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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건립 30주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건립 30주년
  • 의사신문
  • 승인 2015.11.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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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석 화(서울대어린이병원장)

1985년 10월을 생각하면 30년 전이지만 가슴이 벅차다. 어린이병원이 태어나는데 노력하신 홍창의 명예교수와 돌아가신 고광욱 초대 어린이병원장님을 비롯한 선배교수님의 혜안은 아시아 최초의 어린이병원의 설립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놨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은 소아청소년 진료의 전문화에 앞장서왔다. 본원 내과보다도 더 많은 진료영역의 세분화로 국내 어린이 건강을 지켜왔으며 세계적으로도 내세울 수 있는 전문 진료 센터를 운영하게 되었다.

소아청소년 콩팥병센터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문 투석실을 운영하고 다양한 종류의 유전성 질환에 대한 유전자검사를 시행하여 전문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콩팥 전문의가 이식 전 후의 진료를 책임져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소아 천식 알레르기 센터는 소아피부과, 소아이비인후과와 소아알레르기의 세 파트가 유기적 협력 관계를 이뤄 종합 진료를 제공하여 인구의 10%에 이르는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에 선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암센터는 어린이병원 개원이래 국내 소아 혈액 질환과 암 진료를 이끌어 오고 있다. 골수이식 수술과 외래 기반의 항암치료 등을 국내에 도입하고 어린이병원 수술부(소아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안과, 소아이비인후과, 소아흉부외과, 소아비뇨기과 등)와 함께 적극적 암 종양 제거술을 시행하고 있다. 소아영상의학과와 소아진단검사의학과의 지원으로 세계적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1999년 국내에 최초로 개원한 어린이병원학교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으며 타 병원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2005년에는 교육부로부터 학교 출석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세계적 수준의 임상시험과 연구 논문 발표로 국제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소아심장센터는 국내 어린이 심장 수술을 선도하고 있다.

어린이병원을 설립하기 이전에 홍창의 교수님께서 1957년 국내 최초로 심도자술을 시행하고 1959년엔 개심술을 시작하여 1972년에는 심도자술로 진단한 선천성 심장질환의 수술례가 1000례를 넘었다. 폐동맥 판막, 대동맥 판막의 확장술을 어린이병원 설립과 함께 시작하고 곧 이어 대혈관치환술을 국내에서 최초로 성공하였다. 1997년에는 국내 최초로 소아심장이식을 성공하였고 소아심장병동을 개설하여 소아심장질환의 다학제 진료를 이끌었다.

중국의 3대 어린이병원의 하나인 하얼빈 어린이병원의 소아심장질환 진료 봉사를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나서 이제는 독자적으로 심장복잡기형의 수술을 시행할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우즈베키스탄, 몽골, 네팔 등 해외 심장질환 진료 봉사를 계속하여 1980년대 한국 심장병 어린이가 미국에 가서 수술 받았던 시절이 먼 옛날이 되고 말았다.

소아청소년 신경계 질환 센터는 다학제 협진으로 빠르고 정확한 진단, 수준 높은 치료 제공과 재활 치료의 연계로 진료의 우월성을 보일 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의 새로운 시너지를 자랑하고 있다.

어린이병원 희귀질환센터는 2011년 개소하여 희귀질환 연구를 활성화하고 연구 결과를 곧바로 진료에 적용하는 시스템(from bench to bed)을 지향하고 있다. 희귀질환센터의 진료가 어린이병원의 새로운 혁신을 이루고 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공와우 이식센터는 1992년 최초로 국내 어린이 시술을 시작하였으며 차세대 인공와우 개발 등 연구에 앞서고 있다.

신생아 중환자진료, 소아응급센터 등 중증 및 응급환자의 진료에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최근에는 감성센터, 꿈틀 꽃씨 쉼터를 개원하여 어린이의 정서적 지원과 보호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힘들게 질병과 싸우고 있는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어머니 교실과 가족 캠프의 운영으로 어린이로 인한 가족의 해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001년에 어린이병원 후원회를 발족하여 지난 15년간 4250여명의 저소득층 환자 치료비로 약 115억원을 지원하였다. 지방에 거주하는 난치병 어린이와 가족이 오르내리는 불편을 줄이고자 어린이병원 쉼터를 운영하여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어린이 질환의 교육 연구를 지원하고 어린이병원 환경 개선을 지원하여 쾌적한 진료 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후원인의 나눔 정신은 어린이병원 환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 30년의 어린이병원 운영으로 인한 적자가 고스란히 서울대병원의 적자로 누적이 되어 2000여억 원에 이른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 건강을 지키겠다고 나선 서울대병원의 지속적 지원이 없었으면 더 이상 어린이병원이 살아 남을 수 없었으리라.

어린이 진료의 특수성으로 어른의 진료 원가의 3∼5배가 되는데도 상응하는 수가 지원은 언 발에 뭐하기 수준이니 앞으로가 문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립대병원에 지역 별로 어린이병원을 건립하였지만 수가 보전이 부족하여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 수술을 위한 별도의 수술장을 운영하는 어린이병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병원의 어린이병원을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하여 취약한 어린이 대상 공공의료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어린이병원 개원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격려해주신 박인숙 의원님과 김용익 의원님이 약속하신 어린이병원의 법적 근거가 하루빨리 확보되길 기대한다. 어린이병원 개원 30주년 기념 의료정책심포지엄과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지원하신 모든 분께 감사 드린다.

어려서 병을 잘 고쳐 놓으면 나라의 훌륭한 인재로 키울 수 있다. 어린이병원이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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