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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한 종교 테러에 대한 생각
과격한 종교 테러에 대한 생각
  • 의사신문
  • 승인 2015.11.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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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27〉

■파리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테러사태에 대한 글이다. 평범한 의사의 어줍은 생각이지만 이 기회에 말씀 드리고자 한다.

최근 이슬람교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가 프랑스 파리에서 연이어 발생하였다. 사람이 많이 모인 축구 경기장, 연주장, 식당에서 기관총을 난사하여 130여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부상자가 생겼다. 사건 장소는 사상자들이 흘린 피로 난장판이 되었으며 그 당시 군중의 혼돈과 공포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지금 전세계인들은 이들의 파렴치한 범죄에 분노하여 살인배후자들을 찾아 처벌하고 또 이를 막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의 종교적 테러와 다른 더 심각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원한관계에 직접 결부되어 있는 사람을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일반 시민을 무차별하게 살해한 것이다. 미국 9.11 테러만 해도 적국인 미국민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 경우는 특별히 프랑스인을 목표로 하지 않은 일반인을 살상한 것이다. 인간 전체에 대한 범행자의 분노는 결국 인류의 종말이라는 비극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종교 단체의 이러한 폭력 행동은 이슬람교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그들의 율법에도 역행되는 일이다. 이슬람교는 사랑과 평등을 강조하는 범세계적인 종교로 수많은 신자가 이를 믿고 있다. 특히나 이 종교는 열성적인 신자가 많고 포교활동이 타 종교보다 더 적극적이다. 기독교 문화의 영향이 큰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이 있다. 다른 종교보다 덜 이성적이고 맹목적이라는 막연한 인식이다. 그러나 내 경험에 비추어 이슬람교는 매우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다. 이 사태를 과격한 일부 이슬람교도의 범죄행위라고 일방적으로 판단해서는 해결점을 찾을 수가 없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은 오래 전 구약시대부터 시작되어 왔다. 중세시대 기독교 군대가 아라비아 반도에 출정한 십자군전쟁은 역사의 오점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두 종교간의 갈등과 살육은 지금까지 반복되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종교 모두 생명존중을 강조하고 있다. 두 종교가 공통적으로 믿고 있는 구약성서에서 모세는 십계명으로 살인을 금지하고 있다. 결코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교리에 어긋나도 우선되는 생각이 있어 테러를 자행한 것이다. 일제 강압시대 때 윤봉길 의사가 일본 국경일 행사에 폭탄을 던진 의거와도 비교해 보아야 한다. 금세기 서구국가의 아라비아 반도에 대한 간섭과 그 결과, 또 최근의 미국과 서유럽의 아랍 정책과 전쟁에 대한 이들의 항거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종교와 이념을 동반한 갈등이 증폭되면 이 세계는 지옥이 되고, 인류 멸망은 빨라질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범세계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테러자를 처벌하고 테러집단을 범죄시하는 것으로 이 비극을 헤쳐나갈 수가 없다. 각국의 이해관계로 쉽지 않지만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이를 정리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당사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여해야 한다. 전세계의 정치와 종교 지도자가 앞장서야 된다. 그 동안의 갈등과 대립의 원인을 분석하여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서로 사죄하는 자세로 역사를 재평가하고 용기 있는 사랑으로 청산해야 한다. 마하트마 간디가 제시한 비폭력과 무저항 방법으로 상대방을 감화시켜 고백과 용서를 통해 이성적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더디지만 유일한 평화적 방법이다. 우리는 그 예를 남아프리카의 만델라의 지혜로운 행동에서 보았었다.

양쪽 종교 지도자들이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일부 과격파, 사이비 종교의 일이라고 방관해서는 안된다. 기독교에 `걸림돌이 되지 말고 디딤돌이 되라.' 라는 말이 있다. 이슬람교 지도자인 수피 어록에 `물이 배 안에 있으면 배를 가라앉히고, 배 밑에 있으면 배를 띄운다.'라는 글이 있다. 종교인들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고 해결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이번 비극이 계속되어 확대될지 또는 평화롭게 해결될지는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칼에는 칼, 총에는 총' 이라는 반사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로는 해결될 수 없다. 두 종교의 위대한 선각자인 예수와 모하메드가 가르친 대로 비폭력을 우선으로 하고 사랑과 평등으로 서로를 감싸 안는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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