물인 해면 말린 것 그리고 문화 유적을 설명하는 화보집, 역사책들이 눈에 낯설면서도 왠지 친숙한 그리스 알파벳으로 인쇄되어 있다. 여러 신전의 모형이나 신들의 조각상이 화려하게 진열되어 있는 선반에서 갑자기 시선을 끄는 도기로 되어 있는 알록달록한 컵들이 보였다. 표면에 그리스의 남자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잠시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아! 이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계영배(戒盈杯)이네!”하고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멀고 먼 그리스에도 계영배와 같은 컵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같이 여행을 하는 우리 일행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계영배를 보여주었으나 잘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알더라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들이 관심을 보이자, 기념품 가게주인이 주전자에 물을 담아 와서 컵에 부으며 컵 안에 그어져 있는 선 까지 물을 부으면 그대로 차 있지만 더 물을 따르자 물이 잔 아래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아까보다는 관심을 더 끌게 되었다. 컵 안에 설명서가 들어 있어 이를 읽어보았다.

놀랍게도 이 컵의 이름이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컵이라는 것이다. 그리스 여행을 오기 전까지는 전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였는데 우연히 기념품 매장 한 켠에 있는 알록달록한 인물이 그려진 컵을 보고서야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았다는 기쁨과 부족한 지식을 역시 함께 느꼈다. 그러면서 과연 동양과 서양 어느 쪽이 먼저 만들었을까? 아니면 동시에 만들었나? 하는 의문이 생겼으나 그곳에서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이었다.

10여 시간의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전철을 타고 오는데 기나 긴 비행시간의 피로와 아울러 시차로 인하여 몸이 더 무거웠다. 어서 집에 가 인터넷을 이용하여 계영배과 관련된 것을 찾아 볼 마음에 그나마 기운을 냈다.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공자(기원전 551-기원후 479)가 제나라 환공(기원전?-기원후 643)의 사당을 찾았을 적에 환공이 곁에 두고 스스로의 과욕을 경계하기 위하여 사용했던 의기를 보았다고 하는데 이름을 宥坐之器(유좌지기: 오른 편에 놓는 그릇) 이라 하였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과학자인 하백원(1781∼1845)이 만들었다고도 하고, 비슷한 시기에 도공 우명옥이 만들었다고 하며 당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명성을 얻은 인물로, 후에 자신의 방탕한 삶을 뉘우치려고 만들었다고 하며 이 잔은 후에 조선후기의 거상 임상옥(1779∼1855)에게 전해져 그는 이 잔을 늘 곁에 두고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였다고 한다.피타고라스는 기원전 580년 경에 태어나 기원전 490년 경까지 살았던 그리스의 수학자이기에 아마도 계영배는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제각기 만들어졌다고 보여진다.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은 동양에서는 절제와 겸손의 미덕, 또는 마음을 바로 잡게하는 관념적 도구로만 이용하고 있지만 서양은 이 사이펀 원리를 이용하여 고대시대에 이미 헤론의 분수를 만드는데 이용하였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수세식 변기에 적용하여 전 세계인이 함께 언제나 쓰는 생활의 도구로 응용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도 그저 관념에만 머무르지 말고 더 깊이 연구하여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그 관념을 구체화할 수 있기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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