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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회 50년의 이야기 〈하〉
수석회 50년의 이야기 〈하〉
  • 의사신문
  • 승인 2015.12.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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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성 길 연세의대 명예교수, 신경정신과 전문의, 효자병원장

따뜻한 마음 모인 `글쓰기의 열정' 영원히 계속

수석회 회원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영문의 철학자 베이컨의 말이 생각났다. “독서는 해박한 사람을 만들고 대화는 민첩한 사람을 만들고 저술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40주년 기념식에 모인 원로들과 자리를 같이 한 회원들(뒷줄 외편에서부터, 김인호, 정복희, 이방헌, 곽대희, 권성원, 이정균, 이순형, 강신영, 민성길)(앞줄 왼편에서부터, 이성낙, 한형주, 김기령, 한일영, 강신호, 김희수, 김기호, 배병주)

그의 말처럼 수석회원들은 해박하고 민첩하고 정확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38년이란 세월 동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또 동인지 속에 수많은 이론과 생각과 느낌과 감정을 담아놓았다. 해박하지 않고 민첩하지 않고 정확하지 않고 될 법한 일이겠는가. 이들은 의사로서 이러한 문학 동인 모임을 통해 선후배간의 우의를 다져 나가는 것은 물론, 생소한 의학세계를 문학적으로 세상에 펼쳐 보임으로써 의인(醫人)과 대중의 간극을 좁히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그들이 쌓아 온 역사와 돈독한 우정과 깊은 문학세계가 이 세상의 올곧은 이정표가 되길 기원해 본다.

■회원
수석회 회원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회원 모두 의사라는 전문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둘째, 전문 문필가도 아니면서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 전·현 회원 명단을 보면 잘 알 수 있겠지만, 회원 중에는 이미 의료계는 물론 수필문학계에 잘 알려진 수필가가 많다. 수필 이외에도 일간지나 잡지 등에서 칼럼, 시론 등을 발표함으로써 뛰어난 문필 실력을 보이는 분들도 많다. 셋째, 50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모임을 지속해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우정과 약속에 충실하다.

그간 창립회원 중 몇 분 회원은 작고하셨고, 몇 분 회원은 건강으로 인해 그만 두시기도 했다. 김사달, 김기령, 최신해, 한일영, 배병주, 정복희, 박기현 회원께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거의 마지막 날까지 모임에 참석하시었다,

고 배병주 회원은 40주년 때 다음과 같이 열렬한 감정을 토로하시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40년! 그러한 상황 속에서 여러 사유로 수석회를 떠나게 된 회원들도 적지 않으니 유병서, 김희섭, 백만기, 김기령, 이한수, 한형주 제씨들의 정들었던 회원들을 떠나 보내게 되었다. 수석회 창립 40주년 기념 책자를 발행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쁘기 한량없으나, 일면 가슴 아프고 쓸쓸한 슬픔이 북받쳐 오르는 것이 있으니 소중한 회원들을 볼 수 없는 일이다. 애석하게도 김경린, 최신해, 한원석, 김사달, 김윤기, 이희영 등 창립회원들이 유명을 달리하였으니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면서 그들의 명복을 빌어 맞이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유족 여러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게 된 섭섭함을 금할 길이 없다.

△창립 회원:
강신호(1966∼현재), 김경린(1965∼1966), 김기령(1966∼2008), 김사달(1965∼1983), 김윤기(1965∼1983), 김희섭(1967∼1999), 배병주(1965∼2013), 백만기(1965∼1997), 유병서(1965∼1993), 이한수(1965∼1997), 이희영(1965∼1987), 최신해(1965∼1991), 한원석(1965∼1986), 한일영(1965∼2008), [김기호(1966∼1967), 서정익(1966∼1967)]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중흥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40주년 때 고 배병주 회원은 다음과 같이 썼다.

최근에 와서 그간 탈퇴한 회원들과 타계한 회원들로 결원이 된 빈 자리를 서운하게 생각하여 새로 훌륭한 회원들을 많이 영입하여 바야흐로 수석회 중흥의 기세를 높이게 되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입회한 분 중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최신 의학에 조예가 깊은 분이 많아서 모임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되었고, 의사회의 중진과 대학의 현역 교수들도 입회하여 의학의 최신 경향도 이야기하게 되어 바야흐로 수석회의 새로운 발전을 보게 되는 중흥의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과거 한때 여성회원이 없었지만, 2008년 신길자 회원이 처음으로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현재 유혜영 회원과 더불어 두 분의 여성회원이 있다.

