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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 의사신문
  • 승인 2015.11.0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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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31〉

 

■세련되고 우아한 동양화 같은 명작
〈나비부인〉은 미국 작가 존 루터 롱의 단편소설이다. 그는 감리교 선교사의 부인으로 일본에 체류했던 누이가 `초초상'이라는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준 내용을 소설화하였다. 당시 동양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시대적 상황에 편승해 인기를 얻어 연극으로도 상연되고 있었다. 〈토스카〉 공연을 위해 런던에 갔던 푸치니는 이 연극에 감명하여 오페라를 쓰기로 결심한다. 벨라스코가 희곡을, 지아코사와 일리카가 대본을 써서 일본민요, 동양 5음계 등 동양적 색채를 도입하여 완성한 후 무대에 올렸으나 참패였다. 그 후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조언으로 수정을 거친 다음 1904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다시 올려졌을 때 비로소 대성공을 거둔다.

오페라 무대는 1900년경 개항이 한창이던 일본의 항구도시 나가사키이다. 주인공 초초상은 원래 지체 높은 명문 집안의 여식이었으나 천황의 미움을 산 아버지가 할복자살한 후 기울어진 가세로 인해 게이샤가 되어 홀어머니를 모시고 근근이 가계를 꾸려가고 있는 15세의 아름답고 청순한 여인이다. 남자 주인공 핑커튼은 나가사키에 주둔한 미해군 대위로서 외국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게이샤인 초초상과 결혼한다. 그의 친구 샤플레스는 나가사키 주재 미국영사로 초초상과의 결혼을 축하하지만 핑커튼이 미국으로 떠나자 그녀를 측은하게 여겨 하녀 스스키와 함께 여러모로 돌봐주고 있는 사람이다. 중매쟁이 고로는 핑커튼과 결혼을 성사시킨 장본인으로 그가 떠난 후 초초상을 다른 남자와 재혼시키려 하고 있다.

이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각색한 〈미스 사이공〉이라는 뮤지컬도 있다. 무대는 1975년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미군 병사 크리스는 사이공의 한 술집에서 가족을 잃고 화류계로 온 소녀 킴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3년 후 호치민 정부가 들어서자 크리스는 미국으로 떠난다. 킴의 오랜 친구인 투이는 킴에게 청혼을 하지만 결국 거절하고 방콕으로 떠난다. 한편 엘렌과 결혼한 크리스는 킴과 그의 아들의 행방을 찾지만 엘렌은 그의 아이를 입양하는 것을 반대하고 이에 절망한 킴은 자살을 택한다는 내용으로 가련한 나비부인을 연상케 한다.

△제1막 나가사키 항이 보이는 언덕 위 집 짧은 서곡 후 중매쟁이 고로와 핑커튼이 등장한다. 핑커튼과 초초상의 결혼식이 곧 치러질 예정이다. 샤플레스가 들어서면서 핑커튼이 너무 쉽게 결혼을 생각한다고 걱정이다. 이때 핑커튼의 아리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를 부르며 결혼계약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건배를 제안하고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의 테마가 연주된다. 이윽고 꽃을 들고 신부 초초상이 화려한 기모노 복장의 동료들과 함께 입장한다. 초초상은 즐거운 표정으로 핑커튼에게 자기의 내력을 작은 소리로 설명하며 시집올 때 가지고 온 몇 가지 물건들을 소매 속에서 꺼내어 핑커튼에게 보여준다. 그 중에는 단검이 있는데 오래전 천황이 그녀 아버지에게 내린 검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 칼로 할복자진을 하였다.

갑자기 승려인 그녀 삼촌이 등장하여 양귀신과 결혼하여 가문을 더럽힌다며 저주를 퍼붓는다. 모두 두려워 자리를 뜨게 되고 울고 있는 그녀를 핑커튼이 위로하면서 결혼식은 끝나고 두 사람만 남아 이중창 `저녁의 장막이 내리는데'와 `고요한 이 밤'을 부르며 막이 내린다.

△제2막 제1장 나비부인 집 핑커튼이 떠난 지 3년이 지났다. 초초상과 하녀 스스키, 그의 어린 아들만이 살면서 핑커튼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초초상은 아리아 `어떤 개인 날'을 애절하고 격정적으로 부른다. 이때 중매쟁이 고로는 재혼하라며 재촉하는데 그녀는 단호하게 뿌리친다. 잠시 후 샤플레스도 와서 현실을 생각하여 살길을 찾으라며 부자 야마토리와 재혼하라고 권유한다. 그는 핑커튼이 미국에서 케이트와 결혼하여 살고 있는 것을 알지만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나오면서 아이의 이름이 지금은 `트러블'이지만 얼마 후 `조이'가 될 것이라며 확신한 듯 노래한다.

어느 날, 그토록 기다리던 핑커튼이 돌아온다. 꿈이 아니길 바라면서 초초상과 스스키는 아름답고 가슴 저미는 꽃의 이중창 `손안에 가득히'를 부른다. 그러나 땅거미가 스미며 날이 저물어도 핑커튼은 보이지 않는다. 이때 초초상의 모습은 창호지 문으로 투영되어 한없는 애절함과 적막함 속에 무대 뒤에서 부드러운 허밍 코러스가 들린다.

△제2막 제2장 나비부인 집 간주곡이 흐른 뒤 동이 트면서 밤을 지새운 초초상은 잠든 아이를 바라보면서 아리아 `자거라! 내 사랑아'를 애절히 부른다. 얼마 후 핑커튼이 나타난다. 그 옆에는 벽안의 아내가 있다. 그녀의 아들을 데리러 온 것이다. 그녀는 아리아 `이제 모든 것이 끝났어요'를 부른 후 아들을 포기한다고 약속하며 잠시 후 다시 와달라 부탁한다. 그들이 떠난 후 아버지의 유품인 단검을 꺼낸다. 그녀는 아이의 눈을 가리고 혼자 놀도록 한 후 아리아 `귀여운 나의 우상'을 부르며 스스로를 찌른다. 아이는 성조기를 들고 뛰어놀고 있다. 핑커튼이 `버터플라이'를 외치며 그녀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툴리오 세라핀(지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 레나타 테발디(초초상), 카를로 베르곤지(핑커튼)[Decca, 1958];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빈 필, 미넬라 프레니(초초상), 루치아노 파바로티(핑커튼)[Decca, 1974];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라스칼라극장 관현악단, 마리아 칼라스(초초상), 니콜라이 게다(핑커튼)[EMI,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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