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 신년특집 기념수필 - 진료실 에피소드 ; `인터넷 유감'
■2016년 병신년 신년특집 기념수필 - 진료실 에피소드 ; `인터넷 유감'
  • 의사신문
  • 승인 2016.01.0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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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약물 오남용·비정상 진료 부추기는 `인터넷 세상' 

이윤수 원장.

`알고 싶어요? 알고 싶으면 500원!, `네이버 찾아봤어?', `모르면 네이버에게 물어봐'

이러한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인터넷이 생활 주변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를 하고자 글을 올리며 이용자들은 자신의 궁금한 점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알아낸다. 인터넷 수시 검색어에 떴다고 하면 `대박~을 쳤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주변 식당, 숙박업소, 먹거리 배달, 택시호출 등이 궁금하면 일단 인터넷부터 찾아본다.

인터넷은 궁금증을 풀고자 여기저기 찾아보는 수고와 시간을 절약해주는 장점도 있지만 나름대로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 많은 전문가의 영역을 점차 인터넷이 대신해가고 있다. 진료실 현장에서도 인터넷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벌써 세계적인 IT 회사들이 인터넷으로 진료행위가 가능하다며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온갖 의료정보가 떠있다. 문제는 일부 환자들이 어설프게 알아낸 정보를 이용하여 진료실에서 의사를 괴롭히기도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이러저런 것을 설명해주면 인터넷에는 그렇게 써 있지 않은데 하며 반박을 하는 젊은이도 있다.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약이 자신의 처방전과 다르다며 따진다. 필자의 병원에 20대초 젊은 여성이 찾아왔다. 병원 근처에 근무하는 회사원인데 화장실에 너무 자주 가서 불편하다면서 물 마시는 것조차도 겁이 난다고 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하여보니 과민성방광이 의심되었다. 약을 처방해주고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하였다.

일주일 뒤에 나타난 환자의 얼굴이 잔뜩 화가 나서 찌푸려져 있었다. 증상이 좋아졌느냐고 하였더니 대뜸 “주변에서 진료를 잘 본다고 모두 추천해주셔서 왔는데 그럴 수가 있느냐”며 화를 내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B회사의 B란 약이 잘 듣는다는데 왜 자기에게 A회사의 A란 약을 처방해주었느냐”고 했다.

무슨 소리인가 들어보니 과민성방광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인터넷을 찾아봤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자신이란 똑같은 증상을 가진 분의 글을 보았는데 B란 약을 쓰고 나았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진료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과민성방광에 사용하는 약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A란 약, B란 약 모두 외국 제약회사 제품이며 신약으로 저마다 잘 듣는 약이라 할 수 있다. 작용기전이 비슷한 약이라도 약마다 작용시간, 부작용, 금기사항 등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어떤 약을 선택하느냐는 것은 진료하는 의사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보겠다.

환자에게 설명해 주었으나 뭔가 부족해 하는 느낌을 가졌다. 그래서 증상은 더 나빠졌냐고 물었더니 “증상은 좋아졌는데요”라고 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대한 맹신은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일단 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민간요법이 의사말보다 더 믿음이 간다.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며 다급하게 병원 문을 들어서는 어르신이 있었다. 차트를 보니 1년 전 필자의 병원에서 전립선 비대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던 분이었다. 전립선 비대증 약과 더불어 한동안 약을 복용하다가 많이 심해지면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하였다. 수술에 대해 걱정을 하기에 개복 수술이 아니고 내시경을 이용하여 요도를 통해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필자의 병원에서 자주 하는 수술로 그렇게 힘든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 병원에 온 기록은 없었다.

일단 급하게 요도에 관을 넣어 소변을 외부로 빼어주니 900cc의 소변이 나왔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지 처음 알았다며 고맙다는 말을 연속하는 것이다. 그동안 다른 병원에서라도 전립선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옥수수 수염 달인 물을 냉장고에 넣고 마시니 소변도 잘나오고 하여 따로 병원에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녀가 인터넷에 찾아보니 옥수수 수염 달인 물이 전립선 비대증에 좋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설명이 너무 자세히 하였는지 혹은 부족하였는지 모르지만 환자와 가족들이 인터넷을 통해 옥수수 수염에 더 현혹된 것이다. 비용으로 따지면 옥수수 수염 물을 달이기 위한 가스 값이 약값보다 더 들었을 것 같다. 인터넷 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편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터넷이 오남용을 부축인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남성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어디가 불편해서 왔냐고 물어보니 특정 발기부전 치료약 이름을 대면서 그 약을 달라는 것이다. 차트를 보니 생년월일 란에 19살로 적혀 있었다. 며칠 후에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기로 하였는데 성관계를 좀 더 잘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동안 잘 되었는데 최근에는 웬일인지 성관계를 갖고자 시도하였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본인 같은 경우는 심인성으로 발기부전 약을 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왜 그 약을 달라고 하느냐고 물어보니 인터넷에 보니 그 약이 유명하다는 것이다.

발기부전 약들이 특허기간이 풀리면서 국내 제약회사에서 저마다 수많은 복제 약들을 내놓고 있다. 발기부전약이란 원래 오남용의 소지가 많아 반드시 처방전을 발행하여야만 구매할 수 있다. 물론 간혹 발생하는 중증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는 없다. 제약회사마다 복제 약에 대해 성적인 느낌이 나도록 상품명을 지으면서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진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20살도 안 된 남학생에게 처방전을 줄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약의 부작용과 오남용에 대한 강의를 30분 이상 하고는 그냥 가라고 하였다. 학생은 왜 처방전을 주지 않느냐며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인터넷에는 심인성 발기부전이라고 하는데 왜 처방전을 안주느냐고 한다.

병원을 찾을때 이미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진단명을 붙이고 오는 환자들이 꽤 많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일단 뒤져보고 자기 나름대로 진단을 내린다.

의사에게 자기가 찾아온 진단과 맞는지 확인을 하러 병원에 간다. 맞으면 자신의 생각이 올바른 것이고, 틀리면 그런 것도 맞추지 못하는 실력이 형편없는 의사가 된다.

젊은 30대 초반의 회사원인 환자가 찾아왔다. 인터넷에 자신의 증상을 찾아보니 성병인 에이즈가 틀림없다는 것이다. 두 주일 전에 동남아를 갔다왔는데 밤에 한잔을 하다보니 실수를 하였다고 한다. 최근 성기에 뭔가 생긴 듯하여 찾아보니 에이즈가 틀림없다는 것이다. 기억해보니 최근 감기 기운도 있었다고 한다. 검사를 하여보니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다.

에이즈 검사에서 특별한 것이 없고 증상으로 봐서 특별한 것이 없으니 일단 지켜보고 나중에 다시 보자고 하였다. 한 달뒤 다시 찾아와 에이즈 검사를 해달라고 한다. 인터넷에 성접촉 후 6주 뒤에 검사가 나온다고 하여 다시 왔다는 것이다 . 다행히 검사 결과 다시 음성으로 나왔다. 이후 일주일이 멀다하고 검사를 하러 병원에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본인이 인터넷 상담을 하여보니 에이즈가 틀림없다며 우울해 한다. 환자를 정신과로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같이 우울해진다.

인터넷이 진료를 대신해준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인터넷 등을 통해 약물을 오남용하는 비율이 약 17%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다. 이 가운데 20대가 20%로 가장 많다. 아마 오남용 사례는 더 많아지고 여러 가지 우려되는 일들 또한 더 많아질 것이다.

병원 진료실이 정보의 옥석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점차 바뀌는 느낌을 갖는 게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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