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100주년이 갖는 의미 - 유형준(한림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서울시의사회 100주년이 갖는 의미 - 유형준(한림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 의사신문
  • 승인 2015.1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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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숫자 100'의 의사회…소통·상생 빅데이터'

서울시의사회의 1년…`이제 1년은 101년이다'

유형준 교수.

100은 완전을 의미한다. 이런 연유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으로 연명한 곰의 인내로부터 민족의 생명이 태동했고, `백약무효' `백전백승' `백발백중' 등으로 100은 여러 형편에 두루 쓰이고 있다.

일제 억압의 민족 수난기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역경과 고난을 슬기롭게 견디며 국민건강 증진과 의권 수호의 뜻을 지켜 100년을 쌓아 왔다는 사실도 이와 다름이 없다.

오랜 세월 일관된 취지를 꿋꿋이 이어오며 안팎으로 어렵고 허술한 부분이 없을 수 있을까.

“의료계는 지금 존립 기반조차 흔들리는 위기상황이다. 의사이기에 앞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자존심은 나락으로 떨어져 회복불능 상태가 됐으며, 의사들끼리도 소통과 화합이 되지 않고 있다”는 현 회장의 취임 일성에서도 듣듯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등 `규제기요틴' 제거 문제와 원격의료, 대체조제 활성화 등 의권을 침해하는 의료정책을 포함한 의료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는 속도와 방향의 오차에 대한 분분(紛紛), 자의반 타의반에 의한 의학과 의술의 소원(疏遠), 비의료계와의 소통 약화, 의사회 소속감의 일부 희박에 따른 내부 공감의 저온화(低溫化), 한류의료(K-Med)의 선도적 정체성의 불투명 등, 절실한 해법이 군박(窘迫)하게 필요한 사안도 적지 않다.

이러한 때에 떠오르는 금언 중의 하나가 `궁즉통'이다. 한자로 窮卽通이라서 `궁하면 통한다', 그러니 `가난하고 사정이 딱하면 새로운 형편으로 전환되어 나아진다'고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더러 있다. 잘못이다. 주역에 나오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의 窮은 궁할 궁이 아니라 다할 궁이다.

즉, 최선을 다하면 통한다는 뜻이니 원래 문장의 본디 뜻은 다음과 같다.`최선을 다하면 변하게 되어 있고 변하면 길이 열리고 열리면 영원히 지속된다. 그러면 지난 100년을 어떻게 궁리(窮理)해야 최선인가.

역경과 고난 이겨낸 선배들의 업적과 삶 보존·나눔에 힘써
100에 새로운 희망 더해 더욱 발전하는 서울시의사회 되길

100년을 잘 보존해야 한다. 안상호 등이 한성의사회를 창립하던 1915년 12월 당시 국내에 자격을 받은 의사는 200여명에 불과하였다.

1940년 한성의사회가 강제로 해산되고 일제는 조선의사회라는 어용단체를 만든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45년 한성의사회는 서울시의사회의 이름으로 그 뜻을 이어 올해 100돌을 맞았다.

현재 서울의 의사 수는 3만 명이 넘는다. 이제 서울시의사회는 현재와 미래의 어떠한 변화도 감당해낼 수 있는 롱-빅데이터를 지니게 되었다.

우선 이 데이터를 정성스레 보존해야한다. 100년을 돌아볼 수 있다면 100년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기록물을 모으는 단순작업이 아니라 조사 연구를 함께 하여 100년의 뼈대는 물론 피와 살도 붙여 따뜻하고 생생한 100년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초대 회장인 안상호 회장은 어떤 분이셨는지, 한국전쟁과 같은 고난을 어떻게 헤쳐 나왔는지.

그러나 경건하게 보존만 한다고 100년이 저절로 서울시의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 데이터는 작동해야 한다. 데이터가 데이터로만 있으면 단지 숫자나 기호에 불과하다.

“알아야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해야 참으로 보게 된다`(유한준, `석농화원')는 말은 무지에 의한 신뢰부족이 소통 결핍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연구 결과와 같은 뜻이다.

데이터 나눔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의사회 내외의 무지가 사라지고 신뢰가 보다 단단해진 소통은 상생을 북돋아준다.

여기서 보태어 강조할 점이 있다. `진정한 소통의 모델은 완벽한 일치에 이르는 게 그 목적이 아니라 자신과 아무리 달라도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그 자체로 교감하고 특이성을 인정하는 것이다.(박영욱 `보고 듣고 만지는 현대사상')

소통과 합일을 동의어로 오해하여 듣기 싫어하는 말은 피하고 귀에 달콤한 말만을 주고 받으며 봉합하면 본질이 덮이거나 침범 당하기 쉽다.

불일치는 불일치대로 인정하되 선한 의료에 어긋난다면 듣기 거북한 말이라도 분명한 어조로 당연히 짚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소통이며 상생이다. 그래야 데이터가 솔직하게 생동하여 서울의사회의 100년이 더 너른 영향력으로 골고루 빛난다.

100은 0에서부터 시작한다. 하나씩 보태어 변화하며 드디어 100이 된다. 그렇다, 지난 100년간 끊임없이 궁(窮)하고 변(變)하고 그리하여 서울시의사회는 크게 우뚝 선 데이터가 되었다.

서울시의사회의 100년은 지금도 더 크고 긴 구(久)를 향하여 상생과 소통의 신뢰로 더 세미하면서도 더 따스한 방향과 속도를 궁리하며 선하게 변하고 있다. 이제 서울시의사회의 1년은 또 하나의 완전수를 향한 10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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