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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창립 101주년 새 출발, 의료계에 길을 묻다 ④ 〔젊은 의사〕 `응답하라 대한민국 의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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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16.01.0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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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정책이사

건보 재정 확보와 효과적 분배 국민적 합의 필요

강정훈 정책이사.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1988'이 인기리에 방영되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추억과 향수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말 현재의 모습을 보면, 과연 그때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실제로 많이 발전했고 변화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건 단지 드라마에 나오는 예전 물건들이 각자 간직하고 있던 시청자들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당시의 따뜻했던 인간관계, 물질적으론 부족했지만 함께 나눌 수 있었던 마음 등이 같이 추억되었기 때문이라 생각 된다.

그 중 나의 눈을 사로 잡았던 부분은 주인공이 심장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장면이다. 환자와 보호자가 담당 의사에게 전적으로 신뢰를 보이고, 의사 역시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나 또한 울컥했던 장면이지만, 28년이 지난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과거 존경을 받았던 의사 선배님들이 부럽기도 했고, 그러지 못한 지금 현실이 안타깝게도 느껴졌다.

1988년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는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의료 환경과 문화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바뀌어 왔다.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질환들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으며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 역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의사들에게 보였던 환자들의 신뢰와 존경은 이제 예전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어 가고 있다.

무엇이 문제 일까? 정부에서는 전국민 의료 보험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를 다른 선진국에서도 본받고 싶어 하고 벤치마킹 해간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렇게 훌륭한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 혜택을 받고 있는 국민들은 과연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에 만족하고 있을까? 국민들에게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현재의 의료 제도와 상황에 만족하고 있을까?

현재 의료제도에 의료제공자와 이용자 모두 불만족 상태
수가 구조·의료 제도 개선 통해 의사-환자 신뢰 회복 희망

과거 전공의 시절 과도한 업무량과 낮은 급여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나도 전문의가 되고 나면 나중에 의사로서의 사회적 존경과 경제적 윤택함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전문의가 된 후 공중보건의사로 보건지소에 배치되어 근무하고 있는 지금, 그러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전혀 없다. 여전히 의사의 진료에 귀 기울이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환자들도 일부 있지만, 오히려 대리 처방과 진료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했을 때 욕설과 고함이 난무하거나, 진료실에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와 자신의 증상을 검색하고, 의사의 진료 내용과 비교하여 검색 내용과 다를 때 의사의 실력을 의심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의학적 지식에 대한 검색이 쉬워지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점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믿음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우리나라의 많은 의사들은 낮은 진료 수가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의사들 주장대로라면 국민들은 의사들의 희생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환자들은 병원에 가면 진료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병원비는 많이 나와 부담된다고 말한다. 의사들은 본인들이 희생하고 있다고 주장 할 정도로 낮은 진료 수가를 받고 있는데, 정작 돈을 내는 환자들은 의료비가 비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의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 현 제도에 불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의 제도가 다른 나라들이 본받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OECD 국가 들 중 우리나라의 의료 보험 보장성은 낮은 편이다. (2013년 기준 62%) 그러니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병원비가 부담된다고 말하는 것이 엄살로 치부할 것은 아닌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국민건강보험으로 부족해 개인적으로 사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이 높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체 GDP 대비 소득 대비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료 보험의 보장성이 우리보다 좋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 국민이 각자 부담하는 보험료 대비 보장성을 간접 비교한다면, 오히려 적게 내고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는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의료 수가 역시 그 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차치 하더라도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의료 제공자인 의사들에게 암묵적인 희생을 계속 강요하고 있고, 의사들은 진료에서 발생한 적자를 막기 위해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비급여 치료를 권해야 하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원치 않는 비급여 치료를 권유 받게 된다면 환자들의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 질 수 밖에 없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젊은 의사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진료 모습은 교과서적으로 양심적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며, 이를 통해 환자의 질환에 대하여 공감하고 치료를 해가는 것일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지금의 우리나라 건강 보험 제도의 효율성은 매우 높은 편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료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적절한 진료 수가를 유지하고 의료 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려면 국민들이 지금보다 건강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건강 보험의 재정 확보와 효과적인 분배를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현재의 제도를 유지 운영하고 있는 정부의 몫이다. 이를 통해 의사들에게는 이상적인 진료 환경을 만들어 주고 국민들에게는 건강에 대한 안위와 만족을 높여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 제도와 환경이 바뀌어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조금 더 희망적인 의료 문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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