△역대 신입 회원:
1994년: 곽대희(∼2013), 이순형(∼2013), 이성낙, 민성길.
1998년: 강신영
1999년: 권성원, 김재홍(2002), 이정균(∼2014)
2002년: 김인호
2003년: 이방헌, 이종구(∼2004), 정복희(∼2007)
2006년: 권용욱(∼2008). 박기현(∼2014)
2008년: 신길자
2009년: 최홍식
2010년: 노순성(∼2013), 양창순(∼2013), 나현.
2012년: 김철규, 유석희, 신종찬(∼2013), 김애양(∼2013), 김형규(2013).
2013년: 김대중.
2015년: 유혜영, 장성구, 정지태, 김진구, 오재원.
2015년 현재: 18명의 회원이 참여 중.
(총 누적 참여 회원 수: 47명)

강신호 회원은 “水石會 50年을 回顧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난 50年 동안 水石會를 거쳐 간 멤버들을 보면 그 人性이 훌륭한 분들이 참 많았다. 사람을 대하는 態度, 世上을 바라보는 視線이 따뜻해서 마치 心醫처럼 相對方을 便安하게 하는 분들이었다. 冊에 담긴 內容을 보아도 只今 젊은이들에게 推薦하고 싶은 龜鑑이 되는 이야기가 참 많다.”

첫 회장은 최신해 회원이었으나, 그 후 연령순대로 전 회원이 일년씩 교대로 회장직을 맡았으며, 김윤기 회원이 간사로서 궂은 일을 맡아 수고하였다.

1977년부터는 최신해 회원이 회장직을 1990년까지 맡았고, 1991년부터 1996년까지 김기령 회원, 1996년부터 2002년까지는 이성낙 회원,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민성길 회원,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권성원 회원,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이방헌 회원, 그리고 2015년부터는 김인호 회원이 맡고 있다.

■미래
25년간(66∼91년) 회원으로 계셨던 고 최신해 회원은 “유수같이 흘러만 가는 세월을 일년 일년 토막을 쳐서 이정표(里程標)를 세우는 마음으로 우리들의 이 작업이 생명이 끝나는 날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고 배병주 회원은 “수필 40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1965년에 시작한 의사수필동우회가 수필집 40권을 발간하면서 회고해보면 매년 수필집 한권씩 수필 총 2310여 편, 권두언 40편, 총 1만2162쪽으로 집계되었으며 문필을 주업으로 삼지 않은 의사들로서 그리 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며, 원하건대 이러한 일이 앞으로 50년, 100년 계속되기를 기원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동인 모임이 있고 또 그들이 펴내는 동인지도 많다. 그러나 여럿이서 뜻을 모아 오랫동안 일정하게 책을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수석회'는 특별하다. 50년이라는 장기간, 그것도 회원이 은퇴하더라도 후배 회원이 이어가며 모이는 모임은 흔치 않다. 회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이 일을 매우 의미 있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성낙 회원은 제37집 서문에서, “결코 짧지 않은 수석회가 걸어온 지난날의 발자취처럼 우리 회원님들께서 지켜온 따스한 마음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지 없습니다”라고 썼다.

제45집 발간사에서 권성원 회원은 다음과 같이 유쾌하게 미래를 그리고 있다.

다가올 수석회 수필집 60번째 출판 기념회를 상상해 봅니다. (중략) 우여곡절 끝에 통일이 된지 3년이 지난 2025년 12월 초 서울의 랜드마크 “S” 타워, 세계 최고의 빌딩 180층 꼭대기 레스토랑에 30여명의 회원들이 부부동반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번 60번째 수필집은 이미 주제가 정해져 있었다 이겁니다. 6월 모임에서 회원들의 진지한 토의 끝에 그렇게 그리던 통일이 되었으니, “통일된 조국“에 대해서만 글을 쓰기로 한 것입니다. (중략) 무엇보다 감격스러운 것은, 2010년 현재의 수석회원들 중 한분의 유고도 없이 전원 참석하는 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중략) 수석회 만만세 입니다.

수석회 회원들은 이러한 기분으로 지난 50년간 문학과 수필을 사랑하여 왔다. 그리고 이 모임은 계속 될 것이다. 초창기처럼, 이번 50주년 기념모임에서도 술 한 잔과 더불어 회원의 노래와 연주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모임에서도 여전히 인생, 세월, 우정, 정담, 한 잔 술, 문학과 예술, 의학과 의료, 인간세태, 그리고 긍정과 보람 등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술 한 잔과 웃음과 더불어 흘러넘칠 것이다. 최근 수석회에 합류한 “젊은 피” 회원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잘 이어갈 것으로 믿는다. 50주년 기념모임을 준비하는 젊은 회원들의 열정에서 그런 기운을 잘 느낄 수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의사, 글쓰기를 좋아하는 의사, 이야기와 인생을 나누기 좋아하는 의사, 유머와 우정을 귀하게 여기는 의사들이 있는 한, 수석회는 계속 역사를 이어갈 것이다.
 
정리 : 민성길
(이 글은 40주년 때 필자가 정리한 `수석회 이야기'의 내용을 포함하여 추가하고 새로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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