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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찬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작품 988번
요한 세바스찬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작품 988번
  • 의사신문
  • 승인 2009.10.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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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을 치료해준 '아리아' 변주


이 곡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 불리어지게 된 에피소드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1802년에 포르켈이 펴낸 바흐의 전기 속에 이 작품의 작곡 경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흐가 지내던 드레스덴 주재의 러시아 대사였던 카이제를링크 백작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골드베르크라는 쳄발로 연주자를 고용하여 그가 잠들 때까지 밤마다 옆에서 쳄발로를 연주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의 불면증은 점점 더 심해져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된 백작은 그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바흐에게 밤에 들을 음악을 작곡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요청으로 작곡된 것이 바로 이 변주곡이다. 카이제를링크 백작은 이 곡에 몹시 흡족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 불렀고,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골드베르크를 불러 “나의 변주곡을 연주해 달라”하곤 했다. 백작은 이 곡에 대한 사례로 금으로 된 술잔에 금화를 가득 담아 사례하였는데, 이는 바흐의 1년 월급을 웃도는 금액으로 바흐가 평생 받았던 사례비 중 가장 많은 것이었다.

이 곡은 이렇게 약간은 로맨틱한 에피소드를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왔지만, 그 신빙성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변주곡이 출판된 것은 1742년이며, 작곡 시기는 1740년경으로 추정된다. 이때 골드베르크의 나이는 불과 13세의 어린 소년이었다. 과연 바흐가 13세의 소년을 위해 이렇게 복잡한 곡을 작곡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게다가 1742년의 출판본에는 거액의 사례비를 주었다는 카이제를링크 백작에 대한 헌정사나 감사문은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의 진위에 대한 의문은 더욱 깊어진다.

이 변주곡은 장중하면서도 아름답고 명상적인 사라반드 스타일의 G장조 주제와 그에 이어지는 30곡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리아'라고 붙여진 G장조 4분의 4박자의 주제곡은 1725년에 작곡된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에 실려 있는 `사라반드'에서 취해진 것이다. 각각의 변주곡은 32마디의 저음부를 공유하면서 이것이 다양하게 변주되는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멜로디 선율이 저음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구사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아리아의 선율보다는 베이스 라인에서 대위법적으로 다른 리듬을 취함으로써 각 변주의 멜로디나 곡의 형식은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흐는 이 곡에서 사라반드, 푸가, 토카타, 트리오 소나타, 코랄, 아리아 등의 여러 가지 형태의 곡들을 자유롭게 배열하고 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로크 시대에 확립된 조성 체계와 무관하지 않다. 즉 바로크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바흐는 이전과 달리 새로운 조성 체계를 확립했던 것이다. 바흐의 이러한 시도가 응집된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주제인 아리아는 단순한 선율을 다양한 변주로 녹여내어 극한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곡들이 무작위로 배열된 것이 아니라 세곡 단위로 묶여져 있다는 것이다. 각 묶음의 첫 곡은 항상 캐논(돌림노래 형식) 형식인데, 이 각각의 캐논들은 한 음정씩 증가하는 규칙으로 배열되어 있다(이를테면 3변주는 1도 캐논, 6변주는 2도 캐논, 9변주는 3도 캐논 식이다). 그리고 마지막 제30변주에는 그 당시 유행하던 민요 두 곡의 멜로디가 인용되어 있으며, 이 민요의 가사는 “나는 오랫동안 너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돌아오라, 다시 나에게로 돌아 와다오.”라는 내용이다. 이 마지막 변주가 끝나면 다시 처음과 동일한 아리아가 반복된다. 이는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간청에 못 이겨 아리아가 다시 나타나는 것 같은 재미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 글렌 굴드(CBS, 1982); 타티아나 니콜라예바 (Melodya, 1979);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DG, 1972); 로잘린 투랙(Vai, 1984); 완다 란도프스카(CBS, 1933, RCA 1945);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Dhm, 1976); 안드레아스 쉬프(Decca, 1982)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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